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버지가 초등생 작은 아들과 중등생 큰 아들을 데리고 실내사격장에 왔다. 가족과 함께 밖에서 저녁 먹고 나서 소화를 시킬 겸 재미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었다. 작은 애은 어리다 보니 쉽게 "나 잘 몰라요. 총 쏘는 법 알려주세요" 하고 관심과 어리광을 부린다. 큰 애은 사춘기 때라서 그런가? 쭈빗쭈빗하고 덩렁거린다. 직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총을 만지고 아버지의 잔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총을 자기 멋대로 갈긴다.
사격은 남녀, 노소, 강약 구분이 없다. 누구나 제대로 알고 침착하기만 하면 잘할 수가 있다. 연인끼리 실내사격장에 와서 남자가 '총정도야!'하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치지만, 사격을 한 후 여지없이 남자는 여자에게 주눅이 든다. 점수로는 안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처음이라 하더라도 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설명이 있다 하더라도 듣지 않는 경향이 많다. 일반적으로 사격은 '보고 쏘면 되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한다. 군에 갔다 온 남자들은 어떨까. 좀 잘할 뿐 마찬가지이다. 첫 경험이라 하더라도 설명을 듣고 쏘는 여자분의 점수가 대체로 높은 이유이다. 큰 힘과 요령이나 기술이 필요 없는 사격이나 다트(Dart)와 같은 종류의 게임은 대체로 이와 같다. 잘 해 보겠다는 의지와 원칙을 알고 침착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은애는 강사 설명을 잘 듣고 그대로 사격을 하니 점수가 팍팍 올라간다. 설명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갈겨대는 큰 애의 점수는 여전히 제로이다. 아버지는 작은놈이 기특해 보인다. 여기서 사용되는 사격용 소총은 군에서 사용되는 16소총과 비슷하다. 그러나 BB탄이 장착된다는 것만 다르다. 어린애가 진짜 총을 그렇게 잘 쏘아대니, 그것도 처음인데, 아버지 마음이 그럴 수밖에 없다. 주머니에서 돈을 내면서 작은놈 보고 한번 더 사격을 해 보길 권한다. 그다음, 작은 애는 감을 잡았는지 명중율는 80%까지 올라갔다. 큰 애는 좌우로 힐끔거리면서 계속 총을 쏘아보지만 역시 점수는 제로이다. 즉 한 발도 안 맞았다는 것이다.
아버지, 작은 아들, 큰 아들 순서로 사격대에 서 있다. 작은 아들의 점수판에는 1,740이 보이고, 그 옆의 큰 아들 쪽에는 0000이다. 아버지의 마음이 엿보인다. 막내가 아버지 눈에는 보통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지만, 오늘 아버지는 더욱더 그랬다. 작은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눈빛은 촉촉하고 입가에는 웃음이 번진다. 큰 아들은 건들건들거리면서 주변을 맴돈다. 총알이 다 날아가고도 역시 점수는 제로이니 큰 아들은 멋쩍어한다.
아마도 평소 다른 일에서도 그랬으리라.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다. 은근히 작은놈만 챙긴다. 작은 애은 초롱 거리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따른다. 두 갈래의 다른 기류가 흐른다. 아비가 되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그런 기운이다. 부모도 자식들로부터 오는 느낌이 많이 다를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Andrew
작은놈, 기특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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