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내리고(시월 셋째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었습니다. Saint John 강가에 나가보니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둥근 보름달이 구름 뒤로 도시의 빌딩 위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구름 뒤에 가려져 있는 달빛과 그리고 아침의 동트기 전 햇빛으로 도시가 신비로운 세상으로 변해져 있었습니다. 햇님이 조금씩 솟아 오르자 달님은 도시 빌딩 저 넘어로 내려 갈 줄 알았는 데 슬거머니 옆걸음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게걸음만 치더니 강다리 위를 지나 강을 건너고 나서 언덕 뒤로 숨어 버렸습니다. 둥근 달은 내려 간다기 보다 옆으로만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이 같은 현상은 여기가 지구의 회전축 가까이 위치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인것 같아 보입니다.
아침 해가 솟아나자마자 태양은 구름에 가려지더니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바람도 덩달아 불어댑니다. 가을 찬기운으로 앏아진 나무잎은 빗물을 머금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바람도 빗물과 한패인가 봅니다. 겨우 가지에 견디어 내던 나뭇잎마져 훝어 냅니다. 온종일 낙엽은 빗방울과 바람과 함께 한바탕 춤을 추면서 바닥으로 흩어져 내려옵니다. 도시의 가로수에서는 이제 나무가지에 남아 있는 잎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미 바닥을 보인 나무도 보이는 군요.
나무 종류마다 다 다른가 봅니다. 일찍 가을을 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것도 있는가 봅니다. 나뭇잎은가을비와 바람에 적당히 낙엽이 되어 보도를 덮는 광경도 보입니다만 아직도 싱싱한 푸른 빛이 감도는 나무들도 많아 보입니다.
가을비가 멈추고 잠깐 하늘이 개었습니다. 가을비 뒤에는 가을 나무와 풍경이 더욱 더 선명해짐을 알게 됩니다.
가을비가 멈추는 그 사이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오갑니다. 아직 시월 중순의 가을비라서 그런지 비는 많이 차갑지는 않습니다. 다운타운 거리에서 한 부부가 애기를 안고 자기 가족수 만큼의 애완견을 몰고 갑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거리의 풍경도 달라짐을 느끼게 하는 참 재미있는 풍경입니다.
잠깐 맑게 갠 가을 하늘을 나무가지 사이로 한번 처다 보았습니다.
얼른 업타운의 주택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나무잎은 가을비를 방금 먹었지만 더 푸르렸습니다. 내가 가을의 중간에 서 있었지만 여기에 와 보니 도로변의 나무잎과 잔디가 푸르고 푸르렀습니다. 이곳에서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붉게 물든 작은 나무가 없었고 그리고 기온만 따뜻했더라면 아마도 여름이라고 착각했을 겁니다. 매서운 찬 겨울 바람이 불어야 그때 이놈들은 못 이기는 척 제 색깔을 던져 버릴 모양입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 다르듯 나무들도 다 다른 모양입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다시 구름이 몰려 오더니 하늘은 회색의 구름과 석양의 붉은 색이 섞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조금씩 어두워졌습니다. 그때 강변에서 다운타운을 바라보는 정경은 특별하였습니다. Andrew
'Fredericton 주말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Fredericton 다운타운에 있는 건물들 (0) | 2013.11.02 |
---|---|
가을이 깊어가면서 밤시간도 길어졌습니다(시월 네번째 주말) (0) | 2013.10.29 |
가을 한가운데의 Thanksgiving Day (시월 둘째 주말) (0) | 2013.10.14 |
붉게 물들어 가는 도시(시월 첫째 주말) (0) | 2013.10.08 |
Fredericton 의 다운타운 (0) | 2013.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