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첫잔의 맛과 향기
매일 아침 나는 Tim Hortons에서 커피를 사 먹는다. 이제는 그 커피와 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보낸다. 커피 맛과 향기와 빵의 부드러움이 입으로 전해지면 나는 황홀해진다.
전에는 업타운(uptown)에 있는 Coffee Mill을 자주 이용하였지만, 지금은 Tim Hortons이 내 집 근처에 있어 매일 이용한다. 오랫동안 그 맛이 길들어져서 그런지 이제는 이곳 커피 맛이 아주 좋다.
커피를 주문할 때 나는 가능한 신선한 것이 선택되기를 마음속으로 빈다. 주방에서 커피를 준비할 때는 여유분을 둔다. 보통 2병, 혹은 3병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그것들이 회전되면서 고객에게 한 잔씩 전달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내가 주문한 커피가 운 좋으면 첫 잔이 될 수 있고, 어떤 때는 본의 아니게 마지막 잔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만든 첫 잔이다. 가게에서는 너무너무 바빠서 여유분이 소진되어 만들자마자 고객에게 내밀어야 할 때가 가끔 있다. 마침 횡재하여 그러한 커피를 받노라면 그 향기와 커피 맛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왜냐하면 커피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향기이기 때문이다.
커피를 우려내면 커피 향기는 휘발성이 강해 금방 날아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잡냄새만 남는다. 원두가루에 더운 물을 가하면 처음과 마지막의 작은 시간차로 커피 향과 그 성분이 많이 달라진다. 또한 우려낸 항아리는 주인을 맞을 때까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렌지 위에 머문다. 그 동안 향기와 맛이 변한다. 유추해 보면, 한 타임 시간에 우려낸 커피 항아리에서 두세 번째로 따라지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영광을 얻기 위하여 가능한 줄을 길게 서 있는 Drive Through를 이용한다. 물론 많이 기다려야 할 것이고, 시동 중인 자동차 기름도 더 들지만, 그런 곳이 가장 커피 항아리 회전이 매우 빠르고, 그래서 신선하고 향도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출근시간 때가 가장 좋고, 저녁 이후 때는 커피 맛이 영 아니다.
요즘은 나는 매일 Tim Hortons에 가서 large size coffee with one sugar 커피를 주문하다. 그래서 그런지 대충 엉성한 발음으로 주문하여도 어김없이 원하는 데로 나온다. 어제 아침에는 다른 Tim Hortons 커피를 이용하였다. 그리고 오후에는 매일 아침마다 가는 Tim Hortons에 가서 커피를 주문했다.
“Small size coffee with one milk, please.”
라고 주문하고는 자동차를 창문구멍에 갖다 대었다. 여직원이 커피를 나에게 건네면서 사냥하게 말을 건넸다.
“No large one sugar today?”
‘아침에는 안 오시고, 지금은 다른 것을 주문하군요!’ 그것은 이 뜻이었다. 나는 웃음으로 대답하였다. 문득 나는 그들이 나를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 조금 조심스러워지는 마음도 들었다. 그 이후로는 커피를 주문 할 때 거스름돈을 안 받는 캐나다인을 종종 볼 때면, 그래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면서 나도 $1.90 Large Coffee를 주문하면서 잔돈을 안 받고 그냥 지나친다.
아침마다 커피를 즐기면서 옛날 젊었을 때가 자주 생각난다. 정말 한창 젊었을 때 시골 다방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내가 남정네이니 내가 할 일은 당연 주방 일이었다. 주로 커피를 뽑는 일이니 주방장도 아니고 더구나 요즘말로 오빠는 더더욱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이 나를 그냥 아지아(아재)라고 불렀다.
이른 아침 나는 눈을 부비면서 우선 물주전자를 렌지에 올려놓은 다음 여과지에 원두가루를 큰 컵으로 한 컵 한 컵 천천히 놓는다. 물이 끓으면 주전자 뚜껑을 열고 입으로 훅하고 한 번 분다. 그리고 주전자를 들고 여과지 주변부터 안쪽으로 원을 그리면서 물을 조금씩 붓기 시작한다. 이 일이 끝나면 아래에 있는 유리 항아리에서는 짙은 갈색의 커피가 찬다.
윗물을 살짝 걷어내고 중탕으로 데워진 세 개의 잔에 살며시 따른다. 한 잔은 단골인 우리 고객 몫이고, 다른 하나는 아가씨 몫이며, 나머지 하나는 내 것이다. 그것을 들고 나는 한 고객과 아가씨가 앉아 있는 원형탁자에 간다.
아침의 동이 틀 무렵 하루의 첫 빛을 어렴풋이 받으면서 탁자에 모여 앉아 첫 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우리의 이야기는 저절로 재미있고, 짙은 커피 향은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은근히 마구 때린다. 창문과 천정이 맞닿는 부분에는 이른 아침 칼날 같이 스치는 햇살과 공기 속으로 퍼져나가는 커피 향, 그리고 공중으로 퍼져 올라가는 수증기가 합쳐지면서 형형 색깔의 실루엣이 생긴다. 그것들이 허공으로 춤추며 흔들거리면서 우리의 눈을 간질거린다.
첫 잔의 그 커피 향이 얼마나 거창했던지, 방 전체를 채우고도 모자라 다방 멀리까지 퍼지고는 그때부터 사람들은 다방으로 몰려든다. 참 그때 커피 향은 멀리까지도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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