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서 실험을 한번 해보기로 하였다. D-Day를 정하고 나는 그곳에 참석하였다. “1개의 번호가 연속하여 5번까지 안나오는 경우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고, 1번만 기다리는 것은 자주 오지만 이길 확율이 낮다.” 는 이유로 중간점인 새번째를 선택하였다. 1번을 정하여 연속하여 1 번이 세번 안 나오면, 다음에 1번에 실제로 100원을 배팅하고, 이때 잃으면 그 다음 게임에 200원을 1번에 또 배팅하고, 그래도 또 잃으면 그 다음 게임에 300원을 같은 번호인 1번에 또 배팅하였다.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14번째 게임에 1100원을 배팅하게 되고, 그때 당첨되면 당첨금은 5500원 그리고 이제까지 잃은 돈은 100+200+ + 1000=5500원이 되어, 당첨금과 그때까지 잃은 돈 총액이 같아진다. 즉 15번째 이후 당첨되면 돈을 잃고 13번째까지 당첨되면 돈을 따게 된다. 가끔 길게는 10번째까지 혹은 빠르게는 3번째 이전에 당첨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체로 모든 경우 5번째, 6번째, 혹은 7번째까지는 당첨이 되었다. 가끔 지정하는 번호를 바꾸었어도 결과는 같았다.
결국 내 주머니 돈은 오랜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늘었다. 배팅금액을 연속하여 증가시키지 않고 계속 100원만 배팅해도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낮을 뿐 그 결과는 같았다. 나는 “질 확율 1/6” 을 시간을 투입하여 “이길 확율 1/3” 로 바꾸었던 것이다. "세월과 관심과 인내"라는 것들을 지불하여 이길 확율을 사왔던 결과였다.
좌우지간 공짜돈이 생기니 나는 그곳으로 출근하는 회수가 늘었다. 남들은 대충 배팅하다가 돈을 다 잃으면 떠나던가, 아니면 적당히 돈을 딸 때 돈을 챙겨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가는 만큼 새로운 고객이 또 왔다. 보통 그들은 계속 배팅을 하기도 하였고, 간혹 기분따라 한두번 쉬다가 배팅하였다. 배팅금액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그때그때 기분대로 지르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자금사정이 넉넉하면 한번에 많이 배팅하기도 하였다. 혹은 오늘 별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조금씩 배팅하여 오래 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나라는 놈은 계속 배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번 쉬다가 배팅하고, 또 여러 번 쉬다가 배팅하고, 재수가 없는 어떤 때는 이삼십 분 기다린 후 배팅하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당첨되면 조용히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또 한참을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배팅을 하고 그리고 당첨이 되면, 또 다시 한참을 기다리는 이런 식이었다.
처음 좌판주인은 내가 어떻게 하는지를 잘 몰랐으나 며칠이 지나고 내 얼굴을 알게 되었을 때는 자꾸 고개를 까우뚱하였다. 이때 쯤 되면 나는 다른 좌판으로 옮겨버렸다. 좌판을 자주 옮겨 다니다 보니 좌판주인들에게 얼굴이 팔리게 되었고, 그러자 점점 나는 주인 눈초리를 살피게 되었다. 결국은 조금만 하다가 나와야 했다. 사기를 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돈을 계속 딴다고 좌판주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도 없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내가 “이상한 놈”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행여나 "폭력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서서히 겁도 나기도 하였다. 또한 이상한 무리들 틈에 끼어 “그들의 돈을 낚는다”는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또한 나쁜 공기 마시고, 차동차소음 들어가면서, 하루 종일 서서, 그러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야바위 무리들과 얼굴을 장시간 맞대고 있는 것도 고통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것들이 나의 정신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피폐시키지 않을까?” 두려워서, 그 이후로는 다시는 그곳을 가지를 않았다.
한 몇년이 흘려 부산에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다. 저녁에 그 유명한 부산 서면 뒷골목에서 가서 생선회 한 접시를 하고 나오는 데, 구석진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무엇인가 하고 있었다. 가만히 사람을 헤집고 들어다 보니, 과거 용산역 뒷골목에서 많이 보았던 야바위팽이꾼들이었다. 신선한 생선회에 소주 한잔 걸친지라, 소화도 시킬겸 조용히 지켜보다가 슬거머니 배팅을 하였다. 조금씩 돈이 내 주머니에 모이기 시작했다. 공짜 생선회와 공짜 소주가 시원스레 소화되자마자 나는 바로 그곳을 떠났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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