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의 대표적인 행사인 '무주반딧불축제2016'에 다녀왔다. 8월27(토요일)에서 9월4일(일요일), 총 9일간 열린다. 나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을 피해 8월30일 (화요일)에 참가했다. 무주는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타면 대전에서 1시간, 세종에서 1시간 반 거리이다. 참가 신청비는 1인 1만원이다. 무주에 도착하여 임시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서틀버스를 타고 축제장으로 이동했다.
무주군 문예회관 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군민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밴드의 반주아래 번호표를 달고 나온 사람들이 노래를 부른다. 그 옆으로 나이든 분들이 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타 팅기고, 드럼 치고, 건반을 누르며, 색스폰을 분다. 노래부르는 사람은 중년 여인이다. 우리도 이렇게 세상을 재미있게 살아가는구나 하고 신기해 하며 처다본다.
일단의 신청자가 노래를 마치고 전문 가수가 무대에 올라선다. 그런데 반주를 하는 노인네들은 무대에서 내려간다. 그리고 반주가 시작되더니 가수는 노래를 신나게 품어댄다. 왠일인가? 하고 무대 옆으로 가보니 대형 앰프에 작은 노트북이 반주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와 컴퓨터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다행이 본 무대는 아마추어 가수에 아마추어 반주가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 얼마나 신선한가.
먹고 살만하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더구나 늙으면 더 그렇다. 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살만한 세상이 아니던가. 그들은 세끼 밥과 음악만 있으면 더 없이 즐겁기만 할 것이다. 다시 그들이 부려워진다. 나의 옛 생활로 돌아가고픈 절박함이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온다. 금속공예, 그림, 글, 그리고 커피 한잔, 조금 배고파도 괜찮은 데, 힘들어도 그때가 더 낭만적이었는데, 사는 맛이 났는 데... ...
다행스럽게 이제 이런 곳에 와 봐도, 거리를 걸어도, 시내를 돌아다녀도 이런 것들에게, 남들이 눈여겨보지않고 남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준다는 데 스스로 신기해 하며서 즐거워한다. 인생철이 들었나? 저 넘어 세상을 많이 겪은 행운이라 할까? 그런가. 혹이여 이런 나를 남이 이상하게 볼까봐 조심하기도 한다.
공연장을 뒤로 하고 걸어가는 데 군민회관 입구에서 풍뎅이 모양의 목걸이 목공예에 색칠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5,000원을 주고 끼어 들었다. 애들이 노는 곳에 늙은 어른이 색칠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별스러운가? 지나가는 사람이 처다본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그리고... 색칠한 펜던트에 목걸이 줄을 달고, 뒤면에는 EricAmy라고 쓰고, 내 아들 여자 친구 목에 걸어 준다.
군민회관 안에는 곤충 전시회가 있었다. 둘려보다가 외국인이 보여 인사를 한다. 그들은 베트남인이다. 12, 9, 6살 어린이 3명을 데리고 전시회를 둘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큰애에게 말건다.
너도 베트남?
아니어요. 우리 엄마가 베트남, 여기 아저씨는 베트남 아저씨이고 제 이웃이어요.
내가 정답게 말하니 큰애가 나에게 3,000원 입장권 하나를 내 손에 쥐어 준다. 하나 남은 것이라고. 덕분에 반디불이 생태전시관을 둘려 보았다. 반딧불이(개똥벌레)는 유충과 번데기로 10개월 생활을 마치고 번데기 껍질에서 나와 성충이 된 후에는 단지 15일만 산다고 한다. 그 15일을 날아다니면서 반딧불을 번쩍이는 것이다. 짝을 찾기 위해서다. 숫것은 두 줄, 암것은 한 줄 빛을 낸다. 어릴 때 반디불이 흐르는 계곡과 산을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성충을 가까이 보기는 처음이다.
