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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230424 옆집 이야기와 영화 Tuya’s Marriage

Hi Yeon 2023. 4. 24. 18:24

230424 옆집 이야기와 영화 Tuya’s Marriage

 

내 집 짓느라 하루종일 방한복과 방한모자를 쓰고 현장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가끔 옆집 아주머니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느 날에는 김치, 상추, 밑반찬을 주고 갔다. 설날에는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서 박상을 한 그릇 주었다. 그 맛은 내 어릴 때 어머님이 해주었던 그 박상 이상이었다. 추운 겨울날 밤, 하나 집다 눈물이 났다.

 

 

그녀는 아침부터 집앞에 있는 땅에 농사를 짓는다. 알고 보니 그것은 일상이었다. 농사 규모는 제법 컸으나 시장에 팔기 위한 농사는 아니었다.

 

좀 쉬엄쉬엄하시지요

나는 차려입고 커피 마시는 스타일이 아니지요

 

저는 도시 사람이라 이 노가다가 힘들어 죽겠습니다

지금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요

 

문득 들어보니 그랬다.

 

저도 많이 성질 죽었습니다. 이래 힘들어도 요즈음 이렇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내 집 입구에 음식이 놓여 있는 경우가 가끔 생겼다. 그녀가 두고 간 것이었다. 먹어보니 그 맛이 보통이 아니었다. 겨울 추운 어느 날 저녁,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그녀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국 한그릇을 들고 있었다. 그 국은 나에게 아주 좋은 저녁이 되었고 영양분이 되었다. 그 국 맛이란 싱겁다를 넘어 맛있고 구수했다는 것이다. 평소 궁물을 안 먹는 내가 한방울 안 남기고 다 딱아 먹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가져온 모든 음식이 그랬다.

 

며칠 후 빈 그릇에 작은 모듬떡을 담아 그녀에게 건네면서 인사로 말을 했다.

 

참으로 음식이란 싱겁고 맛이 있는 것이 최고인데 사모님 음식이 그렇네요

 

겨울 따뜻한 날이었다. 일을 하고 있는 중에 휠체어를 탄 분이 말을 걸었다. 그녀의 남편 옆집 아저씨였다. 소문으로 말만 들었지 직접 뵙기는 처음이었다. 하루 종일 휠체어 인생이니 얼마나 사람이 그리웁고 말을 하고 싶었던가? 한참을 나를 세워놓고 이야기를 했다. 9년전 배달일로 사고가 나서 목밑을 다쳐 지금은 엄지 손가락만 겨우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그 이하는 감각이 없다면 그럼요?” 하고 내가 놀라면서 되물었다.

 

소변은 연결된 호수로 외부 병에 모이고 대변은 이틀에 한번 파네다고 하였다. 보통일이 아니다. 사모님이 무척이나 힘들텐데. 그래도 내색 하나 하지 않았고 항상 미소를 지으며 이웃에게 다정다감하니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어느 날씨 좋은 날, 그 분이 내 일하는 것을 보고 또 다가왔다. 겨울 외출은 못한다. 오늘 날씨가 좋아 나 일하는 것 보려 나왔다고 하였다. 전번에 만나서 그분의 몸상태 잘 알고 있던 차에 나는 인사로만 아닌 진심으로 말을 건넸다.

 

잘 지내세요? 잠은 잘 주무시는지?”

 

그분은 잠은 그릇그릇 잘 잔다고 하면서 말을 이었다.

 

앉아 있으면 아랫배가 불룩나와?”

 

나는 운동을 못하고 먹기만 하니 당연 그러리라 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에 나는 깜작 놀라고 말았다. 그분 말이 의학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잘 알기 때문이었다.

 

옆으로 누우면 아랫배가 불쑥 나와, 반대로 누우면 그 아래가 나오고

 

그것은 장기가 중력의 힘으로 아래로 솟아져 주저앉는다는 뜻이다. 9년이란 세월동안 움직임이 없었으니 몸의 장기를 지지하고 있는 모든 근육이 퇴화되었으리라. 그럼 잘못하다가는 작은 충격에도 장기가 내려앉을 수 있다.

 

어느날 나는 물통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드럼통 1개를 철재 야적상에서 구입하여(한개 15,000) 집 앞에 두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지저분하다는 말에 생각을 바꾸고 처분하려 했다. 이 말은 들은 그녀가 자기 달라고 하였다.

 

뭐하려고요?”

반 잘라서 솥 걸어 아궁이 하려고요.”

 

혼자 밥해 먹고, 혼자 자고, 혼자 일하다 보면 나도 입에 곰팡이가 핀다. 문득 다정히 말을 거는 그녀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음식을 받아 먹어서가 아니고

 

말이 필요가 없었다. 다음날 나는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하나는 아궁이로, 하나는 나의 소각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궁이는 그녀의 집앞에 두었다

 

 

 여러번 동사무소에 가지치기를 의뢰하였지만 안된다는 답만 있었다고 하면서 그녀가 불평하는 것을 나는 들은 적이 있었다. 생각난 김에 그녀의 집과 내 집사이에 있는 큰 대추나무와 이름 모르는 나무에 가지치기 했다. 아주 짤뚝대추나무는 여기서는 너무 흔해 주변이 지저분하고, 이름 모르는 나무는 너무 크고 가지가 뻣어 전선과 통신을 망칠까봐, 그리고 주변을 너무 가려서.

 

최근 집을 다 짓고 그녀가 준 음식을 비우고 난 그릇에 경주빵 몇개를 들고 방문했다. 들어와서 커피 한잔을 하고 가라는 청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 휠체어에 앉은 아저씨와 그녀가 반갑게 반기면서 커피 한잔을 권했다. 그분의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다. 그는 나보다 6년 연장이었다. 즉 현재 내 나이 3년전에 사고가 났던 것이다.

 

그녀의 집에서 직접 그들의 삶의 보고,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새삼 모든 것이 내 피부로 다가왔다. 그래도 이웃에게도 웃음으로 다정다감하게 다가가는 그녀가 매우 특별해 보였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삶은 정이고 사랑인가?

 

집짓기가 다 되었고 이제는 나에게 할 일이 없다. 며칠도 아니되어 내 병이 도졌다.

바빠 힘들면 투덜대고심심하면 재미없고내 집에서 차로 10분이면 교육청도서관이 있다. 그곳에서 CD영화를 한편을 빌려 보았다.

 

 

중국, 왕취엔난 감독, 2006, 2007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각 나라마다 결혼문화가 다르지만 몽고인들의 결혼문화는 특별하다. 몽고인의 그런 결혼문화는 초원의 유목인에게는 살아가는 일종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삶의 척박함을 헤치고 주인공 투야는 불구자 남편과 두 어린자녀를 데리고 살아간다. 여자 혼자만으로 유목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남편과 이혼을 하고 이혼한 남편과 애들을 데리고 산다는 조건으로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자와 재혼을 한다. 문화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의무와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하는 물음을 나에게 던졌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인간이 지녀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

물 없으면 살 수 없듯이 사랑도 이와 같지 않을까?

 

이 영화와 옆집 이야기가 마구 겹쳤다.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래도 지금 무엇인가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나?

 

물음의 메아리가 오늘따라 왜 이리도 크게 울리는지? 답의 울림은 왜 이리도 흐리게 메아리 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