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은 정적 운동이다. 달리고 뛰거나 특별한 상체운동이 필요하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확히 조준을 한 후 집중하여 방아쇠만 잘 당기면 된다. 그러나 집중은 마음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욕심이다. 이것이 마음을 동요시키고 집중력을 흔든다. 총알이 내 마음대로 날아가지 않는 것이다. 사격은 남과 겨루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점수를 모으는 기록경기이다. 그래서 자기와 싸움인 것이다.
반면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동적인 운동은 이와 다르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운동 감각과 힘 그리고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훈련도 해야 한다. 물론 잠깐 재미 삼아하는 실내 운동은 체력이나 지구력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 정말 잠깐이니까. 그러나 평소기랑과 운동감각에 많이 좌우되다.
대부분의 운동에서 경험 있거나 혹은 잘할 수가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못하니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옛적에 테니스, 축구, 야구, 혹은 골프를 했는데 체력이, 몸이 굳어서, 감이 죽어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옛날 폼은 나오고 기랑이 나오는 데 영 점수는 안 나온다는 것이다. 외식을 한 후, 특히 소주 한잔 걸친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보통 실내사격장에는 실내야구장이 있다. 실내 야구는 전방에서 사람이 아닌 기계에 의해 공이 던져진다. 그 공을 배팅하는 것이다. 배팅은 하나의 자연스러운 스윙이다. 운동감이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은 쉽게 공을 친다. 그러나 초보자나 여성 혹은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연습 후에 다소나마 칠 수가 있고 운동 감각이 있어야 배팅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된다. 물론 힘센 남자는 폼 이전에 힘으로 공을 쳐 넘긴다. 반면 초등생이나 초보자, 특히 여성들은 힘이 있다 하더라도 배팅하기란 역시 쉽지 않다.
사격은 많이 다르다. 물론 프로 사격이나 고급 사격은 최고의 운동감각과 체력 그리고 훈련과 강심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운동과 비교하여 보면 사격은 초보자라 하더라도 쉽게 즐길 수가 있다. 중간 정도 기량을 올리기도 역시 아주 쉽다. 즉, 사격은 '어떻게 쏠 것인가' 하는 방법론만 알면 쉽게 고득점을 올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침착하게 조준하여 쏘면 초보자도, 여성도, 애들도 쉽게 즐길 수가 있고, 초보자라 하더라도 경험자의 남성이나 운동을 잘하는 사람, 힘센 등치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잘하고 또한 쉽게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밥 먹고 술 한잔한 후에도 쉽게 할 수도 있다. 어린 여자애나 할머니가 사격장에서 고득점을 하는 것을 보면 사격은 그렇구나 하고 실감이 된다.
오늘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들은 팔짱을 끼고 야구사격장에 들어왔다. 연인 사이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둘 다 잘 생겼고,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았다. 20대 후반 아니면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여성이 사격을 해 보자고 먼저 제안한다. 데이트하려 왔으니 당연히 남성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쏘는 것은 처음이죠? 하고 직원은 여성에게 묻는다. 척 보니 첫 경험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에게는 첫 경험이냐고 물어보기는 좀 그렇다. 군대를 갔다 왔을 수도 있고 아니어도 운동 좀 했다면 나름대로 감각이라는 것이 남성에게 있다. 없다 하더라도 숫것이 암것 앞에서 아는 척하는 것이 우리네 남자가 아니던가. 물어보는 것 자체만으로 실례가 된다. 그래서 직원은 여성에게만 살짝 속삭인다.
잠깐, 사격 설명을 드릴까요?
그럼요.
여자가 대답하면서 귀를 쫑긋 거린다. 벌써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칸에서 사격을 시작한다.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작은 구멍을 통하여 가늠쇠를 지나 타깃이라는 세상을 봅니다. 눈을 구멍에 가까이 대면 댈수록 구멍이 크게 보이고 그만큼 정확히 조준을 할 수가 있지요. 크게 보이는 구멍의 중앙선 아래 가늠쇠를, 그 위에 타깃을....
자세는 서서 총 하는 것보다 엎드려서 총을 안고 바닥에 대는 것이 여성에게는 쉽고요.
그리고 호흡을 살짝 멈추고, 우선 제일 큰 타깃을 향하여 검지로 애무하듯 천천히 방아쇠를 당겨줍니다.
탕...
타깃이 넘어가는 소리가 나자 그 여자는 설마 하고 놀란다.
직원이 다시 속삭인다.
그 감을 유지한 채 숨을 멈추고 천천히 다시 당깁니다... 조금씩 몰입이 될 겁니다.
탕...
탕...
탕...
탕탕탕...... 탕탕탕. 옆칸에서는 연발 성의 총소리가 나더니 이제 조용하다. 볼일 다 보았는 모양이다. 제멋대로 다 쏘아대고 나서 멋쩍은 듯 여자에게 다가와 중얼거린다.
어, 명중이네?
또?
또...
여자는 40발 중 30발째를 쏘고 있다. 그녀의 귀에는 아무것도 안 들린다. 구멍 안의 세상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점수는 1680이다. 남자는 40발을 한꺼번에 다 난사한 후 여자 옆에 무심코 서 있다. 점수는 130. 한 발의 점수가 60, 80, 90, 혹은 100이고 보면, 아마도 40발 중 총알 2발이 그놈 스스로 헤엄쳐서 타깃에 날아갔나 보다? 그래도 두 발이니 쌍이네.
생각이 많아진다. 그녀는 아직까지 혼자 몰입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 남자는 구멍을 통해 짧은 시간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쏘았을까? 아니, 총이야 당기면 나가는데, 타깃이야 눈만 뜨면 보이는데, 글세 그 구멍을 제대로 찾았을까? 구멍 보는 방법을 물어볼 수는 없고, 하는 것들이었다.
총알이 다 발사되었나, 빈 총소리가 텅텅하면서 몇 번 나고는 그때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린다.
자기야, 나 잘 쏘지, 나 처음인데.
그래?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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