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6 Honolulu Beach에서
나는 지금 Honolulu 국제공항 로비7에 앉아 있다, 이곳은 로비내부와 로비외부의 경계가 없다. 하와이의 연중 내내 따뜻한 날씨 때문인가? 내부공간과 내부공간을 구별하는 유리벽이 없는 것이다. 나는 그 경계에서 로비의자에 앉아 밖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내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그 위 다리에는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날씨는 마치 우리나라 7월 장마 후 맑은 하늘이 있는 날씨와 비슷하다. 습기가 좀 있으면서 약간 더운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습기가 없다면 정말 상쾌하겠지만 제법 바람이 부니 에어컨 없어도 공기 맛이 매우 좋다.
나는 인천공항에서 여기 하와이 호놀루루 공항에 내려 12시간을 기다려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LA로 간다. 그곳에서 다시 6시간을 기다려 Calgary행 비행기를 타는 여정이다. 지루하고 고된 여정이다.
나는 하와이 공항에서 나와서 버스를 탔다. 버스는 2열로 연결된 형태이다. 뒷좌석에 몸을 싣고 밖을 보니 호놀루루 도시 전경이 차창 너머로 동영상처럼 지나간다.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났다. 버스 종점이라고 버스기사가 말했다. 내리니 넓은 공원이 있고 그 옆으로 호놀루루 와이키이 비치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한다. 고층 해변건물들이 비치를 따라 서 있다. 여기저기 모래사장에서는 사람들이 선팅과 수영을 즐기고 있다.
참으로 곱고 하얀 모래사장이다. 나는 멀리 수평선을 보면서 그곳에 섰다. 모래 위에 파도가 왔다갔다 한다. 바닷물을 먹은 모래 사장 위로 걸어 나갔다. 뒤돌아 보았다. 모래 사장에 내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하루하루 이어지는 내 삶 같았다. 파도가 밀려와서 그것을 지운다.
정말로 아름다운 하와이 비치이다. 그냥 옷을 벗고 뛰어 들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사실 못할 것도 없었다. 옆에 보니 누구나 할수 있는 무료사워장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마음을 열어도 내키지 않았다. 아름다운 이 와이키키 비치도 지금은 내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아마도 평상시 마음이었더라면 팬티바람으로 그냥 바다에 들어갔으리라.
하와이의 바다와 내가 살았던 동해안의 바다가 지금 겹쳐보인다. 그 언저리에 한 사람의희미한 실루엣이 다가와서 사라진다.
나는 캐나다 방문을 하고자 출발 2주전 항공권 예약을 했다. 두번 갈아타는 Calgary행 노선이 2주 전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에 판매가 되었다. 한화로 170만원이다. 직항의 절반의 가격이다. 그냥 생각없이 질렸다.
캐나다로 출발하는 날이었다. 사상 최대의 거대 태풍이 경주지역으로 올라왔다. 나는 미리 하루전 경주에서 KTX를 타고 서울 누님집에 왔었다. 아무리 태풍위력이 대단하더라도 서울에서는 인천공항으로 제대로 갈 수 있으리라는 나의 통밥 때문이었다. 그런데 태풍만 나를 골탕 먹인 것이 아니다. 곧 바로 얄굿은 영원한 이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고향에 계시는 작은 형님이 응급환자로 경주에서 서울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전화가 왔다. 멀정하셨는데, 아직 78세인데… 내 캐나다 출발 전날 나와 만나기로 하였는데…
갑자기 복통이 있었다. 장이 막혀 흐름이 올 스톱… 지방병원에서는 안된다 하여 긴급으로 서울로 후송… 장 전체가 폐쇄… 노인은 축 늘어지고… 당장 수술을 해야 하지만 병원일정에 기다려야 하고… 시간이 흐르자 이제는 수술도 늦었다고 하고… 결국 오늘을 못 넘긴다고 하였다.
이 소식을 안고 나는 인천공항으로 가야만 했다. 캐나다 방문을 취소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본다 하더라도 형님을 볼 수 없다. 보호자 한 사람만 환자곁에 있을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와이 호놀루루에 도착하자 바로 형님부고를 전화로 받았다. 여기서 LA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냥 눈물만 하염없이 흐른다. 나는 12시간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축 늘어져 그냥 로비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로비 앞에 호놀루루 시내로 가는 버스가 보였다. 그 버스에 무작정 올라 탔다. 그리고 종점에 내렸다. 내리고 보니 환상적인 하와이 비치가 펼쳐졌다.
3시간 동안 공원과 비치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백사장으로 달려갔다. 저 바다에 푹 빠져 내 몸을 푹 담그고 싶었다. 그리고 그 짠 바닷물을 덮어쓰면서 울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내 사는 고국이었더라면 그리 했으리라. 다행이 화사한 햇빛과 이국적인 비치의 전경이 내 마음을 잠시나마 잊게 하였다. 다시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공항 로비에 서니 언제 내가 슬폈던가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생활한 지가 5년째이다. 캐나다에 살면서 그동안 못했던 형제사랑을 주고 받고 싶었다. 그래서 자주 형님을 찾아 뵈었다. 1주일에 한 번 찾아뵙고 같이 점심도 했다. 내가 찾아 뵈면 형님은 무척이나 반겼다. 그제만 하더라도 내 신축 주택에 와서 나를 만나겠다고 하신 형님이다. 이렇게 몇 년은 갈 줄 알았다. 이렇게 계속 형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 1주 전에는 보약 한 상자를 들고 형님 드시라고 드렸다. 그때 그렇게 좋아하셨다.
우리 형제는 7형제이다. 벌써 큰 누님과 작은 형님이 세상을 떠났다. 다섯 분이 남았고 그중 고향에는 큰 형님 한 분만 남아 있다. 고향에서 찾아 뵈울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점점 준다.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그 생각을 하니 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맏이는 부모를 보내지만 막내는 부모를 보내면서 동시에 형제를 보낸다. 내가 나이가 들고 보니 실감이 난다. 남들보다 내가 많이 민감한가? 이때는 무심이 최고이다. 인생이 그렇지 하고 체념하는 것이다.
여기가 국제공항 로비여서 그런가? 휴양지여서 그런가? Honolulu에는 코비드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젊은 여인네의 포옹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짐 끄는 소리, 안녕 안녕하는 사람소리. 체크인에서 나는 소리들… 행복하다. 보이는 모든 이들이 쾌활하다. 아무 일이 없는 듯 이렇게 세싱은 그냥 굴려간다. 도착이 있으면 출발이 있다. 가는 이가 있고 오는 이가 있다. 이는 우리의 일상이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아마도 하와이의 비치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로비에 쳐박혀 울기도 하고, 멍하게 앉아 있기도 하고, 바보같이 벽을 처다보고 왔다갔다도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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