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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140717 어머니의 생선조림

Hi Yeon 2014. 7. 17. 04:00

140717 어머니의 생선조림

 

나는 동해 수평선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럴까? 널따란 초목을 바라보는 것보다 탁 터인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나에게는 더 좋았다. 뿐만 아니라 부둣가에서 그물을 터는 사람들의 모습, 생선을 다듬고 나르는 아낙네들, 통통거리며 항구를 휘 저으며 나아가는 고깃배들, 그리고 그 짠 내, 이것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들판에서 콩밭을 메는 사람들, 바람에 출렁이는 벼이삭의 물결, 혹은 개천에서 미역 감는 애들과 같은 감흥보다는 나에게 더 친근했다.

들판에서 혹은 바닷가에서는 많은 종류의 싱싱한 야채와 과일, 혹은 해물이 난다. 그중에 바다야채와 해물에 대한 기억들은 그러한 이유로 나에게는 특히 남다르다.

 

요사이에는 해물들은 잡는 즉시 냉동되어 세계도처에 공급된다. 냉동기술이 보급화 되고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나 어릴 때 그때 동해안에서는 생선 상자에 얼음조각을 넣어서 대도시로 운반되었는데, 이른 아침 트럭에 실린 생선은 한여름의 한나절 이내에 대도시 소비자에게 도달되어야만 했다.

 

그 만큼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차라리 그때가 오히려 먹을거리로서는 믿을 만 했다. 생선은 물려지기 전 싼 가격으로 그날 다 처분되기 때문이다. 요사이는 냉동 생선을 녹여서 파는 경우도 많다. 녹인 후 냉장고에 두고두고 팔기도 한다. 사실 먹어보지 않으면 신선도를 참으로 알기가 힘 든다. 그래서 녹인 생선이 생물(얼리지 않은 생선)인 양 팔리고 소비자도 그렇게 믿고 먹는 경우도 많다.

 

생선을 음식으로 먹을 때 나는 그 생선이 생물인지 얼린 것인지를 귀신같이 잘 알아차린다. 내 젊었을 때 일이다. 가끔 아내가 냉동생선으로 조림을 해서 상을 차렸다. 이때 한 입을 먹어 보고는 나도 모르게 "어 이것이 아닌 데?" 하고 중얼거리곤 했다. 그때 아내는 "참으로 귀신이네, 어떻게 이것이 냉동생선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일화이다. 어머님이 아들인 나를 위하여 오징어를 직접 어판 장에서 사서 다듬는다. 그리고 찬바람에 살짝 물기만을 빼고는 1(12마리)씩 보내준다. 바로 그때 1마리를 구워서 맛있게 먹는다. 그 맛은 한마디로 환상 이상이다. 쫄깃쫄깃한 육질에 말랑말랑한 부드러움, 그리고 그와 더불어 구수한 향기까지 곁들어지기 때문이다.

나머지 오징어는 두고두고 먹기 위해서 냉동실에 보관된다. 생물을 급히 냉동하면 육질이 많이 변하지만, 물기를 살짝 뺀 생물을 냉동실에 보관을 하면 육질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모든 생물은 냉동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1-2주일 지나면서 그 특유의 아름다운 맛은 줄어든다. 나는 그것을 감각적으로 안다. 그래서 나는 냉동실 오징어를 탐하지 않는다.

결국 나머지 오징어는 냉동실에서 당분간 잠을 자게 된다. 가끔 손님이 올 때 그것을 구워서 내 놓으면, 그분들은 그 맛에 환성을 지른다. 그래도 시중에서 최고급이라고 파는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품질과 맛이기 때문이다.

 

가자미도 마찬가지이다. 어판 장에서 사서 하루 이틀 물기만 살짝 뺀다. 현지 어민들은 이것을 꾸덕꾸덕 하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을 구워 먹으면 그때는 소금도 양념도 필요가 없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하얀 살의 맛은 특유의 향기와 구수함으로 가득하다.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러나 일단 꾸덕꾸덕한 가자미도 냉동실에 들어가면 그 본래의 향기와 향미는 조금씩 없어진다. 본래의 그 맛을 오랫동안 먹어 보았던 사람만이 그 차이를 조금이나마 알 수가 있다. 물기를 좀 빼고 말린 어물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생물을 바로 냉동시키면, 급냉일수록 좀 낫지만, 어쨌든 그때부터는 육질의 맛은 변한다.

 

젓갈 이야기를 해 본다. 동해안 부두에서 어물이 한꺼번에 많이 잡힐 경우 한꺼번에 다 소비가 될 수가 없다. 그때는 얼리거나 말린다. 그리고 특수한 어종들은 소금으로 처리된다. 이것이 우리가 요새 많이 먹는 젓갈이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멸치젓, 새우젓, 굴젖, 다랭이젓, 등이다. 주로 크기가 작은 생선들이 그렇게 처리가 된다.

 

내가 사는 동해안에는 멸치가 주로 생산된다. 멸치는 많이 나면 조리해 먹을 방법이 별로 없다. 구워먹고, 쪼려먹고, 회로 처먹고, 말려서 먹고 해도, 그래도 멸치가 한철에 집중하여 갑자기 부두에 솟아지면 정말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그것을 처리할 방법으로 예로부터 젓갈 종류가 발달하였다.

