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3 걸어서 파리를 배우다(전편)
가드노(Gare du Nord)역 근처 숙소에서 이틀 동안 주변을 둘려보면서 잠으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으로 파리 배우기(나에게는 관광이 아니 배우기가 어울렸다)에 나섰다. 하루 전날 파리시티버스투어(seine, 센강 크루즈 투어 포함) 예약을 온라인으로 시도하였으나 결국 실패했다. 시티버스 혹은 유람선으로 파리 전체를 보고 부분적으로 구경할 예정이었지만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걸어서 파리를 둘려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우선 가드노역에서 전철로 파리도심 관광루트 부근까지 이동한 후 그곳에서 도보로 시내를 돌아다니고, 저녁이 될 무렵 다시 전철로 가드노역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번 해보니 하루 거의 2만보가 되었고 그 거리는 시티버스투어와 크루즈투어로 이동한 거리보다 더 길었다. 저녁무렵 숙소에 돌아오면 몸은 녹초가 되었다. 이때 Haleem 한 그릇은 내 원기회복에 좋았고 속도 편안하게 하였다.
첫날 : Louvre – dOrsay – Pantheon – Bastille
둘째날 : Triomphe – Trocadero – Eiffel – Invalides – Concorde – Seine – Notre Dame
셋째날 : Louvre – Bastille – Seine – Trocadero(야경)
넷째날 : Louvre Musee 내부 관람


아침은 숙소에서 Breakfast(7.0 Euro)로 해결하였다. 나는 아침으로 빵 한조각에 커피 한잔이면 족하다. 일단 쟁반에 음식을 푸짐하게 가져와서 coffee & Bread로 간단히 즐기고 남은 빵과 햄으로 샌드위치를 하나 만들어 챙기면, 그것은 나의 근사한 점심이 되었다. 혼자 돌아다니면서 점심 때가 되면 레스토랑을 찾아야 하고, 어떤 때는 도시의 미아가 되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점심은 이렇게 해결하자 하고 준비했다.
하루종일 걷다 보면 피곤하다. 옛적에는 도로 바닥에 주저 앉아 스케치를 하면서 피곤을 풀었다. 요즈음은 레스토랑에 앉아 주변을 감상하면서 설탕 한 봉지 넣은 에스프레소 한잔을 맛보곤 했다. 원액의 달달하면서 진한 커피향은 나를 천국으로 보냈고, 이때 피곤함이 확 달아났다. 한 잔에 2-2.5 유로이니 마실만 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보는 건물은 건물설비를 전부 외부로 노출시킨 건물이다. 사람으로 치면 피부가 없는 내장과 뼈대가 다 보이는 몰골이라 할까? 얼굴로 치면 한마디로 해골이다.
얼굴이라는 문화와 해골이라는 본질에서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어느 쪽일까? 누가 그렇게 생각하고 누가 설계했을까? 그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설계자는 “본질이다” 라고 무언으로 강력하게 말한다. 우리는 그 사실만 느끼면 되는 것이다. 이 건축물은 지금도 생각을 넘은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이다.
파리 도시건축물은 높아봐야 10층 건물이다. 높지 않은 건물들이 넓디넓은 파리 도시에 블록같이 빽빽히 채워져 있다. Saine강이 파리 중심을 지나고, 파리도심 구석구석에는 넓은 광장도 많다. 도시와 건물, 도로 기반시설은 정말로 계획적이면서 치밀하게 정성들여 예술적으로 조성되어 있다. 건축물은 마치 큰 공예작품 같았고, 그것을 품고 있는 도시기반시설은 정말 세계 최고였다. 파리 영광은 모두 다 기술자와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이룩한 것이다. 행정가나 정치인은 그저 돕는자 혹은 보조자에 불과했다.
그렇게 치밀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재료의 내구성 때문에 30년 혹은 50년이 지나면 닳아 회손된다. 그래도 그때마다 부분적으로 고칠 수 있다. 지금 기술이라면 10층 건물의 기초도 새로 고칠 수 있다. 그럼 파리는 천년 혹은 만년 지나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더 알차지겠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본질을 뒤로 하고 폼만 내는 고층위주의 도시를 조성한 우리를 본다. 30년이 지나면 허물고 다시 그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는다. 다음 50년, 100년, 혹은 200년 후에는 또 다시 허물고 지어야 한다. 그때는 무슨 돈으로? 그것이 반복되면서 천년만년 후의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우리가 힘들여 벌은 돈을 그때마다 그곳에 매물시키면서 말이다.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과거의 바탕에 창의적인 미래가 생긴다. 지금도 우리는 기분 나쁘면 과거의 건축물을 허물어 버린다. 그리고 텅빈 머리와 텅빈 가슴으로 새 건물을 짓고 새도시를 조성한다.
일본 근대화를 이룩한 메이저 유신 1871년 신정부 주요 인사들은 18개월간 이와쿠라 사절단(서양파견단)을 만들어 서구제국의 기술, 제도, 문화를 견학하고 돌아온 후 일본을 개혁하여 세계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보다 이른 1698년 러시아 표트르 1세는 자신을 포함한 서유럽 대규모사절단을 만들어 서유럽을 견학하고 돌아와 러시아를 정치, 군사, 문화를 유럽수준으로 서구화하고 개혁하여 러시아제국을 세계 최강의 나라로 만들었다.
우린 이런 것 없이 우왕좌왕하면서 나라와 도시를 건설했다. 남의 나라에 있을 때 배운 기술도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500년동안 맨날 색깔만 따졌는 문관들이 나라를 팔아먹고는 이 나라에 또 다시 유령처럼 나타나서 혓바닥과 권력으로 자기 이익과 정치만을 따지고 있다. 근본도 없이, 아니 근본 자체를 모른다. 다 변했는데 그들만 시궁창에서 혓바닥만을 놀리면서 국민을 우롱하니 말이다.
싹 밀어버리고 근본을 바탕으로 새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났다. 찻집에서 달달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면서 그런 격동의 마음을 달랬다. 나 자신만이라도 그렇게 하리라. 그렇게 하면서 늙어 사라지리라. 그리고 일어섰다. 그리고 파리 도심을 또 걷었다.
걷다 걷다 피곤하여 인도에 앉았다. 앉아서 보니 파리모습은 많이 여유로웠다. 노상카페에서 한잔의 차와 음식을 하면서 보는 파리 느낌은 어떨까? 황혼이 내리는 파리의 노상 레스토랑에서 음악과 함께 다정한 그대와 하는 와인 한잔을 꿈꾸어 본다. The café at Night를 그리는 Vincent Van Gogh의 마음은 이러했으리라.




