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쓸어 담았다. 봄날에 왠 낙엽. 글세, 올해는 그랬다. 왜나하면 작년 겨울 날씨 그중에도 눈 때문이었다. 작년 가을이었다. 떨어진 낙엽을 쓸어 담기도 전에 겨울눈이 오기 시작했다. 보통 겨울초입에 눈이 일찍 와도 그 양이 많지 않아 낙엽 치우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작년 겨울은 12월초부터 추위와 더불어 많은 눈이 내렸다. 그리고 미처 치우지 못한 가을낙엽은 봄이 완전히 올 때까지 겨울내내 눈속에서 잠들어야 했다.
캐나다에서 봄날은 4월말이나 되어야 그런대로 봄이 오는 것을 제대로 느낀다. 이때쯤 되어야 작년에 떨어졌던 가을낙엽들이 잔디위에 그 모습을 들어낸다. 아무리 게을러도 이 모양을 보고는 그냥 둘 사람이 없다. 그래서 봄날에 낙엽청소가 시작되는 것이다. 왜냐고요? 잔디위에 꺼먹쭉쭉한 낙엽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 보기에도 눈에 매우 거슬리고. 잔디가 자라는 데도 매우 민폐가 된다. 그것보다는 겨울 오래동안 참으면서 기다려 왔던 봄날을 즐기기엔 색깔바랜 낙엽은 어쩐지 많이 불편하고 어울리지도 않는다.
사람마다 느낌은 조금씩 다르지만 가을에 낙엽을 쓸어 담는 느낌은 마르고 쌀쌀한 가을바람과 앙상한 나무가지와 어울려져 보통 쓸쓸하다, 덧없다, 혹은 서운하다 정도로 표현해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생기가 콸콸 도는 봄날에 낙엽을 쓸어 담는 기분은 어떠할까? 나는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
꽃피는 가운데 볼품없는 낙엽, 물론 낙엽이라는 것이 그리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봄날에 낙엽을 바라보는 그 느낌은 아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때는 낙엽은 정말로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이다. 주변의 녹색과도 영 어울리지도 않고, 자라나는 잔디를 덮어 민폐만 끼치고, 봄바람에 몰려 다니고, 딩구면서 봄비에 하수구까지 막고, 봄기운에 뭉치면 쉽게 부폐하고... ... 그래서 따뜻한 봄바람, 청명한 하늘, 그리고 파란 잔디... ...내가 보아도 당장 치워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치밀어 댄다.
세상 살아 가면서 다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자연의 이치이지요. 봄날에 가을낙엽을 쓸어 담으면서 세상일이라는 것이 순서가 조금 바뀌고 그리고 주변환경마저 바뀐다면 그 대상을 보는 감정이나 느낌도 이렇게 확연히 달라질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도 나이 먹고 색깔마저 꺼먹쭉쭉해지면 별 쓸모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나 청춘이 가득한 곳 혹은 분위기가 특별한 곳에서는 우리의 노인네들이 봄날의 낙엽과 같은 처지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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