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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150514 이제 막내도 떠나고

Hi Yeon 2015. 5. 14. 07:46

150514 이제 막내도 떠나고

 

오늘 막내가 떠났다. 살고 있는 집이 팔렸기에 나도 한 달 후 유월이 되면 떠나야 한다. 큰애는 2년 전 이미 타주로 떠난 상태이다. 이민 올 때는 고국의 살던 집을 처분하고 가재도구를 모두 가져 왔지만 지금은 가져 온 가재도구와 여기서 구입한 것을 포함하여 모두 다 버리던가 아니면 거라지 세일로 처분해야 한다. 애들이 내 곁을 떠나면서 나도 가볍게 이 도시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막내가 떠나고 난 다음 날 집안을 둘려보니 큰애 방과 작은애 방에 옷가지며 침구, 책상, 그리고 애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다. 애들 둘 다 여행용 가방 하나만 챙겨서 떠났기 때문이다. 고국에서 가져온 것들, 캐나다 생활 10년 동안 구입한 옷가지, 예복, 운동복들, 그리고 책상과 책, 운동도구들이 방안에 가득하다. 벽면에는 트로피, 메달, 사진액자들로 꽉 차 있다.

 

캐나다 주 이민프로그램으로 NB주에 정착한 가족들은 대체로 이렇게 흘려간다. 큰애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도시 대학교를 진학하는 데 이때 전 가족이 토론토나 인근 위성도시 혹은 다른 대도시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서 정착한다. 중국출신 이민자들도 대체로 이러한 패턴을 따르지만 유독 한국 가족들은 많이 그렇다.

아마도 직장을 잡기가 쉽다는 이유가 크고, 그 다음의 이유로는 대도시의 대학교가 좋다는 생각과 두 집 살림하면 많은 경비가 든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내 경우는 이와는 전혀 다르게 흘려가고 있다. 애 둘은 내가 사는 주도에 있는 주립대학에 다녔고, 둘 다 중간에 학업을 쉬고는 직장 혹은 대학편입을 위하여 다른 도시로 나갔다. 이때 부모가 애들을 따라 다시 그곳에서 함께 정착하여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아니, 안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동부의 조용하고도 작은 이 도시가 너무나 살기 좋지만 내 고향도 아니고 앞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하는 곳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떠나는 애들을 따라 나설 수는 없다. 애들도 이제는 머리가 컸다. 그래서 그들도 스스로 객지 생활을 해 보아야 한다. 언젠가 나도 떠나야 한다면 애들 모두 떠나는 지금 나도 떠나는 것이 아주 좋다는 생각이다.

 

어찌 됐건 애들도 이제 객지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고 나도 새로운 객지 생활을 다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도 팔고, 자동차도 팔고, 모든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처분하는 것이다. 즉 나도 애들도 모두 다 가방 한개만 들고 각자의 인생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이제는 그들도 주체로 세상을 살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따라 나서면 자식은 계속 나의 객체로 남는다. 차라리 그들이 주체가 되고 나는 바라보는 객체가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부터는 그들은 스스로 홀로 앞에서 나아가고 나는 멀리서 바라보는 도움자, 혹은 보조자가 되는 것이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는 나이라면 객지에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홀로 서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빠를수록 더 좋을 수도 있다.

 

작은애가 떠나고 난 다음 그 많은 물건들 중에 나는 그들의 큰 역사가 되는 물건들만 대부분 챙겼다. 큰애는 축구로 고교시절을 꽃피웠고, 작은애는 스케이팅으로 중고교시절을 주 대표 선수로 활동했다. 그에 따른 각가지의 트로피, 앨범, 메달, 액자와 사진이 그것들이다. 그것들을 잘 포장해서 여기에 사는 지인에게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다. 그리고는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