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Emily
캐나다에서 금요일은 모두 바쁘다. 특히 날씨가 일년 중 가장 좋은 여름의 초입은 특히 더 그렇다. 긴긴 겨울내내 움츠리고 실내에서만 지내다 보면 여름은 그야말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겨울에는 열심히 일을 하고 여름이 되면 다들 풀어져서 놀기에 바쁜 모양이다. 특히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은 어울려서 놀기에는 정말 좋다. 이때는 보통 정원잔디에서 둘려 앉아 맥주나 와인을 즐기며 가족끼리 연인끼리 이야기꽃을 많이 피운다.
졸업식과 리셉션을 끝내고 레스토랑에서 과별 모임이 있었다. 졸업식 행사에 이들도 그냥 집으로 직행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모두 끼리끼리 모여 맥주와 음식을 먹으면서 시시뻐끌하였다. 그러나 그 소란스러운 가운데 나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젊은 학생들의 모임이 아닌가. 또한 문화도 다른 데 언어까지 자유롭지를 못하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젊은 끼에 그들의 특유의 발랄함까지 더하여지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도 있다. 그러나 맥주 한잔을 한모금 한모금 마시는 것도 그렇고 그러면서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은 정말로 나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가 없다.
더구나 그들끼리 빠르게 이야기하는 것을 내 실력으로는 작은 감마저도 잡지를 못하니 더더욱 앉은 자리가 가시밭 같다. 물론 캐나다 젊은이들의 세상을 몰라서 알아 들을 수가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보통 나는 이런 자리에서는 후르럭 맥주 한잔을 하고는 모임에서 빠져 버린다. 다행이 여기 캐나다서는 모임에 참가를 하던 안하던 혹은 참가하였더라도 도중에 나오던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으니 좋기는 하다.
모임에서 일찍 빠져 나오니 저녁 8시경 이었다. 막 넘어가는 저녁 햇살로 아직도 여기는 대낮이다. 혼자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내집이 다운타운 주택지에 있으니 걸어가기에는 좋다. 오늘 졸업식을 가졌고 이제 별 할 일도 없다.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 아무도 없는 집에 나 또한 별 수도 없다. 그러니 오늘따라 걸음걸이가 타박타박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다운타운 주택지를 들어서서 막 코너를 돌려고 하는 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처다보니 3년을 같은 과에서 공부한 학우였다. 우리 대학에서 제일 잘 빠진 학생, Model 신청으로 바쁜 그녀, 내가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고 재미있어 하는 Classmate이다. 그러나 항상 멀리서 그녀의 얼굴을 훔쳐 보기만 한 나였다. 그 특별한 얼굴과 활동적인 그녀의 행동 그리고 옷차림이 항상 내 흥미를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무엇 그런 학생들을 여기서는 쉽게 볼 수는 있지만 Classmate로 가까이 접하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느끼는 모양이었다. 여기 저기서 사진 패션모델로 삼으니 말이다.
나는 깜짝 놀라면서 "여기서 무엇해? 에밀리." 하고 말하자,
"남자친구집에서 놀아." 하고는 그녀는 Come on 하면서 나를 잡아 당긴다.
아니 응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못 이기는 척하면서 나는 그녀를 따라 여러 명이 모여 앉아 있는 정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모든사람들이 나를 반겼다. 바로 에밀리가 한사람씩 나에게 소개하였다. 여러사람의 이름을 한꺼번에 소개되는 까닭에 내가 정신을 못차리자 그녀는 다시 한사람씩 집어가면서 천천히 다시 시작했다.
여기는 내 남자친구, 저기는 내 오빠, 저 옆은 남자친구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 그리고 저쪽은 남자친구 엄마의 전남편과 전남편의 여자친구, 이쪽은 남자친구의 여동생과 그 여동생의 남자친구. 남자친구의 사촌과 그사촌여자친구 그리고... ...
그래도 내가 헷갈려하니 이제는 뿔뿔히 흩어져 있는 무리를 이리 쌍으로 만들고 저리 쌍으로 만들어 보인다. 그리고 저들도 웃고 만다. 나도 웃고 그들도 웃었다.
우리는 모두 자기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술잔을 권한다. 그들이 권하는 와인잔을 절로 비우자 자꾸만 그들이 내 잔을 채운다. 그러면서 천천히 내가 알아 듣기 쉽게 말동무도 해준다. 내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즐긴다. 머 술 먹으면서 별 이슈가 있나 별에서 온 나를 재미 삼아 초등학생에게 말하듯 하면서 웃어 넘긴다. 이 여름밤이 그들에게는 다시 오지 않는 아름답고 즐거운 순간인 것이다. 나도 부담없는 그들과 재미가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밤이 너무 늦기전에 나는 다시 그곳을 떠났다. 여러잔의 술을 했건만 왠지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우리와 너무 다름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한 관계에서 저렇게 세대간을 넘나 넘으면서 같이 술 먹고 담배 피우고 그리고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누고 서로 애무하고... ... 우리는 어른과 애들, 여자와 남자, 우리와 남이 따로따로인데, 여기서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같이 하는 것도 특이할 뿐만 아니라 다 같이 정겹게 수다스럽고 다감하게 그리고 서로 영켜서 함께 파티를 즐긴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는 것이다. Andrew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갈쟁이와 사업가 (0) | 2015.08.10 |
---|---|
집 Closing 날에 (0) | 2015.06.24 |
봄날에 낙엽을 쓸어 담으면서 (0) | 2015.05.30 |
작은 갈매기의 꿈 (0) | 2015.04.16 |
따사로운 봄햇살이 (0) | 201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