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8 세종 피클볼팀 클럽(Pickle Ball Team Club) 창단 이야기
세종으로 이사를 오고 난 이후 나는 무슨 운동을 하며 지낼 것인가? 하고 고민이 되었다. 은퇴를 하고 별 일 없이 지낸다. 생활 터전을 시골에서 도시로 옮겼다. 이 시점에 흐트려진 내 일상을 스스로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제일 만만한 것이 등산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 세종에서 가장 좋은 등반코스가 있다. 빠른 걸음으로 오르면 왕복 두세 시간이면 된다. 아침을 먹고 9시 경에 오르면 10시에 정상에 서고 그곳에서 산 위에 불쑥 올라 온 태양을 본다. 정상에서 근처 사는 주민들을 만난다. 정상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근력 운동도 한다. 그리고 하산을 하면 11시 반이다. 좀 쉬면 점심시간이 된다. 이렇게 반나절이 보내니 오후 시간은 활기차게 돌아간다.
이런 생활을 몇 개월을 보내니 운동이 되면서 일상이 규칙적으로 되나 다소 생활이 단조로웠다. 만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그런 모양이었다. 사람을 만나면서 운동을 하면 어떨까? 예전에는 테니스를 즐기면 친목을 다졌다. 테니스라는 것이 동호인끼리 응집력이 강하여 한번 몰입하면 매우 재미있다. 동호인끼리 진한 관계가 되어 우정마저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테니스를 그만 두었다. 무릎이 시끈거렸기 때문이다. 나이 탓도 있지만 작은 체격에 무거운 테니스 라켓은 나에게는 무리이기도 했다. 오래 고민 끝에 그만두기로 했다.
테니스를 그만 두니 다른 운동에 정이 가지 않았다. 등산을 해도 큰 재미를 못 느꼈다. 등산은 마치 혼자 산속 도인이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캐나다에 살 때 테니스를 치기는 했지만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같이 치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상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도 있으면 참 좋으려만 그곳에 사는 한국인은 보기 힘들었고, 더구나 테니스를 치는 한국인은 없었다. 가끔 가족과 테니스를 쳤지만 주로 YMCA에서 운동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서 신기한 운동을 보았다.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Pickle Ball을 즐기고 있지 않는가? 나도 얼른 참가해 보았다.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호인들과 피클볼을 치며 어울렸다.
등산이 지루해질 무럽 자꾸만 그 피클볼이 생각났다. 피클볼은 테니스와 탁구의 중간 형태의 운동이다. 나에게는 정말 딱 맞는 운동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피클볼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고 조사를 해 보았다. 서울 소재 연세대학교 교수들이 유학시절 즐겼던 운동을 학교에서 즐겼다. 그래서 피클볼은 연세대학교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수도권 몇몇 도시로 퍼져 지금은 대전까지 내려왔다.
지방에 유일한 곳이 있는데 거창이다. 거창의 한 교회목사님이 피클볼을 전파하여 교인들을 중심으로 즐기고 있다. "어디에 살면 어떤가, 하고 싶은 운동을 하면 되겠지?" 이런 생각이 들었기에 오직하면 거창에 가서 한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 후 나는 피클볼을 잊고 살았다.
등산을 하면서 세종에 탁구가 매우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종은 동마다 복컴(복합커뮤니티빌딩)이 있고 그 안에 탁구장이 있다. 또한 세종의 중심부인 첫마을 지역에는 아파트 단지마다 복지센타가 있고, 그 안에 대규모 탁구장이 있다. 당연 주민들 사이에 탁구가 유행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에도 탁구장이 있고 골수 동호인들이 탁구를 즐기고 있다. 나도 탁구를 쳐 볼까? 탁구는 실내 운동이고 테니스를 쳤던 경험으로 쉽게 배울 수 있다.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이렇게 탁구에 유혹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세종 인접 면지역으로 복컴이 없다. 그래서 인근 동의 복컴을 방문하였다. 그곳에는 잘 꾸며진 탁구장이 있었고 회원도 많았다. 바로 회원 클럽에 가입하여 탁구를 즐겼다. 그곳에는 탁구대가 7개이고 오전, 오후, 저녁, 하루 종일 탁구 동호인들이 몰려왔다. 회원수가 100명이나 되었다. 시설도 최고이고, 내부에는 동호인 휴식공간과 샤워장도 있었다.
그때가 작년 8월이었다. 이후 나는 오전에 동호인들과 탁구를 즐긴 후 샤워를 하는 것이 내 일과가 되었다. 몇개월이 지나고 동호인들과 어울리니 자연히 대화가 오간다. 나이대로 비슷하다. 당연 밥도 같이 먹고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가 돈다. 문득 피클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니 관심이 대단했다.
