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22 길 위에서 고국 행을 머뭇거리다
나는 10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왔었다. 이민 오자마자 사업을 하였으나 1년을 못 넘기고 스스로 접었다. 그 후 많은 방황을 끝내고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애 둘을 키우고 보살피는 데 전력을 다 하였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애들은 학교과정 뿐만 아니라 주대표선수로서 체육활동도 잘 해 주었다.
큰애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자 나도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였다. 그로부터 2년 후 큰애는 독립하여 공부와 취업을 병행하였고 그리고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작은 애가 대학공부와 취업을 병행하면서 독립하였다. 이제 두 아들이 내 곁을 떠나 공부를 하게 됨으로서 이때부터 나는 동부캐나다 작은 도시에 혼자 지냈다. 그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변별한 직장이나 비지니스 운영 없이 계속 그곳에서 혼자 머문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캐나다에서 그럴 듯한 직장을 잡거나 사업을 다시 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흘렸다. 안생 60을 바라보니까. 그래서 이때에 나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일단 고국으로 입국하고자 하였다. 즉 고국에서 할 일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일단 귀국해서 잠깐 머물러 볼 요량이었다.
바로 고국으로 날아가기보다 배낭을 메고 캐나다 동부에서 대륙을 휭단하여 서부에서 고국으로 갈 생각을 하였다. 고국의 더위를 피해 캐나다 여행과 중부 캐나다에 있는 두 아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길 위에서 여정은 많은 볼거리가 있었다. 여행 중 우리 캐나다 이민자의 생활상을 보기도 했다. 또한 내 인생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혼돈도 생겼다. 다른 이민자들과 내가 비교가 되면서 나 자신이 자꾸만 실패자로 인식되는 것이었고, 그리고 중부캐나다 어느 도시 지하방에서 혼자 밥해 먹으면서 일을 하는 두 아들을 만나보고는 아비로서 내가 그들에게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닫고 스스로 자책하는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고국에 도착하면 배낭만 메고 있는 내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가 보아도 한마디로 누추하게 빈손으로 고국에 되돌아온 실패자였다. 캐나다에서 돈만 까먹은 놈이라는 빈정댐도 있을 것이다. 이때는 나는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형제 조카들이 다정다감하여 나에게 연민의 눈빛을 보낼 수도 있다. 그때는 나는 더더욱 비참해질 것이다.
그것보다 학업을 중단하고 일하는 자식들을 캐나다에 그냥 두고 나 혼자 빈둥빈둥 고국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얌체가 없었다. 아니 혼자 가기에는 너무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중간지점에서 머뭇머뭇 거렸다.
두 아들과 같이 한 달간 지하방에서 머물려 보았다. 같이 영화도 보고 맥주도 마셨다. 불현 듯 '애라, 애들하고 같이 살지 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찍 은퇴한 내 자신이 걱정되었다.
이제 약간 남은 현금을 조금씩 까먹으면서 살면 되지만 구차스럽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런 현금이 근질근질하여 가만히 있으라는 보장도 없어 보였다. '어차피 인생이란 빈손으로 가는 거야' 하고 되뇌어 보지만, 현실에 서 보면 자꾸만 돈벌이에 유혹이 갔다. 돈벌이가 쉬운 것이 아니다. 그 대가를 반드시 수반해야 된다는 것도 잘 안다.
이제는 체력도 마음도 약해지고 슬슬 아픈 곳도 생긴다. 외로우면 참으면 되지만 혹시 아파서 쓰려지면 그래도 혼자이다. 그러나 나는 의도적으로 그것을 자주 까먹곤 한다. 이제 다시 초심을 다잡고 지금이라도 일단 고국에 들어가 본다. 아마도 마음만 비우면 고국에서 건축설계와 컨설팅 혹은 건축관련 부동산 같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가 있다. 물론 투자 없이, 혹은 위험담보와 스트레스 없이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공예를 하든가 아니면 다시 캐나다 미술대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이민하고 나서 그리고 지금도 적극적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않는 현실도피형의 약해 빠진 이상하고 괴상한 놈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를 휭단 하면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니 이제 한번 넘어지면 쉽게 일어설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또한 마음은 나이듬에 따라 더 유연해져서 쉽게 유혹에 빠짐을 겪어 보았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지금까지 해 왔듯이 대충 입고, 자고, 먹고, 그리고 그것들을 즐겨 보면 최소한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행복만은 지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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