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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내 마음의 힐링 드라이브

인생의 묘약인 꽃바구니

Hi Yeon 2015. 5. 13. 05:17

인생의 묘약인 꽃바구니

오월 두번째 일요일은 캐나다에서는 Mother's Day이다이날은 일요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식당 혹은 집에서 파티를 가진다. 이때 미리 준비한 선물을 어머니에게 전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은 직접 부모님을 뵙지 못하기 때문에 제 경험으로는 꽃바구니를 보내지 않나 싶다.

캐나다는 서로의 정을 나누는 방법으로 자주 꽃을 선물한다. 서로 쉽게 만나지 못하는 가족들은 이때 꽃바구니를 배달시키는 방법을 이용한다땅이 넓은 캐나다에서는 오래전 이용됐던 방법이다. 이와 같이 명절과 큰기념일에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꽃바구니를 보내어 축하하기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꽃가게가 성업한다

보통 꽃가게 영업은 주문이 특정한 날에 몰린다.  Mother's Day는 그 중 하나이다. 이날은 꽃가게의 연중기간중 가장 바쁜 날이다. 특히 Mother's Day 2주간은 일년 매상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이 기간중 대부분의 손님들은 꽃바구니를 주문하고 어머니댁에 배달해 달라고 요청한다그리고 꽃가게는 정신없이 돌아가게 된다. 덩달아 배달업체도 엄청 바빠진다바삐 돌아가는 꽃가게는 배달을 보통 전문배달업체에 의뢰하기도 하고 혹은 주변 지인이나 친지에게 부탁하여 그 바쁨을 들어낸다. 그래도 바쁘면 일반 택시로 배달을 시킨다.

택시기사의 업무는 Total Services이다. 그래서 택시기사일을 하는 나에게도 꽃배달 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마침 꽃가게를 하는 아는 지인의 청이 있어 크리스마스, 연말, 그리고  Mother's Day 에 꽃배달 일을 하였다. 주말만 일하는 나에게는 주중에 내차를 이용하면 가능하였고, 또한 이 기회에 캐나다 꽃가게 사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는 꽃가게에서 준비해 준 꽃바구니를 차에 싣고 아침 일찍부터 도시 뿐만 아니라 도시외곽까지 다 훌터 다녀야 했다. 하루에 30여건을 배달하면 하루가 다 갔다. 다행이 스케줄을 잘 짜면 일찍 끝낼 수도 있었다. 도로명을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많이 쉬웠고 또한 사람이 아닌 물건을 취급하니 특별히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그것도 보통 물건이 아닌 행복을 전하는 꽃바구니가 아닌가. 모든 사람들은 웃음으로 나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꽃바구니를맞이 하니 내 기분도 많이 상승되었다. 수입도 택시보다 훨씬 좋았다.

꽃배달을 해보다 보면 받는 사람의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어머니뻘 할머니들이 많다그분들은 아들 딸 혹은 손주들로부터 온 선물이기에 행복해 하였고 더구나 꽃바구니이니 더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행복해하는 그분들의 손에 꽃바구니를 건네주니 나도 저절로 행복해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여러가지 잡을 해 보았지만 이 꽃배달 일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꽃을 볼 때마다 그때 꽃바구니를 받아 들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 웃음을 지으며 꽃바구니를 손에 든 어머니 같은 할머니들의 모습이 자꾸 떠 오른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즉 우리네 같이 용돈을 좀 보내 드린다든가 아니면 평소 필요한 물건을 사서 보내 준다면 참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텐데. 왜 며칠만 지나면 시들고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질 꽃바구니를 매번 보낼까? 낭비 중 큰 낭비가 아닌가? 그것도 50불에서 큰 것은 100불이 넘는 꽃바구니를 배달비 별도로 주문해서 왜 보내는가? 하는 것들이었다언뜩 넉넉해서라고 생각이 들 뻔도 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배달을 하기 위하여 고객의 집을 방문해 보면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반 서민층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꽃을 선물하는 문화의 발생동기는 아마도 캐나다에서 노인기본생활이 잘 보장되어 있어 기본적인 삶에는 별 어려움이 없는 까닭도 있겠다. 그러나 꽃배달을 통하여 느낀 점은 꼭 그렇치만은 않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은 젊음이고 열정이며 또한 매우 아름답다. ‘당신은 항상 아름다웠으며 지금도 그렇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자식으로부터 받으면 또한 얼마나 더 행복할까 하는 믿음으로부터 출발되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살아가면서 작은 물질적인 것보다 작은 꽃한송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애들이 다 자라서 이제 홀로가 된 노인분들에게는 더 그러할 것이다. 왜냐하면 관심과 기쁜 말 한마디 더 필요한 이들에게는 사랑한다는 전화 한통화와 사랑의 꽃바구니 진정 그들에게는 외로움과 인생의 내리막길을 잊어 버리게 하는 인생의 묘약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 뿐인가? 택시일을 할 때 손님들이 즐거워하면 웬지 나도 행복해진다. 꽃배달도 그랬다.  캐나다에서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쉽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둘다 나에게는 인생의 묘약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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