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항상 고양이가 있었다. 좋다라는 이유보다는 그놈이 있으면 쥐들이 집안에서 설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고양이는 깨끗하고 스스로 먹이를 찾는다. 그래서 전혀 관리할 필요가 없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였다.
사람사는 환경따라 고양이 성격도 다 다른 모양이다. 캐나다 고양이는 사람이 지나가면 조는 듯한 눈망울로 처다본다. 그 특유의 목소리도 내지를 않고 경계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이 그를 피해가기도 한다. 여기는 아래목이 없다 보니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창틀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고양이를 자주 본다. 액자속의 인형인가하고 처다 볼 때 그놈의 돌아보는 눈빛에 나는 섬찟 놀라기도 한다. 아마도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한목을 하는 것 같다.
우선 "고양이"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놈의 눈방울과 눈빛이다. 검푸른 색깔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면 괜히 몸이 오삭해진다.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이 그의 날엽함과 고무줄같은 유연성이다. 그놈의 몸둥아리를 하늘로 휙 멀리 던져 버려도 귀신같이 바닥에 사뿐 앉는다. 그리고 그놈은 괘심하다는 듯이 날카로운 눈으로 휙휙 돌아보고는 야옹 하면서 사라진다.
고양이는 매우 영리하다. 한 울타리에서 살고 있는 자기 몸의 몇배가 되는 개를 놀리기도 한다. 심심하면 그의 앞팔로 개어깨를 뚝뚝치고 달아나곤 한다. 개목걸이 때문에 개가 멀리까지 좇아 오지 못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놈은 배가 고플 때나 심심할 때만 쥐를 잡는다. 쥐를 잡기 위해서는 한자리에서 오래동안 숨죽이고 기다리다 쥐가 나타나면 그의 앞팔로 번개같이 쥐의 귀싸대기를 날린다. 그리고 쥐가 죽을 때까지 천천히 그의 앞팔로 가지고 논다. 쥐가 지쳐서 죽으면 그때서야 죽은 쥐를 버려두고 그 자리를 떠난다.
고양이는 잘 해주면 늘 고분고분하다가 한번 잘못하면 그냥 발톱을 세운다. 밥상을 제일 먼저 입을 데는 놈도 바로 그놈이다. 멋도 모르고 그놈이 먼저 입을 댄 밥상을 먹기도 한다. 옛날에는 안방의 아래목은 항상 따뜻했다. 고양이는 그곳을 제일 먼저 차지한다. 자주 그가 있는 지도 모르고 이불속을 들어가다가 지도 놀라고 나도 놀란다. 나는 간을 쓸어 내리고 있는 데 이놈은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 뿜으면서 휙 처다보고는 바람같이 사라진다.
고양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귀신같이 도망다니고 어떠한 부상에도 근질기게 살아 남는다. 또한 그놈은 의심도 많다. 항상 주위를 경계한다. 가끔 개들은 나쁜 음식을 먹고 죽는 경우가 보이지만 이놈은 절대 이상한 음식에는 입을 대지 않는다. 쥐도 살아 있는 것만 잡아서 바로 먹는다. 자기가 가지고 놀다가 죽은 쥐라 하더라도 절대로 먹지를 않는다.
이러한 많은 특성 때문에 고양이는 매우 게으르다. 졸거나 간혹 지몸을 쓸고 딱는 일 이외는 하루종일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다. 그래도 민첩성과 예민성이 있다보니 할 것은 없고 해서 간혹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기도 한다.
옛날 시골에서 오랜동안 고양이하고 한집에 같이 살았지만 나에게 그놈은 "좀 얄밉다"는 감정이 앞선다. 다행이 그놈은 항상 깨끗하고 그놈이 있는 것만으로도 쥐라는 것들이 설치지 못했으니 그나마 계속 데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고양이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기억이 하나 있다. 내가 군야전에서 근무할 때 내무반에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다.어느 겨울 추운날 그놈이 재수없게 선임병의 군화발에 치어 버렸다. 선임병은 재수 없다며 쓰러진 고양이를 축구공을 차 듯 한번 더 차서 멀리 던져 버렸다. 영하의 날씨 아래 그 몸은 곤죽이 된 상태로 야산에 던져 버려졌던 것이다.
그놈은 내가 간혹 챙기던 녀석이었다. 선임병 눈치에 바로 가보지는 못하고 몇시간이 지난 뒤 짬을 내어 그놈에게 가 보았다. 납짝하게 부셔진 그 고양이는 죽어 보였다. 찌거러진 그 모습이 가엽기도 하고 애처려워 보였다. 얼른 삽으로 살짝 구둥이를 파서 뭍어 주었다. 업무를 마치고 저녁에 그놈이 또 궁금하여 그 자리에 다시 가 보았다. 근데, 땅 속에서 무엇인가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바닥에 숨을 죽이고 귀를 대 보니 아직도 땅속에서 그놈의 숨소리가 났다. 나는 이것이 귀신인가 하고는 놀라 그곳을 도망치 듯 나왔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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