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6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도 있다
이 봄날 이렇게 더웠던 적이 없었다. 이 봄날 이렇게 가물었던 때가 없었다. 나는 2월말부터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지금 대부분 완료되었고 내부 마무리만 남았다. 그 동안 딱 한번 비가 왔다. 그동안 산불이 극성을 부렸다. 집 짓는 나에게는 좋은 날이었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끔직한 날씨였다.
내가 집짓기를 시작할 때 바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후 세계경제가 요동을 쳤다. 코로나로 비실비실 하던 세계경제가 이제는 바닥에 누워버렸다. 자재수급이 안되어 모든 자재값이 폭등하였다. 한 예로 철강값이 두배로 뛰었다. 자재뿐만 아니라 세계식량대란도 따랐다. 밀가루 가격이 폭등했고 공산품과 생필품 구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미국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우리 정부도 금리를 올렸다. 이제 돈을 많이 빌린 사람들이나 소시민에게는 끔직한 시대가 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집짓는 나에게도 악몽이 되었다. 코로나로 풀린 돈 때문에 건설자재값이 오르고 덩달아 인건비도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에 기름을 붓듯 더 폭등시켰다. 과거 코로나로 외국인력이 차단되었다. 그후 일할 사람이 없어 인건비가 올랐다. 특히 건설현장에서는 더 그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더 올랐다.
건설현장잡부(없으면 안 되고 있다고 해서 특별히 하는 일이 많지 않다) 인건비가 일당 15만으로 오르더니 지금은 20만원을 넘겼다. 건설현장의 기술자는 거의 대부분 중년이나 노년이다. 잡부가 일당 20만원이 넘으니 은퇴노인들이 심심풀이로 10일 일하고 그 돈으로 놀려간다고 한다. 인건비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본격적으로 더 오른다고 한다.
이렇게 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르면 누가 집을 짓겠는가? 일부 아파트 현장에는 공사중단, 혹은 연기가 되어 제 공정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건설업자가 어려우면 하청업자들도 어렵다. 일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계속 일감이 있어야 그들도 먹고 산다. 오르는 자재비와 인건비 때문에 일감이 줄어들면 일부 하청업자는 좋겠지만 대부분은 일감이 줄어들어 결국 수입이 준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집을 짓고 있다. 평균 자재비는 30-40% 올랐다. 인건비도 올랐다. 오른 자재비는 어쩔 수 없지만 하청업자는 공사를 빨리 끝내는 것으로 오른 인건비를 상쇄시킨다. 즉 아직은 전체 인건비는 똑같다. 기술이 좋은 업자는 이윤을 남기고 그렇지 않으면 작은 이윤에 만족해야 한다. 하청업자는 인건비에 힘들고 일감이 줄어들어 심적부담이 크다.
나의 경우 자재비는 크게 올랐지만 인건비는 약간 올랐다. 다행이 내 의지대로 업자들이 좀 움직여 주어서 다행이었다. 건축경기가 나쁘니 업자들이 한가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건설경기가 조금이라도 호황이면, 즉 너도 나도 주택을 지으면 돈 제대로 주어도 내 공정에 맞추어 업자 구하기가 어렵다. 그들의 스케쥴에 맞추어야 하고 또한 그들에게 사정해야 한다.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도 있다.
누군가가 말한다. “왜 하필 이때 집을 짓는가? 기다렸다 짓지” 한번 오른 자재비는 쉬이 내리지 않는다. 한번 오른 인건비는 다시 더 오른다. 기다려 봤자 공사비는 더 들고 결국 집값은 더욱 더 오를 것이다. 건축공사에서 자재비 대 인건비 비율은 과거 6:4에서 5:5가 되었고 지금은 4:6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향후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지금 그리고 향후 인플레 시대이다. 지금이 최적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다독거린다.
내 일을 하는 것과 봉급을 받고 하는 일은 질과 양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내 일은 단시간에 열심히 하고 남의 일은 장시간 시간 때우는 식으로 일을 한다. 나는 평생 내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 놀 때 놀고 일할 때는 열심히 한다. 집 짓는 일은 내일이다. 힘들어도 내 일이니 불평할 수 없다. 망해도 내가 망하니 항상 내 일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래도 남의 일을 하는 것보다 재미있다. 시간때우기식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 단비이다. 극심한 가뭄 뒤 비라 매우 반가웠다. 그동안 더위 때문에 고생하였는데 날씨가 시원해서 좋았다. 오늘 오전에는 비가 그쳤다. 아침 일찍 현장으로 나가서 삽과 괭이를 들었다. 흙을 파고 집터를 골랐다. 인력으로 직접 삽 들고 땅 파는 사람은 요사이 없다. 당연 이런 일은 포크레인(하루 50-60만원)을 불려서 일을 시킨다. 이렇게 평소 땀 흘리고 일을 하니 몸은 고달프다. 저녁이면 몸이 아파 끙끙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은 편안하다. 등산보다 더 좋다. 아마도 몰입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삶의 의미찾기 같은 것이다.
내집짓기에서 공정 하나하나를 내 혼자 직접 다 할 수 있다. 그러면 내 기준대로 꼼꼼하게 할 수 있지만 작업 속도가 한없이 늦어진다. 지금 은퇴했으니 뭐 살면서 세월아 내월라 하면서 집짓기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이제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 아마도 40대였다면 내 혼자라도 내가 직접 다 했을 것이다. 다음에는 마스타플랜을 짜서 모두 내가 직접해보리라. 나에게는 삶의 큰 보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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