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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1 나의 오디오 장비와 클래식 사랑

Hi Yeon 2021. 7. 11. 14:18

 

 

210711 나의 오디오 장비와 클래식 사랑

 

대학을 졸업하고 건설현장 기사로 일할 때 나는 크게 몸을 다쳤다. 그리고 시골에 내려가 휴양을 하였다. 어머니가 주는 밥을 먹고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오랜 기간 지내야 했다. 그때 나에게는 SONY WALKMAN이 있었다. 카세트테이프 크기로 두께가 아주 얇은 최신형이었다. 그 기계에 클래식 음악을 넣어서 이어폰으로 매일 듣곤 했다.

이어폰에서 퍼지는 멜로디는 한마디로 환상 그 이상이었다. 그때 들은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비발디, 차이코프스키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왈츠, 팝송... 피아노, 드럼, 기타, 트럼펫그때 들은 음악과 클래식은 평생 잊지 못한다. 그 시절, 내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음악전공자도 아니고 음악에 관련된 사람도 아니며,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도 보통 사람같이 유행가를 좋아한다. 음치이지만 젊었을 때 친구랑 막걸리 말술 몇 통을 사들고 바닷가 보이는 친구 집(고기잡이로 보통 어부는 성어기 때는 집을 비운다)에서 밤이 새도록 울려고 내가 왔던가같은 뽕짝을 목이 터져라 불렸다. 술 먹고 놀 때는 다 그랬다.

 

내가 특별하고 유난을 떨어서 베토벤’, ‘슈만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 멋도 모르고 장기간 들은 클래식은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치유의 휴양시절에 내 정신건강에 매우 도움이 되어, 아마도 그때 클래식이 내 머리와 가슴에 박혔을 모양이다. 그래서 그럴까? 평소 라디오 클래식 방송을 백 뮤직으로 틀어 놓고 일을 하거나 시간을 보낸다.

 

그 후 고향에서 휴양을 끝내고 상경하여 직장을 가졌다. 줄곧 나만의 음악실을 가지고 싶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었고 또한 가족이 있어 집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어려웠다. 그 시절 전문 오디오 장비는 나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오디오 전문 잡지를 사보고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문득 한국산인 INKEL 오디오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꽤 괜찮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수준에 맞추자는 생각에 INKEL Audio Set(Integrated Amplifier, Tuner, Turntable, Cassette Deck, Speaker)을 구입하였다. 물론 인켈 오디오 시리즈 중 중간급의 기기였다. 사실 장비를 구입하면 정말 클래식이든 가요든 계속 들을 줄 알았다. 처음에는 좀 듣다가 시간이 지나자 오디오 셑은 하나의 장식품이 되고 말았다.

 

캐나다 이민을 하면서 내 이삿짐 목록에는 이것을 제외시켰다. 내가 노래들을 여유가 있겠는가 라는 이유였고 그곳에 품질 좋은 외재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어 굳이 가져가야 하나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지 추가로 구입한 Bookshelf Speaker(Wharfedale) 1조를 이삿짐에 넣었다. 이것은 제법 큰돈을 들여 산 고급 소형스피커이기 때문이었다.

 

캐나다 생활 초기에 많은 생활용품을 중고제품에 의존했다. 차를 몰고 중고만 있는 가게에 가면 10달라 미만에 무엇이든 살 수가 있었다. 내가 살았던 캐나다 동부 작은 도시에서 그때는 이민 초기의 시대였다. 이민자가 흔하지 않아 중고가게를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가보면 좋은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저 구석에 매킨토시 앰프가 보였다. 외관은 누추해 보였지만 고급나무로 만들어졌다. 소형 튜너와 앰프(Receiver Amplifier)이었다. 10달러를 주고 집으로 와서 외관을 올리브기름으로 닦았다. 원목프레임에 전면은 황금색패널이었다. 앰프 전면에 보통 기본으로 있는 Bass(저음), Treble(고음), Balance, Volume, 주파수 조절 손잡이가 모두 수동이었다. 부속물로 가져온 전용 연결케이블도 고급이었다. Bookshelf Speaker(Wharfedale)를 연결해 보았다.

 

라디오에서 흘려 나오는 클래식은 환상이었다. 예비입력장치(AUX)에 내 노트북를 연결하여 인터넷과 노트북에 저장된 음악을 즐겼으며, 더 나아가 이것에 50인치 TV를 연결하였다. 그때 박진영(JYP), 양현식(YG)이가 주축인 된 K-POP오디션 TV 프로그램을 매일 시청했다. 단독주택 큰 홀에서 조명을 죽이고 안락의자에 앉아 큰 화면과 우렁차게 품어 나오는 오디오 소리를 즐겼던 것이다. 10달러의 구형 매킨토시 앰프의 위력이었다.

 

애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타지로 떠났다. 나도 고국으로 돌아 왔다. 돌아올 때는 배낭하나 달랑 메고 돌아 왔다. 그때 즐겼던 모든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은 그냥 그곳에 두고 와야 했다. 지인에게 주고 거라지 세일에서 헐값으로 처분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잠시 클래식을 듣는다는 생각은 없었다. 워낙 여러 종류의 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TV, 가요, 등등 쉽게 그리고 잠깐이라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잠깐이라도 저녁 나의 시간에 조용히 음악을 즐기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세종에서 내 사무소를 마련할 때 나는 중고가구점에서 SONY MUSIC BOX를 단돈 30,000원에 구입했다. 작은 올인원(All in one with radio and CD)장치였다. 이 작은 장치로 내 사무실에서는 언제나 백 뮤직으로 라디오 KBS 98.5MHZ 클레식이 은은하게 흐른다. 물론 대화에 방해받지 않는 들릴 듯 말 듯 하는 소리로 말이다.

