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람 Yeon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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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며 창조하다

총 쏘는 여자 배팅하는 남자

아들아 엄마가 있다

Hi Yeon 2016. 9. 11. 12:50

키가 작아 사격대에 팔을 걸칠 수 없다. 총이 무거워 두 손으로 총을 세울 수 없다. 총이 길어 눈을 가늠구멍에 가까이할 수도 없다. 그래도 해본 경험으로 발꿈치를 세우고 겨우 총대를 세운다. 어쩔 수 없이 눈은 개머리판 끝에 두고 가늠구멍과 가늠쇠 그리고 표적을 일직선으로 두고 방아쇠를 당긴다. '땅'소리가 나자 '피웅'하며 표적이 넘어가는 소리가 울린다. 신기하다. 가늠구멍에 눈을 가까이 대지도 않고 표적을 정확히 맞추다니. "너 대단하다" 하고 애기 머리를 쓰다듬으니 애기 엄마가 빙그레 웃는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엄마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아들이 좀 더 편하게 총을 쏠 수가 있을까? 하고 궁리하다 의자를 가져온다. 아들은 의자 위에 서 보기도 하고 쪼거리고 앉아 보기도 하였으나, 사격자세는 불안했다. 대신 아들은 양 옆에 있는 칸막이 쇠파이프에 발을 걸쳐 본다. 자세가 엉거주춤하다. 이래도 불편하고 저래도 불편하다. 결국 엄마는 아들의 편한 자세를 위하여 아들 뒤에서 온몸으로 밀치며 받쳐 든다. 마치 내가 총을 쏘는 양 아기 낳는 힘으로 아들을 받쳐 든다.

이제 제대로 자세를 잡을 수가 있다. 아들은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을 가늠구멍에 가까이 대고 편안하게 표적을 본다. 아들은 총을 조준하고 엄마는 아들을 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아들은 엎드리고 엄마는 서서 솨' 자세인 것이다.

탕... 탕... 탕...

총알은 어김없이 표적을 밀치고 갔다. 표적이 넘어가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피웅'하고 나온다. 그 소리가 너무나 기운차고 시원하다. 

 

벌써 40발의 총알이 다 발사되었나? 엄마는 아들 몸 상체를 사격대에 그대로 걸쳐 놓고는 카운트로 와서 한번 더 사격하겠노라고 한다. 한 번에 그만두기에는 아들도 엄마도 서운한 것이다. 탄창이 다시 장전이 되자 엄마는 본격적으로 아들을 받쳐 들고 다리에 힘을 바짝 준다. 그리고,

탕... 탕... 탕...

엄마와 아들 그리고 총이 어울려져 총알이 표적을 향해 땅땅거리며 연달아 날아간다. 그때마다 표적이 넘어가는 소리가 피웅피웅하고 울린다. 땅... 소리는 '엄마가 최고야'라고 하는 아들의 찬양가로, 피웅... 소리는 '아들아, 엄마가 있다'라고 하는 엄마의 사랑가로 들린다.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