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01세월따라 거꾸로 젊어지는 인생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From the Short Story by F. Scott Fitzgerald, 2008 제작)를 보았다.
주연: Brad Pitt, Cate Blanchett
감독: David Fincher
1918년 제1차세계대전 말, 미국 New Orleans,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 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Benjamin Button.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된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 만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비로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아기가 생긴다.
하지만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간다. 벤자민은 데이지 품에서 애기가 되어가는 자신의 미래가 두려워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난다.
세월이 흘렸다. 벤자민은 보호소에 입양되고 갖난 애기가 되어 죽는다.
위 사진은 벤자민의 삶 순서이다. 순서를 역으로 하면 보통 우리 삶이다.
세월따라 늙어가는 인생이든, 거꾸로 젊어지는 인생이든, 그 삶의 양과 질은 같다. 다른 것은 보통의 우리 삶은 자신이 언제 죽는지 모르고 망각하고 산다는 것이고, 꺼꾸로 젊어지는 인생은 죽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마치 집에서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삶은 끝을 망각하고 가지만, 반대로 거꾸로 젊어지는 인생은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이 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벤자민의 삶은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그는 도착시점을 정확히 안다. 그래서 그는 가족의 품에서 스스로 떠났다. 벤자민의 삶에서 특별한 것은 다름으로 인하여 생기는 어려움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개인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벤자민의 관조하는 삶을 엿볼 수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특히 모두가 동등한데 오직 나만 다르다면 정말로 곤란하다.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이해를 구해도 소용없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보기에 얼굴이 많이 앳되어 보였다. 사람들은 내가 말하면 언제나 애기말로 들었다. 대학생이 되었어도 나는 중고등생으로 보였다. 여자들은 나를 동생 취급했다. 내가 어려 보이고 만만해 보였던지 여자들이 나에게 접근하였다. 나는 말 한마디 못하고 하루 종일 그녀 옆에 앉아 있는 것으로만 만족했었다. 직장인이 되었어도 나는 학생으로 취급받았다. 버스를 타도 학생표가 필요했다
어려 보였기 나는 군대에서도 동료들에게 만만한 상대였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고생을 했다. 직장에서도 그랬다. 내가 말을 하면 상대는 항상 나에게 대들었다. 그래서 요즘도 남들에게 가능한 존대말을 사용한다. 아마도 내 모습이 같은 나이 또래에서 10년 정도 어려 보이는가 보다. 이는 내 상상이다.
내 사고도 역시 남들보다 어렸던 같다. 남들은 항상 나보고 현실성이 없고 어린애같은 생각을 한다고 하였다. 여드름은 본 적이 없고 키는 나중에 많이 컸다. 대학시절에 대부분 동료들은 대모를 하거나, 그냥 놀거나, 혹은 공부를 했다. 나는 이때가 사춘기였나 “왜 사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대학생활을 헤매며 보냈다. 이는 내 몽상이다.
이제 내 나이 60 넘었다. 이 나이에 젊은이들이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젊은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한다. 느린 템포보다 빠른 템포의 운동을 좋아한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좋아하고 뽕작보다는 비트나 헤비음악을 더 좋아한다. 이 처럼 내 사고는 남들보다 많이 늦다. 이는 내 착각이다.
내 몸은 항상 가늘었다. 내 육체는 역시 남들보다 10년은 모자라는 것 같다. 난 고등학교 시절에는 달리기를 못했다. 군대 시절에는 동료들을 따라가지 못해서 죽을 고생을 했다.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또래가 나이를 먹어 중년이 될 무렵 이제야 내 체력은 그들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 이 또한 글세다.
이러하듯 나는 얼굴과 마음이 남들보다 10년 정도 어렸고, 몸과 사고의 능력은 남보다 10년 늦었다. 그렇다면, 나는 남보다 10년은 더 오래 살아야 공평하다. 내가 빨리 한 것도 있다. 내 나이 50을 넘기면서 남보다 더 자주 인생무상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했다. 60을 넘기자 죽음이 내 코 앞에 있는 것 같다. 이쯤이면 큰 착각이다. 이런 이미지가 가족의 품을 떠나는 벤자민의 모습과 겹치고 겹쳐진다.
벤자민이 세월따라 점점 젊어지고 결국 자기는 어린 애기가 되는 과정에서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잘 안다. 그만큼 살면서 고민하였고 그만큼 남보다 철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벤자민은 노년에 가족을 멀리하고 혼자 떠났을 것이다.
내가 남과 다르다면 그만큼 힘들다. 그만큼 생각이 많아진다. 자연히 삶을 관조하게 되고 결국 세상을 넘는다. 후회없는 삶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둠이 있기에 색깔과 밝음을 본다. 똑 같은 무리와 똑 같은 삶이라는 동질성 안에서 우리는 배우는 것이 많지 않다. 죽음을 생각해 보아야 할 이유도 크지 않다. 어쩌면 이런 평범한 인생이 행복일런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행복을 추구한다.
세월따라 늙어가는 인생이든, 거꾸로 젊어지는 인생이든, 그 삶의 양과 질은 같다. 그런데 벤자민이 특별한 것은 다름으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이고 꺼꾸로 젊어지는 인생에서는 죽을 때를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삶을 관조하면서 오늘을 즐겼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자신이 벤자민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남보다 어렸고, 늦게 자랐고, 약했다고 상상하고, 착각하고, 망상을 꾸면서 벤자민의 삶을 보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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