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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겨울 고국으로 돌아와서

겨울바다에서 학공치 낚시

Hi Yeon 2015. 12. 31. 10:35

 

겨울바다에서 학공치 낚시

 

겨울초입이면 시장에서 여러가지의 햇과일과 햇곡식을 볼 수 있다올해는 다소 가뭄이 있었지만 큰 태풍이 없었다. 모든 과일들이 풍년이다. 좋은 날씨 덕분이다. 도시의 아파트 촌을 거닐어 본다. 도로변 난전에 줄지어 바구니에 담겨있는 감과 사과가 눈에 들어온다. 가격이 무척이나 싸다. 김장배추는 너무 흔해 수확하는 것도 버거워 차가운 겨울 농토에 그대로 버려진다고 한다. 서울 도심방향으로 걷는다. 종이박스 위에 진열된 사과와 감 앞에서 상인이 행인을 유혹하고 있다. 큰 홍씨 5개 한 봉지를 5천에 담는다. 달곰하고 부드러운 그 맛이 일품이다. 집 앞뜰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던 옛 시절이 떠 오른다. 현재와 추억이 교차한다.

 

가을을 지나는 겨울철, 육지에서만은 그런 것이 아니다. 바다에도 그렇다. 서울을 떠나 형님이 사는 동해안으로 갔다. 내가 어릴 때 눈 속에 박아 왔던 그 동해안이다. 내 고향이기도 하다. 내 부모님이 평생 살았었던 삶터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었지만 산천과 동해 바다는 그대로 였다. 탁 트인 수평선, 출렁이는 파도소리, 짠내음 풍기는 겨울바람 속에 나는 정다운 사람소리를 찾는다. 향기를 품은 그때 그 다방이 보인다. 어촌의 다방은 특별하다. 도시의 것과 많이 다름을 나는 익히 알고 있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혼자 한가함을 즐긴다. 바닷가의 정경과 추억을 즐기기에는 미흡했다. 다방 아가씨를 위하여 커피 한잔을 더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겨울바다를 보며 노닥거린다.

 

작은 어촌이 아니든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낯선 사람을 찾을 수가 있다. 내려 왔다는 소식을 듣고 형님이 나를 찾으려 다방으로 들렸다.

어이 동생 낚시나 가지?”

무슨 낚시?”

가 보면 알아.”

 

그 옛날 겨울 백사장에서 학공치 낚시하던 기억이 떠 올랐다. 학공치는 일본말로 사요리라 한다. 대량으로 쉽게 잡을 수가 있는 어종이 아니다. 연안에서 옛날 방식으로 조금씩 잡히는 물고기이다. 큰 놈은 길이가 30cm정도 되고 몸집은 멸치같이 홀쪽하고 길다. 주둥이는 집게같은 긴 침이 나와 있다. 생선살은 투명하고 기름기가 아주 적다. 그래서 회를 쳐서 먹으면 아주 달고 담백하다. 회감으로는 고급인 셈이다. 그놈들은 깨끗한 바닷물에만 몰려 다닌다. 일본사람이 옛날 우리를 통치할 때에 동해안에서 조금씩 잡히는 요것만을 골라 몰수해 갔다. 그 이후에는 독차지 하여 수입해 갔다. 일본 미식가들이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육지 뿐만 아니라 어촌 조차에서도 귀한 존재가 되었다. 이 학공치가 겨울철 동해안 바닷가에 나타난다. 낚시꾼들이 이놈을 맛보기 위하여 마중나오는 것이다.

 

낚시가 잘 되는 날도 있지만 잘 되지 않는 날도 있다. 현지 어촌에 살고 있는 낙시꾼들도 어떤 날에 잘 되는 지 모른다. 한번 낚시바늘을 던져 보고는 그때야 안다고 한다. 오늘은 입질이 좋았다. 두시간 정도 수고로 나는 2마리 형님은 8마리, 합계 10마리 정도를 잡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 왔다. 매일 하는 낚시이다. 많이 잡을 필요가 없다. 오늘 작은 저녁 반찬으로 족하다. 내일도 그 다음날도 별 반찬이 없으면 그 놈을 낚아 회로 쳐서 몇 숟가락의 반찬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맛이 감칠 나더라도 날 생물을 며칠 계속 먹으면 질린다.

