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1 파리 이민자들의 삶을 보다
파리 공항에 도착하여 전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가 있는 곳은 가드노(Gare Du Nord) 부근에 있는 호스텔이다. 알고 보니 가드노는 파리 국철과 전철이 모이는 우리나라 서울역같은 곳이었다.
가드노에 도착하여 둘려보니 여기는 마치 파리가 아닌 이민자의 거리 같았다. 숙소에서 나와 낮과 밤의 거리를 걸어보았다. 중동지역 혹은 아프리카 지역 이민자들로 보이는 사람들로 거리는 꽉 차 있었다. 그들끼리 모여 담배를 판다든가, 이상한 약초를 팔고 있었다. 혹은 끼리끼리 모여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거리에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음식점으로 보이는 음식점이 많았다. 식당안에는 많은 이민자들이 있었는데 허기진 배를 채우는 모습이었다. 음식 이름으로 Curry, Halal, Haleem이 보였다. 이는 중앙아시아, 인도, 그리고 이슬람 문화권의 음식이다.
Bangladesh, Indian, Pakistan 음식을 파는 Shah Restaurant에 들렸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형식이 아닌 미리 만든 음식을 쟁반에 들어주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신속하게 먹을 수 있었다. 많은 이민자들이 일을 마치고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는 것으로 보였다. Samossa 2개+야채(1.5 Euro) , 커피 한잔(1.5Euro)이다. 저녁으로 Samossa 2개+야채를 시켜 먹는 젊은 이민자들도 보였다.
파리에 머물면서 매일 샌드위치를 먹었다. 저녁에는 속이 편안한 죽이 생각났다. 혹이여 적당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둘려봐도 역시 비슷한 양식음식뿐이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레스토랑에 정식을 시켜 혼자 먹기는 분위기도 가격도 아무래도 편안하지 않았다.
나는 Haleem + Naan(5.0Euro)을 시켰다. Haleem을 먹어보니 정말로 내가 먹고 싶은 고기 죽이었다. 아마도 양고기와 함께 곡물을 넣어 푹 삼은 죽이 아닌가 하였다. 얼마나 맛있고 속이 편한지 매일 저녁으로 이것을 먹었다. 식당 직원들이나 손님들이 동아시아인 혼자 그들 사이에서 Haleem을 먹고 있다는 것이 특별했겠지만, 그들 눈에는 허름한 동아시아 노동자로 보였는지 바삐 돌아가는 이 식당에서는 이상할 것도 없었다.
사실 저녁 한끼로 5 Euro는 노무자들이 저녁으로 때우는 사이드 매뉴이다. 향과 맛, 그리고 느낌은 아마도 이상한 맛이 나는 개죽이라고 하면 딱 맞지만, 나에게는 싸고 맛있었다. 푹 끓인 고기죽이니 나에게는 향료를 넣은 보양식과 같았다. 중동식인 손가락으로 Naan 조각에 Haleem을 뭍혀서 먹어보았다. 내 입에는 한국의 본죽보다는 좋았다. 어떤 때는 큼직한 Samossa(1Euro)를 사서 먹어보기도 하였다. Samossa 2개 먹으니 점심으로 충분했다. 기름에 뛰긴 고기쌈 몇개로 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하는 그들의 식문화이다.
가드노역 근처 잠자리를 정했기에 파리관광을 위해서는 매일 가드노역에서 전철을 타야했다.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가드너역을 들락거렸다. 낮과 저녁시간에 가드노역 주변에 많은 중앙아시아 이민자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저녁시간에는 식당에서 모여 음식을 먹기도 하고 끼리끼리 맥주잔과 함께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저녁시간이면 이렇게 식당에서 모여 맥주와 식사를 하는가 보다. 개별적으로 집에서 알뜰살뜰 해먹는 우리 문화와 많이 달랐다.
파리에서 일을 하고 식당에서 저녁과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법 이민자들도 많겠지. 프랑스는 이민자들로 골머리가 아픈 나라이다. 도로에서는 보안경찰이 상시 순찰 중이었으나 그들을 이유없이 그냥 조사하지는 않았다.
처음 여기 가느노역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런 이민자 거리 모습에 당혹하였고 조심스러웠다. 저녁시간에 거리에 나와 혼자 걸어다니면 위험할텐데 하고 염려했었다. 그런 우려는 이틀이 지나자 해소되었다. 여기 중동, 중앙 아시아 이민자들이 나와 다툴 일이 없다. 만약 나와 조금이라도 시비거리가 된다면 그들은 보안경찰에게 필요 이상의 서류를 보이고 해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나는 저녁 늦은 시간에도 주변을 마구 돌아다녔다.
아침이었다. 물뿌리는 차가 도로바닥을 물로 청소하였다. 가드노역 앞은 아침에 바닥에서 오줌내가 났다. 청소차는 이런 냄새를 제거하고자 매일 도시 바닥을 청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민자들이 많았지만 도로에 난전은 없었다. 도로 바닥에서 물건을 팔려고 하면 바로 안전경찰이 와서 조사를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관광차 파리에 왔다. 제일 먼저 느낀 것으로 프랑스 이민자의 삶이었다. 이민자들이 많은, 서울역 같은 파리 가드노역 주변에서. 어린애나 여성은 보기 어렵고 주로 남성 이민자들… 아마도 고국의 가족을 위해서, 홀로 자유를 찾아서, 혹은 불법으로 파리 여기에 왔을 것이다. 여기서 프랑스의 고민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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