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부 작은 도시 Mall 복도에서
내 의지대로 태어날 수가 있다면 어떠 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참으로 더 지옥이 되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날까? 사람은 태어날 때 무(Nothing)이다. 부자이고 권력있고 잘 생긴다는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기 위하여 모두 경쟁할 것이다. 죽이고 사기치고 하는 전쟁이 난다는 것이다. 그 전쟁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우스깨같은 과외도 생길 것이다. 태어날 타이밍과 선택할 환경에 대한 초고액 특수과외이다. 왜냐하면 한번 선택하면 영영 바꿀 수도 없는 단 한번의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훨씬 전에, 아니 그 세대 이전, 아니야 더 훨씬 전에 시작될 것이다. 그랬다면 인간은 애초 없었다. 그래서 인간은 무에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상살이를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이 인생이라는 곳에 인간의 의지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때부터 관습과 제도라는 것이 인간의 의지를 가로 막는다. 우리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관습과 제도라는 울타리안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그리고 어른이 된다. 이후에도 사회의 흐름에 따라 내 의지와 관계없이 사회에 적응하며 가족을 만들고 살아 나간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태어났어 죽을 때까지 주변환경과 관습 제도에 따라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러나 끝임없이 우리는 자신의 의지를 활성시키고자 하나 결국에는 여기 이렇게 서 있다. 인생의 끝 안쪽언덕에 서서 있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이미 딱딱해졌는 데 말이다.
그나마 어릴 때는 부드럽고 물렁물렁하여 내 욕망이나 의지가 많이 개입된다. 나이들고 철이 들면서 점점 순응하게 되고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몸과 마음은 딱딱해진다. 내일의 희망을 안고 힘차게 살아나가지만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망각시켜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고, 가족을 위했다고, 세상에 순응했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결국 마지막까지 철저히 주변과 잘 타협하는 세상의 하인이 되어 결국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의지없이 태어났으나 그때부터 의지가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철저히 우리는 의지없이 살고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은 유기체입니다. 주변이 나를 변경시키기도 하지만 주변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스스로 변경해 가기도 합니다. 그 유기체가 젊었을 때는 유들유들하지만 나이들면 점점 딱딱해 집니다. 몸과 마음 다 그렇습니다. 잘못하다가는 딱 부려지기 쉽습니다. 즉 젊었을 때는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변해지지만 나이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잘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늙어서 처음해 보는 운동을 배우는 것과 같지요. 심신이 딱딱하니 하고 또 해 보아도 항상 초보입니다. 쉽게 허리를 삐끗하기도 합니다. 마음은 몸보다 더 심합니다.
특히 한 우물에서 오래동안 지냈던 분들은 더 그러합니다. 공직과 같은 좋은 우물은 더 그러합니다. 바깥세상을 잘 모릅니다. 좋은 직장에 오래 다니시다가 은퇴하신 분들이 쉽게 사업이나 은퇴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젊었을 때 별의 별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신 사람들은 적응이 빠르고 이해도 빠릅니다. 인생에서 굴곡이 없이 살아왔다면 변화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굴곡이 많았던 인생은 쉽게 카멜레온처럼 잘 변화 합니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한방향으로만 몰고 갔거나 혹은 다른 방향을 겪을 기회가 없었다면 결국 변화없이 그곳에 안주하는 것이 대체적인 인생입니다. 그러나 인생의 끝 안쪽 언덕에 다가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 무렵 우리의 의지는 다시 한번 꿈틀 거리기 시작합니다.
유충에서 번데기과정을 지나 나비가 됩니다. 나비는 번데기과정에서 안락한 번데기 세상을 깨고 하늘을 날아 갑니다. 하늘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번데기속에 있을 때는 하늘의 세상을 모릅니다. 그렇다고 번데기안이 따뜻하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계속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어짜피 하늘로 날아야만 한다면 가능한 빠르게 껍데기를 박차고 나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춘기 껍데기이고 결혼 껍데기이고 가정 껍데기 입니다. 확대해 본다면 이민이고 역이민이며 은퇴입니다. 그중 은퇴가 인생의 마지막 껍데기탈피입니다.
