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개업을 위한 교육을 받았다. 요식업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받아야 하는 교육이다. 교육 시간은 6시간이다. 전국 대도시에 있는 요식업 지협회에서 받을 수가 있다. 나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교육장에 접수했다. 아침 9부터 오후 4시까지 음식 청결, 고객 서비스, 사업 성공, 직원 고용 등등 교육을 받았다. 6월의 오후는 길다. 교육이 끝난 오후 4시이면 아주 이른 시간이다. 교육장 건물 코앞에 수원 화성이 보였다. 온 김에 수원 화성을 둘려보았다.
가게 전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교육은?
예, 끝나고 지금은 수원 화성에서 관광을 하지요.
그래요. 좋습니다.
교육장에서 길 하나만 건너니 성곽에 오를 수가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어디 볼 만한 데가 있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 본다는 것은 어렵다. 경주에 사면서 불국사 한번 가 보지 못한 사람이 많은 이유이다. 대학시절이었다. 서울서 멀리 수원 화성에서 데이트한 기억이 난다. 그때는 수원 화성 둘레길 위에서 거닐며 데이트를 즐겼다. 서울을 벗어나 이렇게 한적하고 고적한 곳이 있음에 놀랐다. 주출입문인 장한문 기억이 아늑하다. 그때는 수원 화성은 정리 안되었고 개발이 되지 않은 수원 주택가와 시내를 품고 있었다.
오늘은 구두발이었다. 그래도 수원 화성으로 올라가서 편히 걷기를 포기하고 성곽 아래로 내려 왔다. 성곽 외곽으로 걸으며 성곽을 둘려 보았다. 성곽 외부로 길은 없었고 산성 부분에는 등상로가 있었다. 성곽을 밞으며 걸으면 발밑의 성을 볼 수가 없다. 화성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는 나를 낮추어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성곽으로 내려와 주변에서 화성을 이리저리 처다 보았다. 주변에서 너를 보니 정말로 아름다웠다. 높지도 낮지도 않는 성곽이 환상형으로 꾸불꾸불댔고 평지와 작은 산과 숲을 품고 있었다. 평지와 구릉을 넘고 그리고 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산을 넘으니 장안문이 나타났다. 수원의 구도심과 전통시장이 장안문을 둘려싸고 있었고 주변은 시끌버끌하고 바글바글하였다. 출발지로 되돌아오니 2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수원 화성은 너무 잘 단장이 되어 있었다. 보존도 완벽했다. 정조 1796년 축조되었고 총 길이는 5.4 km 이다.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나에게는 하나가 아쉬웠다. 옛때도 묻어 있고, 옛빛깔도 보이고, 허물어진 곳도 있고, 단장되지 않은 곳도 있으며, 현재 보존 공사도 하고 있다면 좋았을 걸, 나는 여기서 세월을 느낄 수가 없었다. 사람도 세월을 먹으면 주름도 생기고 상처가 생긴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인생을 볼 수가 있다. 수원 화성은 세월이 흐르는 활동사진이 아닌 한장의 스냅 사진이었다.
젊었을 때는 몰랐다. 나를 밟고 주변을 보기만 하였다. 인생도 이와 같을 것이다. 외곽 둘레길을 걸어가며 둘려보니 수원 화성을 크게, 작게, 가까이서, 멀리서 여러 각도로 볼 수가 있었다. 성곽 위에서는 내 발밑은 보이지 않고 주변 산과 건물만 보인다. 지금 서 있는 내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발밑으로만 밟고 살아간다면 진정 인생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인생을 주변에 두고 멀리 혹은 가까이서 보면서 살아가면 진정 내 인생을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중년의 한 사람이 문득 구두끈을 다시 멘다. 저 너머 해가 저무면서 수원 화성이 희미해져 갔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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