우리 복컴 2층에는 탁구장이 있고, 3층에는 실내체육관이 있다. 실내체육관에는 농구와 배드민턴을 칠 수 있다. 그런데 이용율이 낮았다. 가 보면 자주 텅 비어 있었다. "잘 됐네, 좋은 기회야." 나는 번떡 떠오르는 생각으로 쾌재를 불렸다. 피클볼과 배드민턴의 코트의 규격은 서로 같다. 즉 같은 코트로 베드민턴을 치고 피클볼을 칠 수 있다. 단지 네트만 피클볼을 위하여 낮추면 된다. "그래, 해보자."
올해 1월 중순, 나는 탁구 회원 11명을 모아 피클볼팀 클럽(대평동 피클볼팀, 약칭 '대클팀')을 창단하고 스스로 추진위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복컴 3층 베드민턴장을 피클볼장으로 사용 허가서>를 만들어 세종시장에게 제출했다. 공무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허가서에는 다음과 같은 상세한 내용을 붙였다.
1. 기존 배드민턴장을 피클볼장으로 사용허가를 해야 되는 이유?
2. 피클볼은 무엇인가?
3. 피클볼 코트의 규정?
4. 피클볼의 장비?
5. 한국 피클볼 동호인 현황?
6. 신청인 피클볼팀 회원 현황(대클팀)과 그 인적사항?
나는 세종시청을 방문하여 담당 공무원에게 두툼한 신청서를 하나하나 넘기면서 설명과 브리핑을 하였다. '세종시청은 상급 기관으로 관리업무를 하고 실질적인 일은 동사무소에서 한다. 동사무소 담당 직원에게 전달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 라고 하면서 친절히 대해 주었고, 그리고 적극 돕겠다고 약조해 주었다. 2주 후 동사무소 담당에게 연락이 왔다. 다시 동사무소를 방문하여 설명과 브리핑을 하였다.
"실내 채육관은 농구와 베드민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 행사와 여러가지 교육행사가 이루집니다. 체육관 일정이 꽉 차 있고, 주민회의 동의와 체육관 요금 관리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담당은 소극적으로 처리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물려서지 않았다.
"막대한 세금으로 지은 체육관이다. 체육관 이용율이 낮다. 주민을 위하는 일이다. 내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 복지와 여가 선용을 위하여 추진하는 일이다. 피클볼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운동으로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운동이다. 시청에서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주민을 위하여 빠른 시일내에 허가해 주십시오."
3월 말 결국 담당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직접 만나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으나 담당과 나의 주장이 충돌했다. 우선 작은 시간이라도 허가 받는 것이 중요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피클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정했다. 그러한 조건으로 사용허가를 받았다. 사용조건은 이러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 1번과 2번 코트 사용, 허가된 시간에 피클볼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
이렇게 서로 타협이 되어 4월 중순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나는 4월 17일 목요일 코트 2면에서 시범행사를 열 예정이다. 코트 장비는 동사무에서 준비한다고 했다. 나는 개인 장비인 라켓 4개와 공 4개를 준비할 예정이다. 이후 나는 피클볼 팀장(대클팀장)으로 활동하고 총무 한분을 모셔서 팀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회원 모집을 위하여 SNS에 광고를 하고, 탁구 회원 100명에게 직접 광고지를 돌리며 참가를 유도하며, 동민에게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지금은 사용 코트가 2면으로 복식 게임을 하면 30분마다 8명이 동시에 게임을 할 수 있다. 2시간이면 32명이 운동을 즐길 수 있다. 2배수를 모집한고 하면 64명이 되고 최대로 생각하면 100명이다. 즉 회원을 100명까지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조건없이 가입이 가능하나 30명을 넘기면 아마도 일정 금액의 가입비라는 조건이 필요할 것 같다. 64명 정도 모집이 완료되어 팀이 활성화 되면 나는 직을 내려놓고 평회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며, 나를 도워준 총무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할 예정이다.
첫 술에 배가 부르라. 활성화가 되면 사용할 수 있는 코트가 2면에서 4면으로 확장되고, 사용시간이 화요일과 목요일에서 매일로 연장되리라. 아니 그 이상도 될 것이다. 시장은 주민투표로 선택된다. 회원이 많아지면 당연 회원 요구도 커진다. 당연 시장에게는 중요한 관심이 될 수 밖에 없다.
피클볼은 세계적으로 폭풍 유행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좁은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보람된 여가 생활과 건강한 생활은 복지 사회로 가는 가장 실천적인 방법이다. 당연 피클볼팀이 빠른 시일 내 활성화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클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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