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19 나짱(Nah Trang) 해변에서 모래조각을 하며
12월 17일 아침 일찍 나짱에 도착하여 글도 쓰면서 쉬었다. 여기 호스텔 라운지가 아주 좋아 시간을 보내기는 매우 좋았다. 어제 밤, 2층 침대 버스에서 잠을 거의 못 잤지만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오후에는 나짱 해변으로 나가 보았다. 어머, 해운대보다 더 좋네! 백사장은 너무 넓었고 파도는 하얀 거품을 물고 밀려왔다. 바닷물은 청결하면서 따뜻했다. 이 좋은 계절, 그리 덥지도 않는 계절에, 바닷물은 시원했다.
여기가 해운대 백사장 길이만큼 긴가?, 신발을 벗고 들고 백사장 끝에서 끝까지 파도가 올라오고 내려가는 물 먹은 모래바닥을 걸었다. 반대로 돌아오니 참 멀기도 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 정도는 해야지…
중간 정도에 애라 모르겠다 하고 웃통을 벗고 바닷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참을 파도와 장난치고는, 혼자 물장난도 잠깐이다, 애라 조각이나 해볼까? 모래사장으로 돌아와 물 먹은 모래로 조각을 했다.
비치와 백사장은 열정과 젊음이다. 내 젊었을 때 나는 동해안을 보고 살았다. 열정이고 방황이고 꿈을 만든 곳이고 소리 지르며 울던 곳이었다. 지금은 내가 있을 곳은 아니다. 옛 추억이나 되새기는 정도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걷고 처다보기만 할 수 없었다. 이왕 바닷물에 몸이 젖었고 백사장 모래는 조각하기에는 최고품이다.
나는 바닷물에서 나와 젖은 모래로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조각할까? 장비는 없다. 단지 손가락뿐이다.
손으로 모래 바닥을 파고 손가락으로 모래를 대충대충 쌓고 팠다. 이렇게 1시간이라는 시간을 몰입했다. 파도가 밀려와 조각 밑을 평평하게 만든다. 그 위에 내 이름을 섰다. Andrew 2023. 12. 17
내가 가고 나면 곧 바로 파도가 그놈을 지울 것이다. 인생이 그런 것이 아니가? 지워지든, 남겨져 있든, 뭐 큰 대수인가? 몰입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모래조각이었다.
별 볼일 없는 것인데도 지나가는 사람이 신기한지 사진도 찍고 했다. 길고 긴 백사장 산보와 시키지도 않는 노동을 하니 많이 피곤했다. 무엇보다 바닷물에 젖은 몸이 끈적거렸다. 오늘 내가 바닷물에 들어가려고 한 것은 아니데 그렇게 되었다.
여기 백사장을 걸으니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팬츠만 입고 댓병 소주병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친구들과 흐느적 흐느적 백사장을 거닐던 그 시절…. 그래 백사장은 젊은이들에게 제격이다.
여기는 와보니 비치 휴양지이다. 혼자 와서 즐기는 것 보다 같이 와서 비치가 아름다워, 백사장이 좋아, 바닷물이 환상이야, 라는 핑계로 돈을 쓰며 사람과 어울리는 곳이다. 사랑과 낭만과 추억을 만드는 곳이다.
애들이 어릴 때 나는 애들을 데리고 내 고향 근처 작은 바닷가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놀았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어촌의 아름다운 백사장… 애들이 말했다. “아빠, 여기에 왜 왔어요?” 애들은 사람들이 왁작지껄한 백사장을 원했다.
그래 사람들과 사랑과 낭만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했는데… 애들은 표현을 못했지만, 내 식으로 여름날에 아주 한적한 백사장으로 갔던 것이다. 애들에게는 자연에 머무는 것보다 사람과 어울리는 곳이 최고인데 말이다. 이제 그 시절을 깨달았는가? 여기는 혼자 오는 곳이 아니다. 친구나 가족이면 좋고, 연인이면 더 좋은 곳이다.
내가 한국에서, 그 중 해운대에서 이런 호강을 누릴 수 있는가? 여기서는 되는 것 같다. 내가 여기서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니니, 한국에서 그냥 집에서 먹고 자고 하는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호스텔에 돌아와서 몸을 씻고 호스텔 1층 라운지로 갔다. 맥주 한잔(50k 분위기 좋은 곳은 비싸다)을 시켜서 마셨다. 내 주위에는 내 아들 같은 남녀 젊은이들이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짱은 나같은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 호스텔 라운지도 마찬가지이다. 내 옆에는 여러 젊은 애들이 맥주를 마시며 서로 어울리고 있고, 음악은 그들의 흥을 돋군다. 담배, 맥주, 음악, 젊음의 소리… 한 젊은 놈이 나보고 맥주 한 캔을 두고 간다. 저녁 6시부터 공짜 맥주가 제공되는 모양이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거리를 걸었다. 오후에 한줄기 빗줄기가 내리면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나에게는 특히 여기서는 여기 사람들이 즐겨 찾는 길거리 음식점이 제격이다. 오늘은 어떤 맛있는 저녁이 나를 기다릴까?
'여행기-그냥 떠나볼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1222 아름답게 다가온 Da Lat (1) | 2023.12.22 |
---|---|
231220 나짱(Nah Trang)시내를 돌아다니다. (2) | 2023.12.20 |
231218 Hoi An에서 Nah Trang로 가는 밤 버스에 몸을 싣고 (2) | 2023.12.18 |
231217 호이안(Hoi An)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0) | 2023.12.17 |
231209 베트남 음식 먹어보기(Vietnam Food) (0) | 2023.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