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벨소리가 없던 내 셀폰이 울렸다. 한 달전인가? 테니스장에서 잠깐 테니스를 함께 하였던 그 중국 아주마였다. 그녀는 나에게 공을 치자고 하였다. 나는 요즈음 바빠서 공을 칠 수가 없노라고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녀는 테니스를 막 배우는 단계였고 테니스를 매우 좋아 하였다. 그녀는 매일 아침에 테니스 코트에 나와서 파터너 없이 혼자 나오는 사람과 더불어 테니스를 즐기곤 하였다. 그날 나는 테니스 약속이 되어 있었고, 마침 내 파터너가 20여분 늦게 코트에 도착하였다. 그 시간 밴치에 앉아 있는 그녀와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고 같이 공을 치게 되었다.
성심 성의것 20여분을 치고는 나는 내 파터너가 도착하자 코트를 옮겨서 공을 쳤다. 한참 치다가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내가 공을 치고 있는 코트 바로 뒤 벤치에 앉아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나에게 볼일이 있나 싶어, 나는 테니스 게임을 멈추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다시 인사를 하였다.
그녀는 더덤더덤 안되는 영어로 내일 이시간에 같이 치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대답 대신 중국 출신 아저씨 Peter를 아는냐?고 물었다. 그녀는 안다고 하였다. 내 전화번호는 그가 알고 있으니 관심있으면 그에게 물어보라하고는, 나는 되돌아 와서 하던 테니스게임을 계속하였다.
아마 그녀는 Peter를 만났을 것이고 그리고 그때 그에게 내 전화번호를 얻었으리라. 그리고는 며칠후 그녀로부터 어제 전화가 또 왔다. 그녀는 여름 방학 중 애들에게 무엇인가 하나의 배움을 주고 싶었고 그러든 중, 중국 친구 Peter가 테니스코치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에게 한번 요청해 보라고 하고, 나를 소개하였다고 하였다. 그래서 방학 중인 자기 아들과 친구딸을 위하여 테니스레슨을 요청하였고 레슨비는 적절히 지불하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제의에 흔쾌히 OK하고는 오늘 아침 10시에 코트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아침 10시에 코트로 나가보니, 그녀가 자기 아들애와 친구 딸애를 데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 딸애는 30분 자기 아들애는 1시간을 배울 것이고, 우선 친구 딸애부터 시작해 달라고 하였다. 나는 딸애를 데리고 코트안으로 들어가서 레슨을 시작하였고 그녀와 그녀 아들애는 코트밖 잔디의 벤치에 앉아 다음 순서를 기다렸다.
나는 우선 딸애에게 공을 두번 주어 보았다. 그 딸애는 처음 공을 처보는 것이었고 공 하나를 라켓에 맟추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레슨을 시작하여야 할 것인가?하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한국식으로 하자면 많은 공을 준비하여 라켓이 아닌 직접 손으로 공을 살짝 던지고 상대가 그것을 쳐내는 그런 식으로 수 많은 날을 보내야 하건만, 한국이 아닌 캐나다 여기서 누가 돈을 지불하면서 매일매일 기계식으로 레슨을 받을 것이가? 설렁 1-2개월을 그런식으로 레슨을 받았다고 하여도 결과가 신통치 않는 것이 테니스이다. 그렇다고 캐나다식으로 애들을 코트안에 모아 놓고 “자유롭게 서로 공을 갖고 놀아라.”하면 돈을 지불하는 이민자의 부모로서 도무지 납득이 안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나는 스스로 하나의 결론을 내려야 했다. “어디로 띵길지 모르는 둥근 공으로 초보자하고 일대일로 공치면서 놀아주는 것이 매우 힘들고 어려운 것인데 어쩌라. 이왕 이렇게 된것 전번의 경험과 같이 원칙대로 해야지 뭘?” 하고는 레슨을 시작하였다. 즉 레슨이라는 것이 반쪽의 코드에 서서 둘이서 라켓을 짧게 쥐고 공을 똑딱거리면서 주고받는 것이다. 즉 같이 놀아주는 것이다.
