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람 Yeon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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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내 마음의 힐링 드라이브

술을 좀 사다 주시겠습니까

Hi Yeon 2014. 1. 28. 12:24

토요일 오후 3시 젊은 취객 한분이 탔다. 몸을 겨우 가누며 말도 흘렸다. 어디를 가시는냐고 물으니 리커스토아로 우선 가자고 했다. 술이 취할 만큼 취했건만 벌건 대낮이라 바로 집으로 가서 뻣어지기는 심심하고 해서 술을 더 즐길 모양이었다. 가끔 나는 이런 손님을 태우다 보니 이제는 제법 그들의 술판놀이까지 상상이 되어졌다.

 

주말이 시작되는 토요일이 아니든가. 보통 젊은이들은 금요일 저녁의 술도 모자라 그 다음날 토요일까지 술판을 벌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들은 끼리끼리 자기들이 사는 렌드하우스에서 술판을 벌인다.가정을 꾸리기 전의 나이인, 학생일 수도 있고 직장인 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년도 있고 남녀가 함께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그들 나름대로 주일을 즐기는 방식인 것이다.

 

캐나다에서 술을 사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몇 않되는 정부가 관리하는 리커스토아에 가야하기에 술메니어들이 쉽게 내 눈에 띄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낮에 술을 즐기는 사람은 술을 사와서 집에서 어울려 마시거나 혹은 혼자 마신다. 저녁이 되어야 보통 Bar라는 술집으로 가는 데 그곳에서는 대부분 혼자 마신다. 술만 먹기에는 심심해서 깸블링을 하거나 혹은 끼리끼리 이야기하거나 사귀기도 한다.

 

이 젊은이는 리커스토아에 들어 가더니 한참 후에 나왔다. 보니 빈손이었다. 술은 어디에 있는냐고 물으니 욕설을 하면서 못 샀다고 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그를 것이 스토아 직원이 그렇게 술이 많이 취한 손님에게 술을 팔리라고는 나도 생각이 안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야 가자는 대로 가고 그리고 가는 회수 많큼 돈만 받으면 되니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이런 경우 어떤 약은 손님은 기사인 나에게 술을 좀 사 달라고 요청한다. 즉 술배달을 요청하는 것이다. 택시기사는 모든 것을 다 한다. 건당 배달료만 받으면 되니까 말이다. 말을 제대로 하면 난들 거절은 못한다. 그러나 그 청년같이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고 말도 흘리면 나는 거절한다.

 

더 약은 놈들이 있다. 아예 집에서 전화로 술배달을 요청한다. 그때 말을 제대로 하면 술배달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전화받은 직원은 수십년 굴려먹은 배태량들이서  그들이 대충 누구인지 알 뿐만 아니라 술 취한 정도를 금방안다.

 

미성년자는 술을 살 수가 없다. 그러나 마셔야 하는 젊은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거나 직장을 가졌거나 대학생들이 그들이다. 신분은 어른인데 나이가 몇개월 모자라는 것이다. 기숙사에서 혹은 렌트하우스에서 혼자 혹은 모여서 마실 경우 그 중 막 어른이 된 연장자를 하여금 대표로 술을 사려 보낸다. 혼자인데 술은 마시고 싶고 몇개월 모자라는 자격미달자이면 택시를 탄다. 그리고 택시 기사에게 슬쩍 부탁한다. 물론 이것도 배달이라 당연히 해야 하지만 배태량 기사는 그 진위를 가리고 서비스한다.

 

오래전이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차에 올라 타면서 대학교의 기숙사에 가는 데 리커스토아에 잠깐 들려 술을 사달라고 하였다. 언떡 보기에는 완전히 대학생이었다. 무엇보다도 학교 기숙사로 가자고 하니 대학생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비는 좀 오고 배달비는 별도로 준다고 하니 나는 으례히 사무실에 보고하고 술을 사서 주고는 학교로 향했다.

 

가면서 전공은 무엇이냐, 어디 출신인냐 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슬슬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학교 기숙사에서 술을 먹을 수가 있는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였다. 그런데 왜 직접 사려 가지 굳이 배달료를 주면서 나에게 시키는냐고 물으니 그때야 이실직고 하였다. 대학 2학년차 인데 19세가 될려면 아직 3개월이 남았다. 혹이여 스토아에서 거절될까봐 부탁하였다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그 여대생 눈에는 내가 초짜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사실 그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이었고 또한 초짜기사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는 따지면 큰일이 되겠지만 그것이 무엇 큰 대수인가하는 한국식의 술에 대한 너그러움이 담겨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 젊은이가 나에게 설령 많은 팁을 약조하면서 술 사달라고 하였더라도 나는 당연히 안된다고 하였을 것이다. 술을 더 먹고 혹이나 사고나 예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면 나 또한 그 책임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술배달은 흔히 생긴다. 파티를 하다가 혹은 끼리끼리 술을 먹다가 술이 모자라면 직접 사려가는 것은 시간과 노력낭비이다. 여기서는 동네 수퍼에서 술을 살 수가 없다. 또한 누구든 술을 조금이라도 마셨다면 운전을 아니한다. 그래서 그런 모양이다.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