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두더지 게임기를 보았다. 아주 옛날 젊었을 때 한번 보았나? 게임기 앞에서 쉬이 떠나지 못했다. 지금도 이런 게임기가 있다니? 두더지는 500원 동전 한 개를 넣으면 8개의 구멍에서 두더지 인형 얼굴이 튀어나오고, 그것을 망치로 치면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기이다. 아주 단순한 게임이지만 왠지 나는 그때 처다 보면서 마냥 웃고 말았다.
핸드폰에 수만 가지의 놀거리가 있는 세상에 요즈음에도 사람들이 이런 촌스러운 게임을 한다 말인가? 슬쩍 한번 더 보니 나도 모르게 또 웃음이 나온다. 망치로 칠 때마다 색다른 두더지 얼굴이 번갈아 튀어나오는 것이 웃습고 그것이 아직도 이렇게 여기 있다는 것이 웃습다. 옛날 생각이 나면서 또다시 웃는다. 젊었을 때 그것을 한번 해보고는 얼마나 신기해하였던지. 돈이 없어 두 번 못했지만 그때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많이 웃었다. "나 잡아 봐"하는 두더지를 보고 알 듯 모를 듯하는 감정으로 '우리 인생이 이렇구나' 하고 웃었는지 모른다. 하였튼 그때 그것을 보면 웃습고 신기하고 이상했다. 그때 두더지는 터미널과 대합실이나 상가 앞에 많이 볼 수 있는 게임기이었다. 어린애들이 특히 좋아했다.
요놈을 치면 조놈이 튀어나오고 이놈을 치면 저놈이 튀어나온다. 간단한 경음악과 함께 치면 "왜 때려" 하는 경쾌한 외침이 나온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노려 보면서 쳐야 한다. 디지털 기기가 없었던 촌스러운 시절에는 두더지 게임이라는 것이 한번 해보고 싶었던 신기한 게임기였을 것이다. 그래서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요것만은 누구나 아마도 한번 정도는 쉽게 해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것을 곁눈으로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동전 하나만 넣으면 잠깐 행복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니까. 잠깐이나마 웃을 수가 있었기에.
그 이후로 나는 두더지 게임기을 못 보았다. 산업화로 여러 전자 게임기가 나온 덕분에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관심이 없어서 있었는데도 못 보았는지, 아무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그놈을 발견했다. 아니 요즈음에도 두더지가 보이다니. 그놈을 보고 혼자 웃고 말았다. "날 잡아 봐" 하는 그 두더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럼없는 웃음이 아닌 좀 더 철든 웃음이었다. 나이 먹어 이제 인생을 알 것 같은 나이에 그놈이 무슨 말을 하는 지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생아, 날 잡아 봐."
디지털 게임기가 대중화되고 노래방이 유행하고 온갖 종류의 스포츠가 일반화되었다. 미디어 영상에서는 수만 가지의 영상과 음악이 솟아져 나온다.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손바닥 안에 있다. 그것으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찍고 보내고 공유도 한다. 그리고 서로 대화한다. 그런데 지금 두더지 게임기가 고속도로 휴게소 구석 저편에서 덩어리 있다니. 내 눈에도 너무나 유치하고 볼품없다. 사라져 없어져야 할 골동품인 것이다. 추억 속에 간진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실내 야구사격장 구석에서 요것 하나가 손님을 맞이한다. 사람들이 일부러 요것을 찾지는 않지만 요것을 보면 많이 한다. 이상하다. 내가 직접 해본다. 해보니 신선하고 재미있다. 남이 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더 절로 난다. 이유없이 즐거워진다.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놈이 단돈 500원만 먹으면 얼굴을 내밀며 나에게 말한다. "인생아, 나 잡아 봐." 우리에게 하는 소리이다. 잡다한 인생이 떠오른다. 그가 무슨 의미로 떠들던 복잡하고 스마트한 세상에서 이렇게 단순하게 툭툭 나를 잊을 수가 있다. 화나고 힘들거나 즐겁고 심심할 때 그래도 요놈만큼은 나를 상대해 준다. 이렇게 말하면서 "잡아 봐, 띠리링", "때려 봐, 띵리리." 오늘도 어린애들도, 학생도, 젊은이들도, 아주마도, 아저씨도,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두더지를 치면서 마냥 웃는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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