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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170404 조금 적게 먹고 살아간다면

Hi Yeon 2017. 4. 4. 14:41

 

 

170404 조금 적게 먹고 살아간다면

 

사람의 욕망은 크게 나누면 식욕, 색욕, 물욕을 들 수가 있다. 그중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먹는 문제' 즉 식욕이다. 먹고살기가 어려울 때는 최소한의 먹을거리로 살아간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좋아짐에 따라 최우선으로 움트는 것이 바로 식욕이다. 그 다음으로 색욕이고,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물욕이 생긴다.

식욕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건강을 한평생 좌우한다. 나이와 건강에 좌우되는 색욕과 개개인의 주관이 많이 관여되는 물욕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먹는다'는 것은 우리 생활에 매우 중요한 원초적인 욕구이면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정도만 먹으면 된다. 필요 이상 먹는 양만큼 건강에는 해가 된다. 그만큼 몸이라는 공장을 필요 이상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먹는 양이 적다면, 몸은 유기체이어서 모자람을 스스로 극복하고 그 환경에 적응한다.

, 들어오는 양이 많다면 당연히 처리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몸은 그만큼 더 가동되어야 하나, 반면 모자라면 몸은 살기 위해서 그만큼 음식을 알뜰살뜰 섭취하려고 하면서 스스로 적은 양에 적용해 나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는 것보다 차라리 모자라는 것이 낫다고 한다. 그러나 식욕이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은 후 몸이 일하는 과정을 나름 단순화 해 보면,

1. 소화 과정 : 물리적 과정과 화학적 과정을 거친다. 음식을 부수고 섞어 영양을 흡수하는 위장 기능이다

2. 영양 과정 : 음식을 영양 상태로 만드는 화학적인 과정이다. 영양을 보관하거나 에너지화 과정에서 생기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간, 콩팥 기능이다.

3. 순환 과정 : 물리적 과정과 화학적 과정으로서 영양을 근육에 보내는 순환기 계통, 즉 혈관이다.

 

세 과정의 상관관계를 설정해 보면, 소화 과정을 상부구조, 영양 과정을 하부구조, 순환 과정을 상부 하부를 연결하는 순환구조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하부구조는 상부구조에 종속되어 있다. 즉 상부가 일하면 그것에 맞추어 하부가 작동하는 관계이다. 상부가 일을 많이 하면 하부도 따라 부하가 걸린다는 것이다.

상부구조는 보통 물리적 기능이 많고 하부구조는 화학적인 공정이 대부분이며 순환구조는 반반이다. 사람의 몸은 이 세 구조가 유기적으로 잘 연계가 되어 있다. 사람은 운동을 하여 세 과정의 능력을 유기적으로 발달시킨다.

 

만약 필요 양보다 많이 먹으면 상부구조라는 공장이 필요 이상으로 가동되면서 당연히 하부 공장도 따라 필요 이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상부는 물리적인 기능이 많아 위장이 ', 힘이 들어'하고 자주 불평을 하지만 하부는 주로 화학적인 작용 덕분에 말이 없다. 그리고 상부는 시도 때도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하부는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상부 작용의 치다꺼리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저녁에 밥을 많이 먹고 자면 하부는 밤새도록 공장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술을 많이 먹으면 몸은 취하여 좋겠지만 하부는 정신없이 정화라는 일을 해야 한다. 자기가 쉬고 싶을 때 못 쉰다는 것이다. 더구나 더 먹는 만큼 노폐물도 더 많이 생긴다. 어떤 때는 정화 장치인 간장이나 콩팥도 힘이 달려 낑낑거린다. 혹은 대충 정화시켜 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순환구조인 혈관은 정화되지 않은 물로 오염되고, 그 찌꺼기는 혈관 벽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점점 혈관은 얇아지면서 딱딱해진다.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 오일은 더러워지고 배기통에는 검은 연기가 나오는 현상이다.

