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16 울산 시티투어를 하다
며칠 전 내 집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를 끝냈다. 경주 불국사 근처 작은 터에서이다. 건물의 기초가 코딱지 만하지만 그래도 건물의 기초인지라 신경이 많이 갔다. 기초는 한번 정해지면 변경할 수 없다. 수 없는 고민과 설계변경으로 만든 기초이다. 그래서 그런가 막상 끝내고 보니 홀가분했다.
다음은 상부 건물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하루를 쉬고 철골판넬업자를 만났다. 그는 지금 다른 곳에서 공장 철거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 집 건물공사를 시작하려면 10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초 콘크리트가 제대로 양생되려면 1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잘 되었다 싶었다. 그래서 저절로 당분간 한가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매일매일 공사와 설계로 몰입하다가 갑자기 한가해지니 삶에서 무언가 하나 잃어 버린 듯 마음이 공허해지더니 급기야 나사 하나 빠진 놈처럼 하루하루가 멍해졌다.
소주 한잔을 해 보았다. 머리만 아프고 마음은 더 사나워졌다. 영화를 보았다. 이것 저것 앞부분만 힐끗거렸다. 억지로 일을 찾아 무엇인가 해 보았다.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토암산으로 등산을 해보았다. 저녁이 되면 혼자 방에서 왔다갔다 했다. 이렇게 며칠 헤메었다.
“나를 한가하게 둘 것이 아니야? 내가 직접 할 수 없는 것만 업자를 시키고 가능한 내 손으로 집짓기를 하면서 나를 바쁘게 해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어디 바람이라도 쇠러 갈까 하고 지도로 이곳 저곳을 더듬거렸다. 갑자기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머리에 꼿혔다.
“<부산 – 울산 – 경주 – 포항>이 서로 전철로 연결되어 하나의 권역이 된다.”
이는 하나의 권역인 수도권과 비슷한 개념이다. 수도권만 사람인가 우리 동남권도 사람이라는 주장이다.
옛적부터 동남 동해안 철도가 있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지금은 일부(경주 시내구간과 부산 해운대구간)가 폐도되고 새로운 노선으로 복선화되었다. <대구 - 포항 – 경주 - 울산 – 부산>을 잇는 구간에서 올해부터 열차가 운행중이다.
내가 살고자 하는 불국사역과 경주시내에 있는 경주역을 잇는 구간은 없어졌다. 오래 전 생긴 <서울 - 대구 - 신경주 - 서울산 – 부산>을 잇는 KTX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동맥이다.
이와는 별도로 <대구 – 신경주 – 울산(북울산, 태화강역) – 부산>이 복선철도로 또 이어졌다. 울산 태화강역에서 부산 전역은 도시철도로, 태화강역에서 경주, 대구, 포항으로는 철도로 접근할 수 있다. 울산의 심장이 도시철도와 국철로 연결되는 것이다. 울산으로 보면 태화강역이 서울 수서와 같은 역활을 한다.
경주는 동으로 포항과 연접하고 남으로 울산과 연접한다. 덕분에 경주도 그 연접부근에는 공장이 많다. 울산과 포항이 공업도시라고 하면 그 중간에 있는 경주는 관광문화도시이다. 서로 연결되어 환상적인 하나의 권역이 된다.
불국사는 경주의 남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울산과 매우 가깝다. 한번 가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였다. 시내버스로 경주 모화(경주와 울산 접경지역이다)로 가서 그곳에서 울산 시내버스를 타고 울산의 중심인 태화강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부산 서면으로 들어가려고 전철을 타려고 역사를 두리번 거리다가 울산시티투어
버스를 발견했다. 마음이 변했다.
“울산에도 시티투어버스가 있어?”
2층으로 된 투어버스에 반했다. 울산시티투어는 2개 노선(시내 관광와 동해 관광)이 있었다. 나는 장생포 대왕암코스(대왕암 공원-고래 박물관)을 선택했다. 10시 20분에 승차하였다. 탄 사람은 나 포함 3사람이었다. 운행내내 세 사람을 두고 시티투어 안내 설명을 들으니 감개무량…
나는 동해안을 보면서 자랐다. 젊은 시절에는 백사장에서, 어촌에서, 기암괴석의 바다에서, 소나무 해변에서, 이렇게 동해안 구석구석에서 해안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동해안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자랐던 것이다. 간혹 관광삼아 해변가에 갈 기회가 생기면 이런 것을 보려고 왔나 하는 생각에 나는 항상 따분했다. 아름다운 산속에서 살던 사람이 산 여행하는 심정이라고 할까?
그러나 나는 대왕암 공원을 둘러보고는 “동해안에 이런 아름다운 곳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본 것 중에 이곳이 최고였다. 부산의 오륙도보다는 여기가 더 아름다웠다.
나는 20대에 여인과 오륙도에 간 적이 있었다. 그녀가 오륙도 바닷물이 닿는 곳에서 해녀에게 회 한상을 불렸다. 기암괴석에 앉아 그녀와 함께 먹는 회는 신의 한 수였다. 목구멍으로 흘려 들어가는 소주가 얼마나 단지 설탕물이었다. 한번 맛 본 놈이 잘 알아차린다고 대왕암 저 밑에서 회 한상을 맛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위틈 사이, 회 한상에 소주, 그리고 동해 바닷물빛에 비치는 여인들… 이제 나는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는구나.
다시 시티투어를 다고 태화강역으로 되돌아왔다. 올 때는 불국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들어왔지만 되돌아 갈 때는 다른 방법으로 집에 돌아갔다. 태화강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신경주역 도착하여 그곳에서 시내버스로 불국사 집으로 돌아왔다. 울산 태화강역에서 신경주간 열차 운임이 2,700원이었고 시티투어는 6,000원이었다.
서울, 대전, 대구<---à신경주(KTX)
신경주ß--> 울산 태화강역(무궁화호)
부산ß--à 울산 태화강역(도시철도)
이 정도면 서울, 부산, 대전, 어디에서도 쉽게 울산 중심에 들어갈 수 있다. 울산 태화강역은 울산의 중심, 즉 서울의 강남과 같다. 공업도시의 맛이 특별하다. 동해안의 절경이 아름답다. 한가한 시티투어가 나에게는 안성마춤이다. 한번 가볼 만하다. 특히 기암괴석과 출렁다리가 있는 해안산책로의 비경은 매우 특별했다.
언젠가 부산에서 이 길을 따라 동해를 타고 올라가 신의주 그리고 러시아로 연결된다고 한다. 동아시아 대륙휭단철도의 시발점이다. 며칠만 더 있으면 따뜻한 봄날이다. 65세 이상은 혜택도 많다. 당장 떠나 보자.
대왕암 공원 송림
대왕암 출령다리
대왕암, 그런데 어느 바위가 대왕인지는 몰라
부산 방향의 바다이다. 멀리 선박들이 많다. 마치 해전이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바위 틈에서 회 한상으로 소주 한잔을 하고 있다.
자동차 캠핑장도 있다. 본 것 중에 최고이다. 대왕암 공원은 넓어 볼 것이 많고, 공원산책로는 길고 다양하며 멋지다. 동해안 해변과 해수욕장도 있다. 미술관 축구장도 보인다.
울산 태화강역에서 신경주역으로 가기 위해 무궁화 열차를 탔다. 오랫만에 타 보는 무궁화 열차이다. 감회가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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