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세상을 두드려 보고 이야기해 보고 합니다.(12월 첫째주말)
첫눈입니다. 첫눈치고 많이 내렸고 지금도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며칠전 조금 눈이 내렸습니다만 아침이 되자 모두 녹기시작하여 금방 사라졌습니다. 물론 NB주 북쪽은 제법 눈이 내려 그때가 첫눈이었을 겁니다. 아뭏튼 Fredericton지역에서는 이번 눈을 첫눈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시기는 작년보다 좀 빠릅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에 눈을 떠보니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세상의 눈위을 내가 걸어 갈 때 그 느낌은 특별하지요. 아무도 달리지 않은 눈 덮힌 세상에 나 혼자 달릴 때 그 감동은 유별납니다. 마치 내 차가 스키가 되어 나는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위에서 설매를 타는 그런 기분입니다. 즉 차가 구르는 것이 아니라 눈위를 미끄러져 가는 느낌입니다. 달리면서 뒤를 한번 돌아봅니다. 하얀 세상위에 내 차바퀴가 만든 눈위의 긴 두선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마음이 우출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순백의 세상을 유린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초입에 눈이 내리면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합니다. 이때는 마치 막 태어난 애기 같습니다. 띠끌없는 순백이죠. 그리고는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하얗게 된 세상은 치워진 눈들로 자기 모습을 드려내면서 조금씩 더려워지기 시작합니다. 그 위에 눈은 또 쌓이면 또 하얗게 되지만 다시 치워지고 밟히고 하면서 주변은 더욱 더 지져분해집니다. 나중에는 그렇게 좋아 보이던 눈도 귀찮아집니다. 순백이 아니라 흑백이 섞인 지저분한 현실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봄이 오면 그 귀찮고 지저분하던 눈도 소리없이 사라지지요. 마치 그 과정은 순백의 애기가 태어나서, 세상의 어른이 되고, 그리고 세상밖으로 사라져 가는 우리 인생 이야기같습니다.
찔금거리는 것 보다 한꺼번에 오는 폭설이 차라리 낫습니다. 다 내리는 것을 기다렸다가 치우고 소금뿌리면 그때부터는 차량운행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하의 날씨에 조금씩 하루 이틀 삼일 내내 내리는 눈은 그때마다 치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도시는 엉망이 됩니다. 도로위는 한마디로 바로 설매장이 됩니다. 이번 첫눈이 그렇습니다. 토요일 새벽부터 내린 눈은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인 지금도 조금씩 내리고 있고 내일도 그렇다고 합니다.
이민생활 혹은 세상살이 때문인가요? 가끔은 세상과 나를 온통 하얗게 덮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지 오래간만에 많은 눈을 보니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어린아이 마음으로 돌아간 듯 합니다. 햐얀 눈 위에 뛰어 노는 강아지가 된 것이죠. 그러나 다음 번 눈은 시시해 지겠죠. 아마 귀찮아 질겁니다. 그때는 그때이고 오늘은 그냥 순백의 세상을 마음껏 즐기고자 합니다.
차를 몰고 눈위에서 설매를 탑니다. 하루 종일 나는 때 뭍지 않은 하얀 눈세상을 두드려보고 이야기해 보고 합니다. Andrew
눈이 내리는 Saint John 강변입니다.
Odell Park 입구입니다.
Christ Church입니다. 매우 오래되고 유명한 교회입니다. 이것을 보고 Pen drawing하여 글과 함께 올린 기억이 납니다.
Fredericton 도심의 건물입니다.
저녁무렵 주택가로 가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언덕위의 강물이 보이는 근사한 집이었습니다. 집분위기에 맞게 크리스마스 장식도 일품이었습니다.
며칠 계속 조금씩 눈이 내리니 주택가 도로는 눈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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