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12 쾌쾌한 먼지와 섞은 냄새 속에서
이른 새벽 자동차를 몰아 현장으로 갔다. 날씨는 영하권이다. 어제 밤 겨울비가 내려 바닥이 얼음이다. 다행이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괜찮았다. 이른 아침이지만 도로는 차량으로 붐볐다.
현장은 2층 건물로 1층은 작은 상가이고 현재 음식점으로 영업 중이며, 2층은 3개의 원룸주택으로 방 2개는 비어 있고 방 1개는 누군가 살고 있었다. 건물 소유자는 이 건물이 매매로 소유권이 이전되니 오늘 청소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람을 시켜 하면 최소 2명이 필요하다. 인건비만 따져보면 밥을 사주고 일당 20만원이면 50만원은 족히 든다. 그리고 작업지시 하면서 내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혼자 치밀하게 하나하나 하면 사람을 시켜서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에 지저분하고 더럽고 고생이 되지만 내가 다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전에 내가 경제활동을 할 때는 이것저것 따져 일을 처리했지만, 이제는 고객이 무리한 주장을 할 때면 다투지 않고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면 해준다. 직접적인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내 노동이 드는 일이면 말이다. 나이가 드니, 이제는 이것저것 따지기 싫다. ‘그래, 알았어요’ 하는 것이 더 편했다.
사람 살다간 흔적은 대단했다. 옷가지, 이불가지, 싱크대 먹을거리, 욕실 이것저것... 그리고 이 건물 주인의 어머니 유품들이다. 사용가능한 것도 많았다. 나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무조건 쓰레기봉투에 쑤셔 넣었다. 플라스틱과 철물을 별도로 분류하고, 나머지 폐기물을 전부 모아 쓰레기봉투에 꽉 채우니 50리터 쓰레기봉투로 50개나 되었다. 정말 어마어마했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참으로 어수선했다. 방 하나는 누군가 살다가 그냥 모두 두고 떠난 것 같고, 또 다른 방은 텅 비었고 이불가지만 있다. 나머지 방은 사람이 살고 있다. 1층과 2층 사이 다락에는 물건이 꽉 차 있었다. 이 건물 주인은 젊은 사람인데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이 건물을 상속받았다. 그 다락에 그의 어머니 유품이 있었다.
옷가지, 가방, 그릇, 소품, 등등 30년 전의 물건들이다. 무엇하려 그 어머니는 이곳에 그 잡동사니를 보관했을까? 아마도 버리기가 아까워 모아 두었으리라. 1층 세입자가 이것까지 치워달라고 했다. ‘건물주인은 이 다락이 있는지도 몰라’ 하고 투덜대면서.
난 사정없이 모두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마스크를 끼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눈으로 본 것은 사람의 지저분한 흔적이고 쾌쾌한 냄새이다. 사람이 살다가 살지 않는 방을 청소한다는 것은 좀 무섭기도 했다. 혹이여 이상한 동물 시체가 나올까봐, 그럴 리는 없지만... ... 그곳에서 발생한 먼지와 냄새는 위생상 별로 좋지 않다는 생각에 작업이 끝난 후 바로 샤워를 하였고, 입었던 옷가지 모두와 신발까지 벗어 세탁실로 보내고 나는 말끔하게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재래시장 입구에 있는 이 건물의 소유자는 어머니가 돌아가면서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아들은 팔아서 쓰자는 것인지, 다른 데 메우고자 하는 것이지, 아니면 또 다른 투자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급히 팔았다. 사는 사람은 은퇴자로 40대 아들을 위해 사준다고 하였다. 누구는 어머니의 유물을 급히 대충 팔고, 누구는 알뜰살뜰 챙겨서 아들을 위해 그것을 구입하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을 파는 경우와 그 반대로 부모 도움으로 부동산을 사는 경우를 평소 많이 보았지만, 그러리니 했다. 오늘 그런 건물을 내가 직접 들어가서 청소를 해보니 평소와 다른 느낌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무엇인가 남긴다. 삶의 터 같은 것... 꼬질꼬질하게 살면서, 혹은 고집을 부리면서... 그때는 그랬다. 지금도 그렇겠지? 그런데 자식은 부모가 남긴 것을 돈이 되면 그냥 판다. 공짜라서 그런가? 쾌쾌한 먼지와 섞은 냄새 속에서 일하다 말고 나는 잠시 울적해진다.
'하루를 보내는 나의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1005 매일 달리는 거야, 죽을 때까지 (0) | 2023.11.05 |
---|---|
231022 골굴사 전통무예 대회를 참관하고 (0) | 2023.10.28 |
231019 그때 그 시절 해운대가 그립다 (1) | 2023.10.19 |
230814 NB주 수도 Fredericton의 모습 (1) | 2023.08.14 |
230727 여기가 마치 피서지 같다 (0) | 2023.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