이제 진짜 반딧불이 돌아다니는 계곡으로 갈 시간이다. 저녁 7시 반, 셔틀버스가 우리를 반딧불이 천연보존지역으로 데려다 주었다. 반딧불이가 하나 둘 나오자 금방 여러 마리가 여기저기서 번쩍인다. 처음의 서먹함은 없어지고 모두가 반딧불이을 쫓고 잡고 한다. 컴컴한 산속길에서 어린이와 어른들이 어울려져 이리저리 좇으며 허공에 손짓하는 모습은 무대위의 움직이는 검은 실루엣이다. 밤중에 미친 듯 춤을 추는 것이다.
많은 것 중에 손으로 한 두마리 잡으면 어떠하리. 행사 요원들도 그리 하라고 한다. 나도 잡았다. 손바닥에 놓고는 아들 여자친구 손에 쥐어 준다. 그녀는 밤하늘의 허공에 흐르는 반딧불을 휘저으며 춤추고 황홀해 하더니 내가 잡아준 반딧불이를 손바닥에 놓고 보고는 행복의 소리를 지른다.
Banditbul, It's fantastic
'반딧불을 모아 공부한다'고 하는 형설지공이란 말이 생각난다. 과연 어떨까? 반딧불이 두마리를 손바닥에 놓고 그 빛으로 손바닥을 보았다. 제법 밝았다. 여러 마리를 모아 책을 본다면 읽을 수는 있으리라. 어릴 적에는 컴컴한 산길의 윤곽을 반딧불로 살피며 걸었는데 말이다. '이제 그만 가보거라' 하며 손바닥을 기울이니 그들이 다시금 하늘을 이리저리 선을 그으며 사라진다.
너희는 어른으로 단지 15일만을 살아가니 여기서 우리와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지 않는가? 빨리 너희 세계로 가거라. 내 손안의 반딧불이가 허공에 빨려 들어가자, 숲에서 다른 놈들이 다시금 내 주위에서 희미한 불빛으로 곡선을 휙 그으며 지나간다. 검은 허공 속의 불빛선이 겹쳐진 xXx로 보인다. 그래도 욕망에 사로 잡혀 사는 너희 인간놈들보다 낫다고 하는가? 그들이 나를 비웃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15일동안 반딧불을 위하여 10개월을 꿈틀대고 번대기로 살아왔다? 너희 세상이 너무 짧다? 아니다. 그들은 그 시간만큼은 순전히 온전하게 그들만의 시간이 아니든가. 그런데 나는? 우리는?
한시간을 머물고 다시 행사측에서 마련해 준 셔틀 버스를 탔다. 이제는 반딧불이가 보이질 않는다. 그들은 너무 먼 곳에 있기 때문이다. 반딧불이는 천연보호곤충이고 그들이 사는 곳도 천연보호구역이 된다고 안내자는 설명한다. 그리고 조금 후 9시반 무주 남대천에서 낙화놀이가 있으니 구경하기를 권했다. 버스에서 내려 사람 물결따라 걸으니 바로 그곳이다.
보통 불꽃놀이는 하늘로 치솟은 후 검은 밤하늘에 불꽃이 퍼져 내린다. 그것은 영광이요, 축복이요, 큰 파티이다. 그러나 낙화놀이는 강뚝사이로 여러 갈래 줄을 매달고 그 줄에서 어리고 야린 불꽃이 점점이 흘려 내리는 것이다. 강바람에 휘날려 흐트려지도 한다. 불꽃선이 너무 가늘다 못하여 애닾다. 희미하다 못해 슬프다. 바람마저 이들을 흐느끼게 한다. 그래도 30분 넘게 타고 또 타고, 그리고 강물 위로 흘려내린다. 검은 강물 위에는 작은 배의 사공이 노를 젖는다. 끝없는 애달음이고 소리없는 울음이다. 천년의 한이다. 바로 우리이다. 이는 무주 남대천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 낙화놀이라 한다. Andrew
무주반딧불축제2016, 군민노래자랑
손바닥위의 반딧불을 셀폰으로
무주 남대천 낙화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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