 

상부와 하부의 다른 점이 또 있다. 만약 상부가 아파서 문제가 생기면 그래도 하부는 돌아간다. 그 반대로 상부는 멀쩡한데 하부에 문제 생긴다면 그때는 몸은 올 스톱이 된다는 것이다. 상부는 힘이 들면 불평하는데 하부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장 환자는 말라가면서도 몇 개월 더 살아가지만, 간장이나 쓸개 콩팥 환자는 아프다 하면 바로 그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즉 상부구조가 탈나면 시름시름하지만 하부구조가 아프면 바로 간다는 것이다.

 

나이 65세에 위암으로 위장을 수술하였다. 2년 후 재발하여 이제는 식음을 삼키지 못했다. 그런 후로 6개월 이상 지나자 정신은 말짱한데 반해 몸이 젓가락처럼 변하였고, 결국 굶어서 돌아가셨다는 어느 어른의 이야기가 있다.

비슷한 나이의 어른이 콩팥에 심한 부종이 생겨 입원하였는데, 밥 잘 먹고 말 잘하고 멀쩡하다 싶었는데 며칠 만에 갑자기 말 한마디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차이를 알 수 있는 대조적인 이야기이다.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결론적으로, 상부구조가 일을 많이 하면 하부구조는 그만큼 시도 때도 없이 부하가 많이 걸린다. 노폐물도 증가하고 순환기관도 헐떡거린다. 그리고 노폐물이 온몸에 쌓인다. 그러나 사람 입은 식욕에 사로 잡혀 제대로 씹지도 않고 마구 마구 삼키기만 거듭한다. 먹고 나서 앉거나 누워서 색색거리며 헐떡거린다. 입과 상부구조는 만족하는데 하부구조는 구정물 속에서 말도 못 하고 허우적거린다. 말없이 묵묵히 견디어 나가다 한 순간 비명 한소리 못 하고 쓰러진다.

정화 시설이 고장 났는데 사람 몸은 어떻까? 순식간에 몸은 구정물로 오염이 되고 바로 그것이 신경을 마비시킨다. 결국 깩소리 한마디도 못 내고 바로 저승길로 가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데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묵묵히 일만 하는 하부구조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반대로 적게 먹으면 몸은 어떻까? 몸은 살기 위해서 전투태세를 갖춘다. 음식 한 톨, 국물 한 방울까지 갈고 삭혀서 영양분을 추출하려 한다. 모자람에 몸은 긴장까지 한다. 또한 적게 먹는 만큼 하부구조는 부하가 적게 걸려 적게 돌아가고 그만큼 몸이라는 공장은 많이 쉰다. 노폐물도 적게 생기고 정화 장치인 간장과 콩팥도 느긋하다. 평소 '필요한 것'(양과 질의 면에서) 만큼만 먹고 좀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은 이유이다.

 

어쨌든 많이 먹으면 몸은 많이 일하고 그만큼 노폐물도 많이 생기고, 그래서 또 더 일해야 한다. 당장 볼륨 큰 자동차 엔진처럼 힘은 세고 크나 망가지기 쉽다. 반면 못 먹어서 빌빌 거리는 사람은 힘은 없고 약하나 항상 긴장하고 있다. 몸의 상부 기관과 하부 기관은 할 일이 별로 없고 순환시킬 것도 적으니 몸은 깨끗하다. 빌빌 거리지만 오래 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면 좋겠지 하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이는 하부기관과 순환기관을 마구 닦달하는 일이니 수명 연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 잘 차려진 한상을 비싼 돈으로 주문하여 입과 배를 즐겁게 하면 하부구조는 넘치는 에너지와 영양분만큼 더 고생한다. 노폐물은 더 생겨서 더 정화해야 한다. 얼굴과 입은 여유롭고 풍요롭고 화사하고 근사하지만 하부는 노가다 일에 낑낑거린다. 욕구에 미처 내 돈을 들여 하부를 괴롭히는 것이다.

 

학 같이 산다. 그 대신 외롭고 마음을 조이지만 몸은 편안하다. 돼지 같이 산다. 그 대신 욕구대로 살고 마음을 풀 수 있지만 몸은 피곤하다. 절제인가? 아니면 충족인가? 그렇게 하여 좀 더 오래 살아 보아도 그것은 오십보백보이다. 영속이란 세상에서 보면 아주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 적게' 먹고 살아간다면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여 편안함을 얻는다라는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