 

찬 바람이 부는 백사장이나 갯바위 혹은 방파제에서 낚시를 한다. 그리고 부두를 다녀보고 바닷가를 걸어 본다. 마냥 푸근하다 못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특별한 추억들이 많이 나긴 하였으나 간헐적이고 단편적이다. 과거와 현실이 혼재되는 경험이다. 반면 겨울바다에서 학공치를 낚는 경험은 과거의 추억으로 푹 잠기는 시간이었다. 

 

 

동해안 작은 부두가에서 며칠을 보내고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항구도시이자 두번째로 큰 도시이다. 잠깐 젊었을 때 살아 보았지만 지금은 규모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되었다. 문득 기억나는 곳으로는 서면과 남포동 그리고 자갈치 시장이다. 도시 지하철이 쉽고 편리하게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롯데백화점이 있는 남포역에 내려 부두가를 따라 자갈치역 방향으로 걸었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영도다리가 보이고 부두가에 새로 지은 커다란 자갈치시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부두가는 단정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바닷바람이 차갑다. 연말이 가까워지는 겨울이다햇살의 따사로움이 부산의 부두가를 내리 쐬고 있었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었다. 그들은 학공치 낚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해안의 작은 어촌 백사장에서 즐기는 낚시도 별미이지만 부산 도심 부두가에서 맛 보는 학공치의 낚시는 과연 어떨까? 한 낚시꾼에게 접근했다. 학공치가 어떻고동해안 백사장에서는 어떻고하면서 이야기를 건넨다. 마음이 통했나?

 

한번 해 보시지요?”

빈 몸이라서”?

여분의 제 낚시대를 사용하시고미끼도 넉넉한 데?”

 

나는 그분의 낚시대를 풀었다. 그리고 미끼를 달고 낚시추를 바닷물로 던졌다. 학공치는 멸치같이 날렵하고 길다. 낚시바늘에 걸려도 손감이 그리 크지 않다. 낚시바늘은 길이가 6mm 정도로 아주 작다. 낚시실은 눈에 보이질 않을 정도로 가늘다. 추와 우끼는 아주 작고 무게도 아주 가볍다. 미끼는 작은 새끼 새우를 사용한다. 무게가 거의 없어 장대 낚시대나 릴 낚시대를 이용하여 던져도 멀리 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무게와 기능을 위하여 우끼를 하나 더 사용한다실마저 가늘어 쉽게 엉킨다. 백사장에서 바다 멀리 있는 작은 우끼는 파도의 출렁거림 때문에 입질여부를 분간하기 조차도 어렵다.

여기서는 다르다. 부두 위에서 학공치가 수심 30-40cm에서 무리를 지어 노는 것이 보인다. 그 위로 그냥 낚시을 내려 놓으면 된다. 그리고 학공치가 미끼를 맛 보는 순간을 눈으로 보고 낚시대를 치는 것이다. 매우 간단하다. 마치 어항속의 물고기를 낚는 기분이다. 부산의 명동 남포동의 부두에서 학공치의 손맛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은 항구의 큰 매력이다. 동해 백사장과 거대도시 부산은 그 분위기가 무척 다르다. 그러나 같은 겨울바다 속에 같은 학공치 낚시가 있어 나에게는 여기가 저긴가 한다. 우연하게 나는 두 곳을 한 날에 연달아 경험했다. 학공치 낚시를 하며 시공을 넘어 겨울바다의 도시빌딩과 어촌의 백사장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내 낚시에 한놈이 걸렸다. 미미한 저항 뿐이다. 곱고 성질 급한 것이 그런 것이다.  그놈을 손에 쥐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은색비늘이 햇빛에 반짝인다. 한놈이면 되었다. 장소를 옮겨 본다. 옆으로 여럿이 어울려 소주 한잔에 즉석 학공치회를 먹고 있다. 나는 눈으로 회를 맛보고 마음으로 소주를 삼킨다. 짜릿하다. 한잔이면 족했다. 겨울 바다, 부산부두, 도시빌딩, 어촌의 백사장, 그리고 학공치 낚시가 있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겨울 부두가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나는 또 추억과 현실을 오간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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