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12 누가 이혼을 신청했나요
‘이혼숙려캠프‘라는 재미있는 JTBC TV 프로그램 명칭이 있다. 시청률이 꽤 높다. 농구 선수였던 서장훈이 재판장 역할을 하면서 이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보면 볼수록 흥미가 있으나 볼 때마다 마음은 우울하다. 세상에 이렇게도 혼란스러운 부부가 있는가? 어떤 때는 그들이 측은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세상이 병들어 간다는 느낌 든다. 이러한 사회현상이 TV 프로그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이런 가정이 매우 흔하다는 뜻이다. 이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사회는 어떻겠는가?
어린 자녀가 둘 있는 삼십대 부부다. 여자는 매일 집에서 술을 마신다. 둘째를 낳고부터 육아가 힘들어 한두 잔 하던 것이 이제는 매일 술이다. 하루 소주 1병 이상을 마시며 소주 2병과 맥주 2병을 마시는 날도 매우 흔하다. 물론 애들을 보살피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오면 가족은 저녁을 같이 먹는다. 여자는 대부분 음식을 배달시킨다. 여자는 이때마다 소주와 맥주를 마신다. 남자는 술을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한다. 과묵하다. 남자에게는 일하여 가족을 돌보는 것이 당연했다.
저녁식사 때마다 여자는 한두 잔 걸치면서 말이 많아진다. 여자는 남자의 말꼬투리를 잡는다. 애들은 벌써 눈치를 채고 방에 숨는다. 여자는 남자에게 이리 시비를 걸고 저리 시비를 건다. 말 꼬리를 잡고는 놓아주지 않는다. 말하면 말했다고, 말을 안 하면 말을 안 했다고 하면서 살살 남자를 글어댄다. 그리고 금세 술주정으로 발전한다. 결국은 남자는 쌍욕을 한마디 하고는 밖으로 도망간다.
이런 일이 일어난 지가 벌써 둘째가 돌이 되고 나서 유치원 가는 지금까지도 계속이다. 이제는 여자는 남자의 욕이 큰 상처가 되어 못 살겠다고 하고, 물건을 던져 나를 무시한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증폭되어 큰 말싸움이 된다. 남자가 퇴근 후에는 집에서 매일 이런 전쟁이 일어난다. 애들은 방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애들은 평소 함께 있는 엄마가 힘들다고 여기겠지? 그때마다 언변이 없고 과묵한 남자는 쌍욕을 한마디 던지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꽉 막힌 놈, 좀 여자를 다독거리며 살지. 매일 사는 것이 지옥이다. 그래도 남자는 다음날 일하려 나간다.
결혼 초기에는 좋았다. 둘째를 낳고부터 힘들기 시작하자 우울증이 왔다. 살아 보니 아기자기하고 자상한 남편이 아니다. 남편은 과묵하고 눈치도 없고 대화도 되지 않는다. 남편이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찌르는 흉기가 된다. 어떤 때는 남편은 팔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한다. 그것은 마음의 큰 상처가 되었다.
그때마다 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그녀는 더 까무러친다. 그런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지금의 남자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지금 남자도 옛날 그때 부모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의식의 자아는 소리쳤다. 너도 나를 무시하고 나에게 욕하는 남자다. 나쁜 놈, 너도 똑같은 내 아버지다. 복수하고 싶다.
오래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부부 모임에서였다. 아내가 술을 먹고 친구끼리 크게 싸움질을 했다. 남자는 야단을 쳤다. 너의 아버지와 같다고. 그때 여자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데 니가 나를? 하면서 그때부터 여자는 칼을 갈았다.
여자는 매일매일 한잔 술을 마시고 직장에서 돌아 온 남자를 두고 입으로 쪼고 쫀다. 여자는 매일 깐족깐족 거렸으나 그때마다 서로 말싸움은 되지 않는다. 남자는 현장에서 몸으로 일하는 사람이라 지치고, 또한 과묵하여 말싸움도 할 줄도 모른다. 여자는 더 미쳐버린다. 그때마다 남자은 참다 참다 못 참아 쌍욕 한마디 던지거나 물건을 하나 잡고 던져버리고는 밖으로 나가 버린다. 여자는 자기를 무시한다고 또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는 여자는 혼자 남아 계속 술을 마신다. 다음날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된다. 매일 이런 꼴이다.
어느 날 하루였다. 남자는 오늘만은 못 참았는지 술상을 엎어버리고 여자의 빰을 때려 버렸다. 전에는 팔을 들어 때리는 척은 하였지만 이번처럼 폭행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뺨을 때리는. 그리고 나가 버렸다. 그런데 말이다. 몇 시간 지나고 경찰이 그를 찾아와서 잡아갔다. 여자가 폭행죄로 신고해서였다.
경찰이 출동하여 부부간의 일이라 관여 안하려 했지만 여자의 아우성이 하늘을 찔렸다. “지금 어떤 세상인데? 남자가 폭력을 휘두르다니.” 그리고 “남자가 또 자신을 때릴 것이다.” 하고 언성을 높이니 동네 여자들도 함께 여자 편을 들었다. 경찰도 어쩔 수 없어 여자의 말에 따라 남자를 잡아 가두었다.
남자는 이젠 일을 하려 갈 수도 없다. 집안 경제는 엉망이 되고 애들은 공포에 질려 있다. 그동안 엄마의 술주정과 부모의 싸움은 애들의 가슴을 완전히 멍들게 했다. 아빠의 욕도 힘들게 했다. 이제 아빠마저 없으니 매일 술 마시는 엄마와 함께 애들은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재판장이 하는 말이다. 그렇게 매일 여자가 술을 퍼마시면 건강이 문제가 된다. 아무리 젊어도 계속 그렇게 술을 마시면 얼마 못 살아. 공포 속에 자라는 애들은 불쌍하지 않아? 폭행은 안 되지. 그렇다고 한번 뺨을 때렸다고 그것을 신고하여 일하는 남자를 경찰에 집어넣으면 집안 경제는 엉망이 될 텐데.
그런데 “누가 이혼을 신청했나요?” 재판관이 심각하게 물어본다. 남자의 변호인이 대답한다. “여자가 신청했어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이혼숙려캠프‘ 프로그램은 누가 신청을 하고? 그것은 남자가 신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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