바닥에 앉아 있으니 인도 바닥에 날짜와 영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금방 눈치를 차렸다. 인도바닥은 매설작업이나 보수로 여러 번 부분적으로 재포장이 된다. 이때마다 꼼꼼히 포장하고 날짜와 시공기술자 이름을 박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사의 치밀도를 보니 정말 꼼꼼했다. 다시 보수공사를 할 경우 전 시공자의 책임여부를 금방 알수 있으니 대충 공사를 할 수 없다. 그들이 돈이 없어 비싼 보도블럭이나 돌을 아니 깔았을까? 본질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도바닥이 이러하면 안보아도 파리 전체를 알 수 있다.

파리를 떠나 북경 경유 서울에 도착하여 서울 누님댁에서 며칠 지내다 세종을 거처 고향으로 내려왔다. 몇년동안 걸어다니면서 다니던 세종정부청사를 지나가면서 평소 자주 보았던 광경이 또 눈에 들어왔다. 한두 군데가 아니다. 좋은 자재를 쓰면 무얼하나? 왠지 전보다 더 마음에 걸렸다.
한 나라의 정부청사 거리가 이러하다. 하나를 보면 전부를 알수 있다. 내부는? 건물 기초는? 30-45층 고층 아파트는? 100년 후에는 허물고 새로 지을 수 있을까? 왜 선진국과 반대로 업무시설은 10층이하 저층으로 지으면서 주거건물은 초고층으로 지을까? 본질은 없고 행정가와 정치인의 입과 권력만이 판을 치니, 당연 그때그때 대충 하는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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