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려고 내 놓았다. 내 집을 사준 리얼터에게 부탁을 했다. 그리고 한달이 다 되어 가면서 집보려 온 분들이 간혹 있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내 집은 다운타운의 조용한 주거지역에 있어 차 없이 편의시설에 접근하기 쉽다. 그러나 100년이 된 집이다 보니 임자를 만나기란 쉽지를 않을 것 같다. 가정이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외곽의 조용한 최근 주택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비교해 본다면 캐나다에서 집을 팔기는 매우 어렵다. 그것은 단독주택의 특성이다. 구입은 마음만 먹으면 되지만 여기 사람들은 단독주택의 특성을 잘 아는 이유로 살 때는 매우 꼼꼼한 것 같다. 그래서 미리 매물로 내 놓은 이유이다.
큰애는 여기 주립대학을 다니다가 쉬고 십다고 하면서 타주로 2년전에 가 버렸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돈도 벌고 바람도 쉬고 온다는 놈이 2년간 캐나다를 돌아 다니다 지금은 여기서 아주 먼 타주에서 전공까지 바꾸어 가면서 그곳의 주립대학에 다시 공부하고 있다. 지가 벌어서 먹고 자고, 차도 하나 사서 몰고 다닌다. 그렇게 부모속을 태우더니 이제는 철이 들었나, 종종 안부도 전하고 공부 좀 해야 되겠다고 스스로 말도 하곤한다. 이제 큰놈은 이 동부캐나다에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작은 애은 이 도시 주립 대학에 재학 중이다. 제발 큰도시의 큰대학으로 가라고 꼬시고 꼬셔도 나는 이 시골대학이 좋다고 하면서 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놈도 내년 여름이 올 때면 타주로 간다. 협업, 즉 코업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경험도 얻고 돈도 벌 수가 있다고 하여 재학중에 지원하였다. 면접후 회사로부터 승락된 상태이다.
나라는 놈은 내년 여름이 시작될 때면 대학을 졸업한다. 여기서는 다른 과를 복수로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 나도 여러 과를 둘려 가면서 공부해 볼까하고 했는 데 이제는 부질없는 짓이 되었다. 애들 앞에서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 때문에 공부를 한 것이지 나도 마찬가지로 공부하는 것은 싫다. 그래서 내년초가 되면 나를 바라보는 애들이 없으니 대충 살아 볼까 한다. 아무리 조용하고 자연환경 수려하고 편의시설 좋고 또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신사이면 무엇 하나? 정답게 이야기할 커뮤니티가 없으면 앙콩없는 찐빵된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내년 여름은 아마도 나는 이 도시에 없을 것 같다. 토론토나 벤쿠버 같은 큰도시나 혹은 한국의 작은 도시에 잠깐 머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 바다가 보이는 벤쿠버에 한번 머물고 싶다. 그리고 발가는 데로 이곳저곳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설마 그럴리가 있겠나 마는, 쿠바나 인도 여행 중에 "여기가 천국이네" 하면서 주저 앉을 수도 있겠지. 혹은 큰도시에서 조그만한 사업을 만나서 "애라 모르겠다"하고 생업에 얶매일 수도 있겠지.
그중 살아가기에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벤쿠버가 좋아 보인다. 그곳에서 살 경제적 여유가 아니 된다면 벤쿠버 외곽으로 가야 하겠지. 이미 마음으로 결정한 것으로는 고향에 내려가서 동해바다가 보이는 곳에 방을 구하여 아무 생각없이 몇달을 머물 계획이다. 그리고 도시의 옛 터전에 가보아서 옛적에 하였던 일을 할 수가 있는 지 등등 사업환경도 알아 보고자 한다. 아마도 고국에서 조그만한 것이라도 다시 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나 여겨지지만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해 볼 때 직접 경험을 해보고 느껴보는 것이 좋으리라. 그럼 무엇인가 마음과 머리속에 정리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거지를 옮기면 다시 이민한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려워진다. 버릴 것은 버리고 최소한의 필수품만 지니게 되니 마치 보타리 장수가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큰집에 모든 것을 갖추어 놓고 한 장소에서 오래동안 살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은 아니 된다. 몸집이 크면 아무래도 행동이 둔해지는 법이다. 살아가는 인생이 그리 길지 않는 데 몸집이 가벼워서 쉽게 돌아 다닐 수가 있다는 것도 좋을 수가 있다. 풍요의 지금 세상에서는 배부른 것 보다 배가 고픈 것이 더 좋다고 하질 않는가. 몸이 가벼워지면 그에 따라 마음도 가벼워진다. 이렇게 좋게 생각하고자 한다.
언젠가 다시 안주할 도시가 생길 것이다. 처음은 좀 어리둥절 하겠지만 이삼년 정도 지나면 그 도시가 눈속에 확연히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생계를 이어 갈 것인지도 생각날 것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먹고 자고 하는 것은 같다. 다른 하나는 이사를 자주하면 이동이 많이 따르고 그에 따른 경비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정착할 동안 잡도 없으니 또한 손실이 생긴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그리고 이민와서 살아 본 곳을 다 합치면 두손까락을 다 채운다. 그래도 이제는 한번 더 사는 도시을 변경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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