 

지금 보면 그것은 매우 구형이고 그냥 주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보잘 것 없는 것이나 작은 라디오장치 소리보다는 나았다. 으레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면 나는 그것부터 ON한다.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의미도 이름도 모른다. 단지 느낌으로만 듣는다.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두 해 자동차 없이 걸어서 다녔다. 내 사무소에 왔다 갔다 하기 위해서는 당연 자동차가 필요했다. 15년 된 중고 SUVKia Sportage를 구입했다. 매우 오래된 자동차이나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다. 캐나다에 살면서 나는 새 차로 현대 뉴 투샨을 구입하여 몰았다. 내 잣대로 생각하는가? 어쨌든 느낌으로는 지금 15년 된 구형 중고차가 더 승차감이 좋았다.

 

자동차에 올라타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KBS 98.5MHZ 클레식이 흐른다. 그런데 이 자동차 오디오 기계가 생각 이상으로 수준급이다. 신형 자동차에서 느끼는 음악소리는 가볍고 깨끗하다고 하면, 내 중고차에서 나는 음악소리는 가볍지 않고 다소 묵직하면서 청명하다. 어느 오디오에서 듣는 소리 이상으로 감이 좋다. 아마도 기아가 처음으로 SUV를 개발하면서 수출용 The Best World Car를 제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차에 올라타면 클래식이 ON한다. 조용하고 은은하다. 때로 아는 멜로디가 나오면 볼륨을 올린다.

 

최근 나는 내 사무소 근처로 거주지를 옮겼다. 전과 다르게 독립적인 내 공간이 집에서도 생겼다. 당연 오디오셑이 있으면 하였다. 시중에는 100만원 미만의 All in One 제품(라디오, CD, 스피커가 하나의 몸체로 구성된 오디오)은 수십 가지가 있었다.

기능별로 분리된 오디오 장치를 갖고 싶었다. 한때는 진공관 앰프에 매혹되었다.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가 보니 천만 원 대를 훌쩍 넘겼다. 몇 십만 원의 All in One 제품은 아담한 크기에 장식효과가 있으나 음질이 마음에 안 들고, 기능별로 분리된 것을 선택하려니 비용과 장소가 부담이었다.

 

어느 날 당근마켓에서 중고 인켈 오디오셑을 발견했다. 옛날 생각이 났다. 그때 나도 구입하였지. 그리고 이민하면서 버렸지. 그래 그 정도이면 됐어. 추억도 되니까. 사실 앰프와 스피크는 옛날에 만든 것이 좋다. 오디오 기술이라는 것은 하드분야가 많아 쉽게 기술개발이 어렵다. 차라리 중고라 하더라도 옛날에 꼼꼼하게 만든 것이 좋을 수가 있다.

외제 유명 중고도 앰프 하나 혹은 스피크 하나 백만 원을 훌쩍 넘긴다. 요즈음 살기 좋다. 누가 국산 중고 INKEL을 처다 보나? 나름대로 INKEL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음질로 따지면 새 것의 올인원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을 뒤져보니 INKEL 오디오셑(Integrated Amplifier AX-5100R, Equalizer, Tuner TD-1120, Speaker Lotte LS-320)80,000원에 나왔다. 얼른 찜을 했다. 자동차를 몰고 매도자 집인 대전 유성으로 달렸다. 장마 비가 내리는 날 매도자는 그의 집 밖에서 오디오를 준비해 놓았다. 청음해 보란다. 소리는 이상 없이 잘 나왔다.

오디오셑을 분리하여 차에 실었다. 그것도 분리해 놓으니 제법 짐이 되었다. 옛날 형이라 스피크(3Way Type) 크기가 컸다. 매도자가 Full Set로 사용하던 것이라 나는 추가로 구입할 것은 없었다.

 

아파트 거실 한쪽 벽에 그들을 조립했다. 이퀄라이저는 빼 버리고 오직 앰프, 튜너, 스피커로만 조립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AUX 단자에 유선으로 핸드폰을 연결해 보았다. 이 가격에 이런 소리라니 한마디로 환상이었다. 아파트이다. 작은 볼륨으로 저음의 8인치 우퍼와 중음과 고음의 스위터에서 나오는 소리는 한마디로 은은하고 조용하며 청량하다. 사양이 고급인 벤츠 신형 소형자동차보다 오래된 구형이지만 대형 그랜저가 더 타는 맛이 좋다는 것과 같았다.

 

누구는 고물로 대게 폼 잡네할지도 모른다. 좋은 장비로 폼을 내는 것도 좋지만 기계란 잘만 사용하면 된다. 그렇다고 내가 클래식으로 폼을 내는 것도 아니다. 나는 클래식을 잘 모른다. 클래식이 흘려도 대부분 이름도 멜로디도 잘 모른다. 그냥 은은하게 음악이 흐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부이다.

 

나는 이제 아침 눈 뜨자마자 ON 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ON한다. 그러면 튜너와 앰프에 분홍색이 나타나면서 98.5MHZ가 은은하게 소리를 흩날린다. 태블릿을 연결하여 가끔 내가 좋아하는 가요를 튼다. 묵직한 영혼의 외침, 임재범의 고해’, 애틋한 사랑의 호소, 백지영의 그남자’, 특히, 나는 그 노래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