 

상업이나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이것은 아주 좋은 처리 방법이었다. 선별된 멸치를 바닷물로 잘 행구고 난 후 멸치를 오랫동안 간수를 뺀 좋은 천일소금으로 잘 비벼서 큰 도기 항아리에 넣고, 그 다음 그늘지고 차가운 데에 잘 둔다. 그리고 그해 겨울을 나면 맛있는 멸치젓이 된다.

 

특히 겨울철 멸치젓 항아리에서 절반만 익은 멸치 온마리를 건져내면, 저절로 멸치 몸통이 등줄기 뼈를 중앙에 두고 절반으로 갈라진다. 그 몸통 살집을 쌀밥에 걸쳐 먹으면 정말 둘 먹다가 한 사람이 어찌 되어도 모를 정도로 그 맛이 기가 막힌다. 몰랑하면서 쌉쌉한 그 육질에 특유의 향기와 함께 익은 멸치 살집이 입에 들어가면 쌀밥과 함께 씹기도 전에 침에 녹아서 목구멍으로 절로 넘어가 버린다. 그 순간은 맛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을 정도의 너무나 짧은 찰나이기도 하다.

 

우리 어머니들이 가족을 먹이기 위해서는 보통 멸치젓을 이렇게 담갔다. 맛 소문이 나자 점점 멸치젓이 가족이나 친지, 혹은 아는 지인의 손을 빌어 육지로 실려 나갔다. 소문이 나고 소비가 늘어나자 산지에서는 더 이상 옛날 방식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고집하면 멸치젓은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큰 휘발유 빈 깡통을 구해서 안에 비닐을 덧댄다. 그리고 삽으로 트럭으로 실려 온 멸치와 소금을 번갈아 깡통 안에 퍼 넣는 방법이었다. 물론 멸치의 선별과 행굼이라는 별도의 과정은 생략됐다.

 

다시 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었다. 이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아예 가건물을 만들고 그 바닥에 콘크리트로 커다란 사각 방을 만든다. 그리고 작은 덤프트럭으로 멸치를 운반하여 와서 그곳에 차 때기로 붓고 그 위에 소금포대를 솟아 붓는 방법이 생겼다. 그런데 청결문제가 불거지자 바로 콘크리트 벽과 바닥에 비닐코팅을 하고 뚜껑을 했다. 내 생각으로는 위생상 괜찮다고 본다. 동해안 바닷물에서 그물로부터 털린 멸치가 그런대로 신선하고 또한 청결하고, 바로 한꺼번에 커다란 공간에 부어지고, 그리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많은 소금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멸치젓이 익고 그러면 출하가 된다. 여기서 또 한 번 더 경제적인 원리가 적용된다. 이 시절 그것을 원액으로 병에 담아 판다면 1병 가격이 매우 높다. 그래서 많은 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희석하는 방법이 동원되었다. 요리할 때 희석된 젓갈은 양념으로 사용하기에는 좋고, 그리고 원액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지만 싼 가격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젓갈이 대중화 되었다. 그 후 중국산 소금이 들어오고 공장에서 생산되는 화학소금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산 천일염의 위생문제와 화학소금의 건강문제이다. 소금은 바닷물에서 나와서 식재료와 어울려져야 영양학적으로 풍요롭다. 그러나 공장에서 생산된 소금은 단일 Nacl이라 영양학적으로 마치 정제된 당분만 먹는 것과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저질 중국산 소금이 호시탐탐 우리의 식탁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의 예이지만 이러한 생선가공과정을 직접 보고 느껴 보았기에, 대부분의 우리의 먹을거리에서는, 특히 젓갈, 간장, 된장과 같이 손이 많아 가고 숙성기간이 오래 되어 과정과 절차가 까다로운 우리의 전통식품 같은 것들은, 아무리 국산염이다, 천일염이다, 원액이다, 혹은 소량으로 제대로 관리 생산한다 하여도 나는 절반만 믿는다. 가격과 대비하면 그러한 제품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많이 공인된 곳에서 비싼 것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곳에도 가끔 자주 상술이 끼어든다.

 

직접 산지를 방문하는 투어도 있고, 시골의 개인집에서 한다고 지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곳도 많다. 좀 더 믿을 수는 있다. 그러나 믿을 수 있다 하여도 가격대비 품질일 수밖에 없다. 간장 2리터 한 병에, 혹은 젖갈 한 병에 십만 원 이상을 지불할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곳에 상술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먹을거리는 특히 그렇다. 먹어 보아도 쉽게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좀 비싸게 사서 먹었다고 하여도 몸과 마음에 이득이 조금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먹고 몸에 해가 있을 경우는 정말로 아니 먹는 것 보다 못 하다. 특히 건강관련 식품은 더 그렇다. 그래서 작으면서 오래되고 보증된 외국의 위스키 브랜드나 와인 브랜드 같은 것을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먹을거리는 특별히 몸에 이롭거나 혹은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면 보통 선호되는 것, 비싼 것, 혹은 맛있다고 하는 것들이 몸에 특별히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 입맛 위주로 되어 있어서 과용과 편식으로 건강에 나쁠 수가 있다.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이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 입안에 부드럽지 않다 하더라도 골고루 잘 씹어서 적게 먹으면 그것이 바로 건강식이다. 그리고 보면 먹을거리는 옛날 그때가 정말 진짜가 아닌가 생각 든다.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어머니께서 싱싱한 생물로 손수 해주신 생선조림, 그리고 떠날 때 가방에 넣어 주시는 그 젓갈 한 병, 그 간장 한 병이 정말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