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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210719 바다와 호수가 있는 고성 화진포

Hi Yeon 2021. 7. 19. 11:30

 

210719 바다와 호수가 있는 고성 화진포

 

한반도는 동고서저 형태이다. 동쪽은 높은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쪽은 평야가 많다. 그래서 동해안은 수심이 깊고, 서해안는 수심이 얕다. 동해에는 해안선이 단조롭고 강줄기가 짧은 반면 서해는 오밀조밀하며 섬이 많으며 강줄기도 길다. 아마도 동쪽 육지가 솟아 올라 산이 되었고, 서쪽은 가라앉아 평야가 되었나 봐. 산이 높고 바다가 깊으니 당연 동해안에는 호수가 없다. 부산에서 강릉까지 달려 보아도 동해안에 호수를 본 적이 없고, 또한 큰 강을 본 적이 없다. 동해안 가까이 섬도 없다.

 

솟아 오른 동해안 산줄기는 바다로 향한다. 그 산줄기와 산줄기 사이가 계곡이 되고, 그 계곡에 동해 바닷물이 든다. 그곳이 얕으면 백사장으로 발달하고 수심이 깊으면 항구가 되고 포구된다. 즉 동해안은 마치 U자 형태의 만이 반복되는 형태이다. U자 안은 포구가 되고 U자 끝은 해송이 무성한 산능선 끝이 된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은 그곳을 송대 혹은 송대말(송대끝)이라 부른다. 보통 이곳에 등대가 있다.

 

이러한 동해안에 예외가 되는 곳도 있다. 바로 강원도 고성군(북한)에 있는 해금강 지역이다. 동해안 다른 지역과 다르게 산과 섬, 호수와 강이 해안선을 따라 들숙날숙 오밀조밀하게 어울려 있어 천하절경을 이룬다. 남한지역에서는 해금강 바로 밑에 있는 화진포도 그렇다. 화진포는 호수와 동해바다가 서로 마주 보고 있고 작은 섬도 있다. 개발이 안되어 자연환경도 좋다.

 

확 틔인 동해바다 끝에 태양이 떠오른다. 큰 파도와 짙푸른 동해의 수평선을 보면서 사람들은 야망을 꿈꾼다. 슬플 때는 출령이는 파도를 보고 아우성친다. 나 역시 그랬다. 서해안 얕은 물가 백사장에서 야망을 품었다 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설령 그랬다면 분위기가 좀 어설프다. 또한 잔잔한 호수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분위기가 맞지 않다. 동해는 격정, 율동, 동적이고, 반면 호수란 평온, 차분, 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를 다 가진 곳이 바로 화진포이다. 동적인 동해와 정적인 호수공간이 지척에 서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심이 얕은 긴 백사장도 있고 바로 앞에는 작은 섬도 있다. 이곳 전체는 군사보호지역이다. 그래서 개발이 되지 않아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잘 조성된 소나무숲이 일품이다. 다른 곳과 다르게 여름 휴가철에도 다소 한산하고 조용한 것도 큰 장점이다.

 

이곳에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그리고 이기붕 별장이 있다. 김일성 별장은 백사장 끝 송대말에 있다. 송대말은 U자형 해안의 끝 부분의 산봉우리이다. 별장은 해송으로 둘려쌓인 봉우리 중턱에서 동해안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이승만 별장은 그 반대편의 호수가 보이는 구릉 중턱에 있다. 이곳에 서면 잔잔한 호수면이 보인다.

 

이 두 별장은 높은 곳에 있다. 하나는 동해를, 다른 하나는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다가 가려면 산비탈에 만들어진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내 생각에 김일성 별장은 동적이라 하면 이승만 별장은 정적이다. 다만 높은 곳에서 아래로 바라 본다는 점에서 둘 다 권위적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은 아래 순서로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사진출처:백과사전), 이기붕 별장이다.

 

 

김일성 별장(1938년 선교사 셔우드 건축)과 이승만 별장(1954년 건축)과의 거리는 400-500m정도로 걸어가서 관람할 수 있다. 그 사이에 이기붕 별장(1920년대 외국 선교사에 의해 건축)이 있다. 이기붕 별장은 다른 별장과 다르게 소나무숲 안의 평지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규모가 다소 작다.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별장은 권위적이며 업무적인 성격이라면 이기붕 별장은 사람이 사는 주택같은 소박한 냄새가 난다.

 

단체로 7 13일 화진포를 방문하였다. 백사장은 조용했다. 코로나 때문이겠지만 개발이 안 된 이유도 한목한 것으로 생각든다. 백사장 옆의 소나무 숲은 일품이었다. 그 건너 잔잔한 호수가 있고 트레일이 호수변을 따라 길게 있었다. 호수변을 걷고 싶었다. 맨발로 백사장을 걷고 싶었다. 돌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싶고 수영도 하고 싶었다.

 

나는 동해 바닷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과거 제주도를 여행할 때 바닷가에서 구경은 흥미가 별로 없었다. 내가 살았던 동해안이나 제주도나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는 많이 색달랐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것을 보면 그만큼 특별한 모양이다. 역대 최고로 유명한 세 사람의 별장이 여기에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바다와 호수가 있는 고성 화진포, 다음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오고 싶다. 한번은 호수를 바라보고, 한번은 백사장에서 동해를 바라보면서 걷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대와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바다가 아닌 호수가 보이는 찻집으로 데려가고 싶다. 배 고플 때는 바다도 호수도 아닌 숲 속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인 해산물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 밤이 깊어 별장 세 개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이기붕 별장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