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15 문득 핸드폰을 잃고
나는 지금 내 집을 짓고 있는 중이다. 골조과 벽체공사를 끝내고 전기와 설비를 설치한 후 바닥에 기포콘크리트를 쳤다. 직접 공사할 경우 주인은 각 공종의 전문업자가 매끄럽게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거나 조언을 한다. 주인의 역활이다. 집짓기 뿐만 아니라 사업이든 장사이든 항상 허드렛일을 하는 이는 바로 주인이다.
기포콘크리트공사가 끝나고 주변을 정리하는 중 캐나다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그 친구는 보름 간격으로 나에게 카톡을 친다. 그때마다 우리는 1시간 이상을 통화한다. 그는 노래를 좋아하고 나는 그림을 좋아하기에 같이 지낼 때나 대화할 때 항상 재미가 많다. 공사현장에서 늦게까지 통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한 후 핸드폰을 찾으니 없었다. 집안을 구석구석 다 뒤졌다. 그래도 없었다. 공사장에서 일을 하면 입었던 옷이 엉망이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입었던 옷을 벗어 바로 세탁기에 넣었다. 혹시나 핸드폰이 주머니에 넣어진 채 세탁이 되고 있지 않나 하여 세탁기 안을 뒤졌다. 없었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냉장고 안, 싱크대 안밖, 혹은 내가 지나간 자리 모두 뒤졌다. 없었다. 아마도 공사 현장 어딘가 두고 왔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건물 내부와 주변을 뒤졌다. 역시 없었다.
참으로 답답하고 난감했다. 내일 오전 8시부터 바닥 미장콘크리트 공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당장 레미콘 회사에 돈을 입금해야 내일 공사가 진행된다. 레미콘은 미리 현금입금을 해야 납품받을 수가 있다. 이 핸드폰이 없으면 은행일을 못하고 레미콘반입이 안되어 내일 작업자는 허탕을 친다. 집에 컴퓨터로 은행일을 볼 수는 있으나 모든 정보가 핸드폰안에 있어 무용지물이다. 핸드폰 없이 나는 현장에서 마냥 기다려서 업자를 직접 만나 이해를 구해야 된다. 무엇보다 내일부터 모든 일이 엉망이 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찾아보았다. 아는 지인에게 요청하여 나의 번호를 주고 신호를 보냈다. 집 주위에서는 어떠한 벨소리가 없었다. 다시 현장으로 갔다. 옆집 사람을 불려내어 내 번호를 주고 신호를 보내 보았다. 현장 주위에서도 어떠한 벨소리도 없었다. 참 남감했다.
낙담하고 있는 중에 이웃집 학생이 조언을 주었다. 집에 컴퓨터가 있다면 접속하여 위치추적을 해보라고. 다시 집으로 왔다. <다음> 사이트에 들어가 <핸드폰 분실>로 검색을 해보았다. 정답은 <구글(google.com)>에서 <내 이메일>로 접속하여 <기기위치찾기>항목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해보니 지도가 나왔고 내 핸드폰은 건축현장 인근 강뚝에 있다고 표시가 되었다. 얼씨구나!
바로 그곳으로 가서 둘려보았다. 이미 밤이 되어 어두웠다. 희미한 도로변 조명으로 둘려보았으나 강뚝은 넓었고 풀마저 무성하여 분간이 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을 세웠다. 아가씨였다. 무조건 다가가 도워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그들은 비명을 지르고 도망갔다. 조금 지나니 젊은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갔다. 무작정 형편을 이야기 하고 내 번호로 전화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는 다행이 내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강뚝 풀속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헤메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멀리서 아주 약하게 익은 멜로디가 들렸다. 그 방향으로 다가가니 그 소리가 점점 커졌고 강뚝 위 숲속에서 내 핸드폰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손으로 만지고 볼로 쓰다듬었다. 나는 핸드폰에 운전면허증과 현금 5만원권 한장을 끼워둔다. 보니 요놈은 온전히 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내일 공사할 레미콘 금액을 입금하고 내일 오전 8시까지 현장반입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공사업자에게도 내일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연락했다. 만약에 핸드폰을 못 찾았다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그리고 나와 약속된 사람들은 나와 전화가 불통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몇 사람은 내가 혹이여 잘못되었나 하고 여길 것이다. 핸드폰 세상이 되다 보니 제 3자를 통하여 연결하는 방법이 전혀 없다. 전화번호와 정보가 생각나지 않아 내 핸드폰 아니고는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별나라 세계에서 사는 기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핸드폰이 그곳에서 발견된 것이 이상했다. 차를 몰고 현장에서 집, 그리고 그 반대로 간 적 밖에 없었다. 강뚝에 내가 차를 세우 적도 없었다. 아마도 내가 핸드폰을 친구와 카톡을 즐기다 무심코 현장 외부 어디엔가 두었거나 흘렸고 그후 누군가가 그것을 발견하여 집었다. 자동차로 이동하다가 생각해보니 찝찝하여 창문으로 주운 핸드폰을 강뚝에 던져버렸다. 내 추측이다.
핸드폰을 찾는 과정은 드라마틱 했다. 아뭏은 일상으로 바로 돌아왔다. 2시간을 헤메다가 다행이 바로 내 핸드폰을 찾았다. 문득 핸드폰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았다. 이제는 과거 그런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미 우리는 전적으로 핸드폰에 의존하며 산다. 즉 핸드폰 세상이다. 모든 일에서 요놈이 재롱을 부린다. 어쩔 수 없다. 핸드폰 요놈… 내 사랑아... 한시 한때라도 절대 나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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