레슨 도중 갑자기 그녀가 나를 불렸다. 무슨 영문인지 자기 아들애가 오늘은 테니스 레슨을 안 받겠다고 하여 집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친구 딸애는 혼자가 되는 데 레슨이 끝난 후 그 딸애는 어떻게 집으로 갑니까? 하고 물었다. 그녀는 친구 딸애는 자기집이 이 근처로 혼자 걸어서 집에 갈수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하시라고 하였다.
그 모자가 떠나자 나는 레슨을 계속하였다. 레슨을 받는 딸애가 흥미를 느낄려면 연속적으로 공을 주고 받아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는 열심히 뛰어 그 공을 초보자가 눈감고 쳐도 칠 수 있는 그 장소에 정확히 바운드시켜야 하였다. 또한 흥을 돋구기 위해서 입으로는”잘했어”라고 매번 중얼거려야 하였다. 그리고는 약속된 30분이 지나갔고 어느새 또 30분도 다해 갔다. 그 애도 나도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우리는 서로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그애는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인데 그애는 혼자였다. 내가 갑자기 그녀의 보호자가 됨셈이 되었다. 그래서 내 아들이 어렸을 때, 내가 사정이 있어 1시간이나 늦게 내 아들이 기다리는 체육관 앞에 도착해보니, 같이 운동하는 동료의 어머님이 내 아들을 내가 나타날 때까지 같이 있어 준 것을 여러번 경험한 터라, 나는 그 딸애에게 내 경험을 설명하고는 내가 집까지 데려다 주겠노라고 하였다. 그녀는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쉽게 이해하고는 웃으면서 같이 가자고 하였다.
한 여름의 따가운 햇쌀이 우리를 내리쬐었다. 우리는 테니스가방을 메고 라켓을 손에 들고 나란히 다운타운을 걸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재미있게 묻고 대답하면서 이야기를 해 나갔다. 그 여자애는 나는 13살이고, 이름은 Sunny , 작년에 랜딩하였고, 지금은 중학생이며, 지금은 여름 방학이다 고 말하고는, 다시 내 이름을 묻고, 성도 묻고, 나에게 애들이 있는 지를 물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작년에 왔으며 아직 영어가 서툴어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웠다고 하였다.
나는 한마디 거들었다. "Sunny와 나는 오늘 처음 잠깐 만났다. 그러나 그 잠깐 우리는 땀도 흘리고 이야기도 하였다. 그럼 우린 친한 친구가 된거야. 그녀는 방긋 웃었다. 자! 운동이라는 것은 사람을 이렇게 친하게 만드는 거야. 그래서 Sunny는 테니스도 하고, 수영도 배우고, 달리기도 해봐, 아마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거야."
어느 듯 애가 자기집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는 안녕하고 인사를 하는데 그녀의 조그만한 손이 그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그리고 돌돌 말린 20달라 종이 한장을 나에게 밀었다.
나는 꼬마 손을 밀면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내가 오늘 계획된 대로 두사람에게 레슨을 하였다면 너를 데리고 온 친구 엄마로부터 약속한 대로 래슨비를 받았을 거야. 그러나 오늘 처음 너만 래슨을 받았어. 그리고 너는 행복하였어. 나는 곰곰히 생각을 하였지. 어른과 어른사이는 거래가 있지만 어른과 애사이는 우정만이 있지. 그래서 나는 조그마한 봉사자가 되기로 하였지. 나는 그래서 오늘 행복할 것이고, 너는 즐거운 테니스를 경험하였으니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번의 행복을 위해서 내일 모래, 이번에는 YMCA에서 Squash를 한번 배워보는거야. 내일 모래 10시, 그 곳에서 기다리마.
보름달 같은 딸애의 이쁜 얼굴에 웃음이 살포시 내려 앉았다. 그리고 나를 처다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오케이!”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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