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람 Yeon Dreams

Dream & Create 꿈꾸며 창조하다

꿈을 꾸며 창조하다

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71

131228 어머니께서 삶의 끈을 놓으시다

131228 어머니께서 삶의 끈을 놓으시다 이민 온 그 해가 저물고 새해가 되었다. 눈이 부슬부슬 내리는 1월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단다. 오늘이 가시는 날이고 굳이 올 필요가 없다“ 맏형님의 목소리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술병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래야 꿈에라도 어머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며칠을 밥 대신 물 대신 죽어라 술만 퍼마시고 환상 속에 헤맸건만 어머님을 결국 만날 수는 없었다. 대신 술은 내 몸과 마음을 마구 난도질했다. 어머님을 떠나보내게 한 그 원흉인 내 자신을 마구 죽이고 있었다. 그래, 이민이 어머님을 돌아가시게 했어. 내가 어머님을 그렇게 했어. 고대하던 캐나다 영주권이 나오자 나는 용기를 내어 어머니께서 계시는 시골을 찾았다. 대가족의 종..

131227 이민, 랜딩, 그리고 사업

131227 이민, 랜딩, 그리고 사업 이민가방 8개를 들고 우리 4가족은 태평양을 건너 밴쿠버에 도착했다. 나는 긴장하였고 12살, 15살 두 아들과 아내는 긴장하다 못해 심통했다. 내가 독단적으로 가족 모르게 이민을 진행하였고 그 2년 후 영주권이 나오자마자 뜸금없이 갑자기 캐나다로 이민을 가자고 하였다. 그리고 나는 내 설계 사무소, 우리 터전 모두 정리하고 떠났다. 사실 영주권 신청 후 아내에게 여러 번 상의했으나 아내는 '잘 살고 있는 데, 꼭 가야 할 별 이유도 없는 데 왠 이민이야!' 하면서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 막상 떠나니 아내와 애들은 좋다 하다가도 막연히 두려웠으리라. 미지의 나라, 나도 잘 모르는 나라, 그런데 가족은 어정쩡한 마음이니, 나는 여행 내내 긴장했고 가족은 불안해했다. ..

세월의 고통을 어찌 자식이 알 수 있을까

세월의 고통을 어찌 자식이 알 수 있을까 어제 밤, 지방에 일을 보던 차, 혼자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을 잠깐 뵙기 위하여 시골집에 들렸다. 어머님은 나를 보자 “야가 웬일이고” 하면서 내손을 잡고는 놓지를 않으셨다. 홀로 주무시고, 드시고, 그러다 보니 사람 보는 것 자체가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말 잘 받아주는 막내 아들이 갑자기 왔으니, 또 얼마나 좋으리. 밤새 했던 말씀을 하고 또 하고는, 자정을 훌쩍 넘기고는 조용해지셨다. 다시 아침이 열리고, 어머님은 정성스럽게 한상을 차려 냈다. 어머님은 아버지를 대하듯 내 숟가락에 생선살도 얹어 주고는 가끔 고개를 숙이시곤 하였다. 그리고 갑자기 물 묻은 목소리로 나를 물끄러미 처다 보면서 불렸다. “보래이… 애비야.” 그래, 막내아들을 보니 기쁘기도 하던 차..

커피는 함께 할 때, 그 향기가 멀리 퍼진다

커피는 함께 할 때, 그 향기가 멀리 퍼진다 우리 집은 작은 도시, NB의 수도, Fredericton의 다운타운 중심에 있다. 도시의 여러 편의시설이 집 가까이 있어 무척 편하다. 무엇보다도 Tim Hortons가 가까이에 있어 좋다. 그래서 아침마다 걸어 커피를 사 와서 집에서 마신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셨다. 시간이 지나자, 아침마다 한두 잔 만드는 것이 귀찮았고, 혹시 남으면 결국 버리게 되었다. 또한 조금씩 만들다 보니, 깊은 향기가 다소 모자란다는 느낌도 들었다. “에이 귀찮아” 하고는 가까운 Tim Hortons을 이용하였다. 그것은 편리하였고, 향기나 신선도 면에서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계속 아침마다 그곳에 가서 내 것 하나와 아내 것 하나를 들고 와서..

단풍이 드는 가을에 고향생각

CANON G12 AV, Andrew, New Maryland NB, October 13, 2012 단풍이 드는 가을에 고향생각 단풍이 드는 계절입니다. 집 앞뒤 마당은 단풍잎으로 포장되었고, 따사로운 가을 햇빛이 그 위를 비춥니다. 누가 더 붉은 빛을 낼까 내기하는 모양입니다. 오래간만에 혼자 가을 햇살을 등에 지고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떨어진 단풍을 보면서 앰프의 볼룸을 높여 봅니다. 고향의 뒤뜰에 와서 사랑 칸에 앉아 베에토벤의 합창을 듣던 그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합니다. 똑같은 선율이 흐릅니다. 여기가 내 고향 그곳인지 헷갈립니다. 하늘을 보아도, 단풍드는 나무를 보아도 잘 모르겠고, 집 둘레를 보아도, 잔디 위에 뛰노는 아이들을 보아도 잘 모릅니다. 얼굴 위로 내리는 햇살의 따사로움도 그러합니..

