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온 후로 차없이 모든 일을 했다. 세종에서 살면서 용인 가게로 가야 했고 내 중개사무소에 출근하기 위해 세종에서 계룡으로 매일 가야 했다. 가끔 대전으로 일보러 가기도 해야 했다. 가게 물건을 구입하고, 사무소를 찾는 손님들을 모시고, 그리고 집으로 출퇴근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는 정말 필수적이다. 그러나 오늘까지 자동차 없이 모든 것을 해냈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였고 가끔 택시를 탔든가 친구편에 편승하여 욺직였다. 그것도 어려우면 하루를 쉬어 버렸다.
새 차 한대를 빼?
3000만원이상 현금이 필요한데?
할부는 싫고?
몇달을 고생하면서 고민하다가 중고차라도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이 중고차를 사는 데는 좋다는 소문을 들었다. 인터넷으로 중개상을 한분 찍어서 미리 간다고 연락을 하고 현금 5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인천 주안 중고자동차매매상사에 갔다.
전철 1호선 주안역에 내려 전화를 하니 중개인이 나를 차로 모시겠다고 하였다. 나는 걸어서 찾아갔다. 사무소를 확인하고 그곳에서 자동차를 소개 받으리라 하는 생각이었다. 오늘은 올 겨울 제일 추웠다. 거의 영하 10도였다. 현장에 도착하니 젊은 사람이 길거리로 나왔다. 마치 간첩을 접속하듯이 그들과 만났던 것이다. 그것도 그를 것이 비싼 중개사무소 임대료와 중개허가 때문에 핸드폰이 발전하면서 이름만 사무실에 올려 놓고 중개인들 모두 다 프리로 활동하는 것이다.
어쩌라 세상이 이러한데, 젊은 사람들을 믿어야지. 사기꾼은 아닐 것이고. 좋은 차를 만나면 내 복이고.
마음을 접고 젊은 두사람이 시키는 데로 나는 그들의 고급 승용차 뒤에 타고는 이리저리 중고차를 보려 다녔다. 나는 400만원대 뉴스포티지 혹은 투샨을 원했다. 400만원대 SUV 차라고 하면 보통 경유차로 10년이 넘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물이다. 그 모델이 뉴스포티지(기아)이고 투샨(현대)이다.
3대를 보았다. 오늘따라 추위가 매서웠다. 차를 보려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늘은 춥운 겨울이고 평일 목요일이다. 외출은 어려운 날이다. 그래서 매매장은 많이 한가했다. 한가하게 매매장을 둘려볼 수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추우니 나도 더 이상 보기가 귀찮아졌다. 많이 본다고 꼭 좋은 것이 아닌 것 같았고, 그래서 "똘똘한 것 하나가 좋지 않나?" 하고 그들에게 부탁했다.
그들도 많이 보면 시간만 허비된다. 똘똘한 것 하나가 좋은 것이다. 핸드폰을 한참을 뒤적이더니 그들이 권했다.
"여성이 탔는 자동차인데, 자주색이라 색깔이 좀?"
"괜찮아, 차만 좋으면 되지 뭐"
다시 그들의 차에 실려 매매상 주차건물 안을 이리저리 헤메고 나서 자주색 차 한대를 보았다. 여자 분이 12년 차 사용하다가 파는 것인데, 상태가 매우 괜찮습니다고 했다. 보니 엔진 소리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부식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전에 보았던 투샨은 차는 좋은데 부식이 좀 있었다. 10년 이상 된 차는 당연히 부식이 있다. 그런데 요차는 색깔 빼고는 모든 것이 괜찮았고 부식도 전혀 없었다.
좋다는 생각을 숨기도 나는 우선 딜부터 하였다. 상사 차주는 30만원이상 절대후퇴가 없었다. 나의 중개인은 전화에 메달려 2시간 동안 내내 달래고 하였으나 차주는 끄덕 없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배가 고팠다. 일단 내 중개인에게 점심을 대접하면서 중개인 수수료를 양보하는 선에서 400만원 중반으로 결정하고 개인적으로 나의 중개인에게 일정 경비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들도 하루 일당을 챙겨야 하는 것이다. 최소 그것이 보장이 안되면 그들이 나를 도울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후로 모든 것이 자동이었다. 내 중개인은 나를 태우고 다니면서 주민센타에 가고, 은행에도 가고, 그리고 서류를 만들고, 등록하고, 단기 보험을 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인증샷을 찍고 내 손에 차키를 쥐어 주었다. 이 추운날 그들은 아침 10부터 오후 4시까지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중고차를 보고 딜하고 서류 만들고 차키를 전달하는 일련의 작업을 하였던 것이다. 나는 그 득분에 편안하게 손하나 까닥하지 않고 자동차를 구입할 수가 있었다.