은퇴라는 것은 일을 하고 안하고의 이분법식 내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단지 껍데기를 깨고 날개를 휘젖기 시작하는 순간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날기 시작하여 내 번데기 주변에 머물 수도 있고 왔다갔다 할 수도 있으며 떠날 수도 있습니다. 날자마자 바로 미지의 세계로 날아갈 수는 없습니다. 몸과 마음은 이미 딱딱하기 때문입니다. 노년의 날개는 바람을 쉽게 가를 수가 없다는 뜻 입니다. 나는 연습과 주변 환경을 날아보면서 인지하고 나서 그리고 조금씩 비행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그래도 날개와 어깨쭉지는 쉽게 유들유들 해지지 않습니다. 쉽게 피곤해지고 자주 짜증이 납니다. 그리고 몸통은 자꾸만 쪼그라 듭니다. 빨리 날기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을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노는 것(재미와 가치를 느끼면서 부담없이 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일하면서 많이 놀자판이었으면 쉽게 오래동안 놀 수 있습니다, 마치 캐나다인처럼. 그러나 판을 피워 놓으면 그것도 어렵습니다. 계속 해야 할 당위성없이 논다면 혼돈이고 고생입니다. 인생의 회의감마저 듭니다. 돈이 많으면 선택의 여지가 많은 많큼 고민도 많고 기대도 큼니다. 그래서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라기 보다 마음의 문제입니다. 일할 때는 해야 하기에 일만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었지만 놀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당위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존재가치를 느껴야 합니다. 그래서 노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은퇴시작과 동시에 실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하면서 노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우며 또한 가치있을까?"를 아는 데는 많은 시간과 시도가 필요합니다. 은퇴전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나는 무엇을 하며 노는 것이 가장 즐겁고 자아실현이 될까?" 하고 고민과 그에 따른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만 하여온 한국사람에게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정년이 연장되어 늙어서도 일하여야만 하는 분위기에서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다들 일하는 데 나만 논다는 사실이 나를 무기력증으로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고급스러운 여행 몇번하고는 이것도 재미가 없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날개는 번데기 시절 내부에서 조금씩 스스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껍질깨기를 합니다. 날개와 껍질깨기는 본성이지만 그러나 비상은 자신의 의지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어디로, 얼마의 속력으로 날아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소중한 자신의 의지입니다. 인간의 본성,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고 죽지만 인생만큼은 내 의지대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특히 살 만한 형편의 노년에서는 더 중요합니다. 이민자에게는 더 절실할 수가 있습니다.
출가, 결혼, 이민, 역이민, 그리고 은퇴, 이러한 비상은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 은퇴라는 인생의 마지막 비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만큼 껍데기를 깨는 연습 그리고 비상하는 연습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건강입니다. 많은 연습에는 건강이 바쳐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노년이 가까워 오면서 관심가는 여러가지 운동을 조금씩 해보고 이것이 최고야 하고는 오래동안 피나는 초보골퍼연습을 끝냅니다. 그리고 스스로 작은 축하연을 가집니다. 이후 필드에서 나 혼자 작으면서 의미있는 느긋한 웃음을 오래동안 지어 봅니다. 좋아 보입니다. 스스로 가치있어 보입니다.이 기간이 잠깐이라고 하면 너무 억울합니다. 건강이 바쳐 주어야 기쁨도 길어지고 깊어집니다. 사실 이 기간이 길어야 설령 짧은 인생이었다 하더라도 오래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은퇴도 그러합니다.
정리를 해보면, 은퇴는 많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노는 방법을 찾아 가는 과정이지 일을 한다 않한다라는 흑백이론이 아닙니다. 자기 형편에 맞는 즐거움과 가치를 찾으려는 의지입니다. 나이가 적을 수록 하기 쉽고 효과도 큽니다. 그리고 건강이 바쳐 주어야 진정 즐길 수가 있습니다. 이 기간은 진정 내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이며 정말로 내 인생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기간입니다. 이 기간이 길면 길수록 내 인생의 만족도는 큽니다. 그래서 나는 "은퇴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라고 하는 것 입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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