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나에게 하나 더 있다. 어머님이 막네를 낳고 나서 바로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다치셨다. 그 이후로 아픈 허리 통증으로 끙끙 대시며 살아 가셨다. 그래도 하루종일 일을 하셨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려 내가 청년이 되고 시골에서 어머님과 3년정도 머물게 되었다. 어느 하루 어머님이 옆동네 아시는 형님댁에 고양이 고기를 부탁하였으니 좀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아마도 허리 신경통에 고양이 고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어셨는 모양이었다.
한시간을 걸어 그곳에 가보니 이미 그 형님은 고양이를 잡아서 냄비에 넣어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냄비속이 궁금하였다. 그래서 냄비뚜껑을 살짝 열어 보았다. 그놈의 살과 근육들이 아직도 살아서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고는 깜작 놀랐다. 아니 형님이 어머님으로 부터 전화를 받고 바로 고양이를 잡았다면 아마도 서너시간은 지났을 텐데 말이다.
어머님은 약으로 생각하고 고양이 고기를 삶아 드셨다. 궁금하여 나는 어머님께 "맛은 어떠 하세요?"하고 물어 보았다. 어머님은 "글세다, 쇠고기 맛하고 비슷하네" 하셨다. 마침 그날 저녁 큰 형님이 들려셨다. 어머님은 자기가 먹을 약이라고 아껴 드실 고기를 내 입에만 넣을 수가 없다며 큰아들에게 먹으라고 내 놓으셨다.
"아범아, 여기 쇠고기 좀 먹고 가거라."
형님은 "쇠고기 정말로 맛 있네요" 하면서 어머님이 주시는 것을 개눈 감추 듯 한입에 먹었 버렸다. 고양이 고기라고 하면 먹지 않을 것 같아서 어머님은 쇠고기라고 둘려 댔는 데 아마도 큰형님은 어머님 말씀을 곧이 들었셨던 모양이었다.
고양이 한마리를 잡으면 그 고기가 사실 작은 냄비 바닥에 깔리는 정도의 양이다. 내일부터 어머님 입에 들어갈 고기는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어머님은 뼈다기가 더 약이 된다며 그것을 모아 고아 드셨다. 며칠 후가 되었다. 허리가 아프다 보니 어머님이 고양이 고기가 또 생각이 났는지 한마디 하셨다.
"야야, 그때 고양이 고기가 좀 군네가 났어. 아마도 그 분이 집고양이를 잡았는 것 같아. 집고양이는 살만 찌고 운동을 아니해서 고기에 냄새가 나거든. 사실은 도둑 고양이가 정말 약이 되는 데 말이다."
사실, 건너 동네 사시는 형님도 도둑고양이를 구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웠다. 일부러 수고를 하여 도둑 고양이를 잡아야 할 터, 개똥도 약에 쓸려고 하면 귀하다는 말처럼 막상 자주 보이는 도둑고양이도 찾으려 하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인다 한들 야생에서 사는 재빠르고 눈치 빠른 그놈을 사로 잡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었다. 도망 갈때는 마치 날아 다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한달이 지났다. 어느 날 먹을 것을 찾으려 들에서 내려온 고양이 한마리가 우연히 우리집 창고에 들어 왔다. 그놈을 보는 순간, "저것이야, 야생 고양이, 조놈만 잡으면 어머님 허리에 좋은 약이 될거야"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는 바로 입구 문을 쳐 닫고는 보이는 대로 손에 작은 거물같은 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놈을 생포하기 시작했다.
그놈이 내 살기를 느꼈는가. 정말로 그놈은 새처럼 바람처럼 날아 다녔다. 바닥을 날아다니는 놈을 보았으나 창고의 벽과 천정을 달리는 동물을 내 생전 처음 보았다. 한시간의 전쟁끝에 그놈이 그물과 내 오른발에 걸려 들었다. 그래서 그놈을 손으로 생포하기 위하여 오른손으로 그놈의 모가지를 눌렸다. 그런데 왠걸 그놈이 얼마나 유연한지 자기 머리를 삐틀어 돌려서 날카로운 입으로 내 엄지의 두툼한 손바닥살을 물어 버렸다. 내 두툼한 엄지손바닥살이 그놈의 작은 입 깊숙히 들어가서 날카로운 송곳잇발에 쇄기처럼 딱 걸려 버린 것이었다. 내 팔을 당기고 흔들어도 단지 그놈의 머리와 몸이 통째로 흔들릴 뿐이었다.
이때 내가 놓으면 그놈은 물은 입을 벌리고 도망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그놈의 몸을 누른 발과 그물을 치웠다. 그리고 잡았던 왼손도 놓았다. 자유의 몸이 되었는 데도 그놈은 한입으로 두툼한 내 오른엄지 손바닥살을 물고는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당황했다. 그렇다고 그놈을 손바닥에 달고 밖으로 나가 소란을 피울 수도 없었다. 그저 꿀어 앉아 그놈의 몸둥아리를 오른손에 달고는 숨만 몰아 쉬고 있었다.
10분 후가 되자 그놈의 몸이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놈은 내 살을 물고는 숨도 쉬지 않은 채 죽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 살은 그놈의 입에 박혀 있었다.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내 살의 위와 아래로 교차되면서 맞물린 채 그놈의 턱근육이 강하게 조인 상태에서 굳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놈의 입을 쇄기를 이용하여 강제로 벌려 했다. 그때서야 나는 내 손을 찾을 수가 있었다.
아마도 그놈은 죽었다 생각하고 숨도 쉬지 않고 내 손을 물었던 것 같았다. 입만 벌리면 도망 갈 수 있는 상황이었겄만 그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입에 물은 것을 숨을 못 쉬더라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놈은 숨을 스스로 쉬지 않아서 죽어 갔던 것이다. 니 죽고 내 죽자는 심보였다. 놓은 들 죽을 것이 뻔하다는 야생의 생존법칙이었다.
이때 만약 내가 급소를 물렸더라면 상황은 그놈이 원하는 대로 돌아 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놈은 죽고 나는 온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일격으로 물은 내 엄지 손바닥살은 급소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는 단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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