차를 몰고 경인고속도로를 달렸다. 경유차 12년 나이 뉴스포티지, 모든 것이 좋았다. 풀옵션에 부식은 없고 적당한 주행거리에 엔진소리도 괜찮았다. 누님이 사는 구로에 도착하여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니 경비 아저씨가 나왔다. 누님 댁에 올 때마다 고개를 숙여 항상 인사를 하였다. 그분도 항상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
"왠 차요? 차 한대 뺐나요? 새 차인데"
나이드신 분이라 자동차 모델을 잘 모른다. 단지 차 상태만 보고 말하는 것이다.
"새 차같이 보여요? 아니어요. 10년 이상된 중고차를 지금 사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좋아 보여요?"
"그럼요, 완전 새 차같은데"
기분이 좋았다. 사실 그냥 차키를 받고 몰고 왔지 구석구석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 다시 보자구나. 타이어도, 문짝도, 뒷드렁트도, 시트도 다 괜찮다. 그런데 뒷드렁트를 열어보니 왠일이야? 모든 종류의 악세사리가 깨끗이 정렬되어 있고 깨끗하다. 전차주가 보통이 아니네! 10년이상 된 중고차가 이렇다니, 가죽시트도 멀쩡하고, 아주마가 신주처럼 모시고 차를 탔는가?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GOOD"
그런데 차키가 하나이네. 본래 두개인데. 일부러 중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키가 하나인데 나머지 하나는?"
"사장님 중고차는 본래 10개중 9개는 차키가 하나 따라옵니다. 복사하세요?"
"아 그래요. 그런데 차를 몰아보니 매우 좋네요. 고마우이"
"다행이네요. 많이 소개해주세요."
"당근이제"
사실, 중고차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5년 이상 된 차는 그렇다. 10년된 차는 더 그렇다. 카센타 주인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싼 가격에 중고차를 사고, 다행이 좋은 차라면 그것은 순전히 내 복이다. 문제가 생기면 내 돈으로 수리하리라 하고 나는 각오했던 것이다. 형편이 아니되면 어쩔 수가 없지 않는가?
과거가 생각난다. 첫차는 10년된 중고 엑센트(현대)이다. 1년 타다가 그 차를 폐차하고 엘란트라(현대)을 뺐다. 7년을 타고 다시 뉴그랜즈(현대)로 바꾸었다. IMF가 터지자 나는 내 차를 팔아 먹어야 했다. 그리고 남는 돈 200만원으로 10년 넘은 코란도(경유, 2400cc. 4륜, 스틱)를 매입했다. 이것은 완전히 똥차였다. 그런데 타고보니 정말 좋은 차였다. 못 생겼지만 유지관리는 최고였다. 전 차주가 포크래인 주인였던 것이다. 3년을 몰다가 지인에게 같은 가격 200만원 받고 팔았다.
나는 이 돈으로 더 좋은 신형 코란도를 250만원 주고 샀다. 외관은 근사했다. 그런데 몰고 다니다 보면 심심하면 서 버렸다. 잘 아는 카센타에 수리를 의뢰했다.
"엔진을 바꾸어야 해"
많은 돈이 없는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220만원에 매물로 내 놓았다. 어떤 한사람이 카센타 주인과 함께 와서 내차를 둘려보고 몰아보고 220만원에 사갔다. 얼씨구나 하고 돈 받고 30분이 지났는데 전화가 왔다.
"가다가 차가 서 버렸어요. 왜 그런가요"
"글세요? 오늘까지 잘 갔는데요. 잘못 조작했겠지요."
그렇게 내 차를 팔아 먹었다. 그 이후로는 나는 항상 새 차를 구입했다. 캐나다에서는 3번 차를 구입했는데, 결국 아는 한인으로부터 구입한 중고차가 문제가 되었다. 내가 감수했다. 중고차는 속이려고 하면 알 수가 없다. 마치 사람알기가 매우 어렵듯이 중고차도 그쯤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나는 안다. 반대로, 생각 이상으로 좋은 사람도 많다. 좋은 사람을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중고차도 그렇다. 오늘 산 이 차가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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