130611 Running with dog

130611 Running with dog 올 겨울에는 YMCA 실내에서 런닝머신(Running Machine)으로 달리기를 하였으나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야외에서 하게 되었다. 상쾌한 바람을 받으면서 강도 보고 들판의 나무도 보고 산책하는 사람들 속에서 도심의 트레일(Trail)을 따라 조깅하는 것은 막힌 실내에서 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Fredericton uptown에 살 때는 집 바로 앞에 오델파크(Odell Park)가 있어 겨울에는 눈 위에서 달렸고, 봄에서 가을까지는 우거진 나무속에서 달리기를 즐겼다. 파크가 얼마나 넓은 지 한 시간을 돌아다녀도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2년 후 Uptown에서 downtown 중심으로 이사하였..

130813 동해안 멸치회의 진미

130813 동해안 멸치회의 진미 옛날부터 남동해안에서 매년 3월에서 6월 사이 멸치가 풍어였다. 멸치 떼들이 일년 내내 조금씩 자주 남동해안 연안으로 몰려오면 좋겠지만 봄과 이른 여름 사이 한 철에만 몰려오니 생산량도 그때에 몰린다. 힘들지만 큰 장비 없이 배만 있으면 노동력으로만 멸치를 잡을 수 있다 보니 그때는 멸치잡이가 어촌의 큰 수입원이 되었다. 그래서 부두 판장에는 아무데나 멸치가 쌓여 있었고, 걷다 보면 발에 치이는 것이 또한 멸치였다. 멸치는 굵기가 어른 엄지 정도이다. 그 살은 연하고 기름이 풍부하며 그래서 쉽게 무르고 상하기 쉽다. 요즘같이 교통이 발전되었으면 모를까 그 당시에는 어촌에서 육지 도시로 운반도 쉽지 않았다. 말리거나 일정기간 보관할 수 있는 어종도 아니고 또한 우리 입맛을..

130810 어여차 어기 차차, 동해안 멸치 털기

130810 어여차 어기 차차, 동해안 멸치 털기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남동해 연안에서는 멸치잡이가 시작된다. 봄 기온이 오는 것과 동시에 멸치 떼들이 태평양에서 형성된 따뜻한 바닷물을 따라 쓰시마 인근까지 올라오고, 3월에서 6월 사이 우리나라 남동해까지 다가온다. 이때부터 멸치잡이 어부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특히 남동해안의 어촌 부두인 감포, 기장의 부두에서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보통 5-6명이 한조가 되어 먼 바다에 쳐 놓았던 그물을 건져서 부두로 되돌아오는 데 그 시간도 족히 이틀은 걸린다. 건진 그물을 배 간판에다 싣고 부두로 돌아오면 어부들은 멸치 털기 준비에 들어간다. 보통 한밤중에 도착하면 새벽이 되어야 멸치 털기를 시작할 수 있는 데 그때부터 쉼 ..

130812 캐나다에서 고등어조림 한상

130812 캐나다에서 고등어조림 한상 Sobeys에 잠깐 들렸다. 과일과 채소 그리고 음료 등 몇 가지를 챙기면서 상가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문득 내 눈에 상가 한 구석에 있는 어물전이 들어 왔다. 가만히 보니 그 곳에 눈에 익은 어물이 있었다. 고등어였다. 굵기가 내 주먹보다 약간 작고 길이는 한자 정도 되는 놈들이었다. 세 마리를 주문하여 고등어를 카트에 넣자 왠지 나는 싱글벙글 해졌다. 사실 내가 캐나다의 소도시에 와서 살면서 '여기서 무슨 어물을 먹어 볼 수 있겠는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고등어 같은 어물을 구하려고 법석을 떨어야 하나' 하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아니 억지로 구하면 먹을 수 있었겠지만, 그 흔해 빠진 고등어와 꽁치를 젊은 시절까지 지겹도록 먹었는데 여기서 내 손으로 ..

130710 세인죤(Saint John)의 강과 바다

130710 세인죤(Saint John)의 강과 바다 나는 캐나다에 이민하면서 Saint John에 렌딩하였다. 물론 렌딩 전 어디에서 살아야 하나 하고 고민을 많이 하였다. 고민해 본들 경험적인 정보는 적었고, 있었다 한들 단순하고 심플한 정보밖에 없었던 터라, 실질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그 단순한 정보라는 것이 Monton은 내륙이고, Saint John은 바닷가이며, Fredericton은 강가의 교육도시라는 것, 그리고 몽톤이 가장 크고, 다음이 세인죤, 그리고 프레데릭톤 순이며, 발전성과 돈의 흐름도 이와 비슷한 순서이다 라는 것이었다. (Monton, Saint John, Fredericton은 캐나다 동부에 있는 NB주의 대표적인 도시이다) 나는 단순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였다. 세인죤이..

Coffee 첫잔의 맛과 향기

Coffee 첫잔의 맛과 향기 매일 아침 나는 Tim Hortons에서 커피를 사 먹는다. 이제는 그 커피와 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보낸다. 커피 맛과 향기와 빵의 부드러움이 입으로 전해지면 나는 황홀해진다. 전에는 업타운(uptown)에 있는 Coffee Mill을 자주 이용하였지만, 지금은 Tim Hortons이 내 집 근처에 있어 매일 이용한다. 오랫동안 그 맛이 길들어져서 그런지 이제는 이곳 커피 맛이 아주 좋다. 커피를 주문할 때 나는 가능한 신선한 것이 선택되기를 마음속으로 빈다. 주방에서 커피를 준비할 때는 여유분을 둔다. 보통 2병, 혹은 3병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그것들이 회전되면서 고객에게 한 잔씩 전달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내가 주문한 커피가 운 좋으면 첫 잔이 될 수 있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