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함께 할 때, 그 향기가 멀리 퍼진다
우리 집은 작은 도시, NB의 수도, Fredericton의 다운타운 중심에 있다. 도시의 여러 편의시설이 집 가까이 있어 무척 편하다. 무엇보다도 Tim Hortons가 가까이에 있어 좋다. 그래서 아침마다 걸어 커피를 사 와서 집에서 마신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셨다.
시간이 지나자, 아침마다 한두 잔 만드는 것이 귀찮았고, 혹시 남으면 결국 버리게 되었다. 또한 조금씩 만들다 보니, 깊은 향기가 다소 모자란다는 느낌도 들었다. “에이 귀찮아” 하고는 가까운 Tim Hortons을 이용하였다. 그것은 편리하였고, 향기나 신선도 면에서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계속 아침마다 그곳에 가서 내 것 하나와 아내 것 하나를 들고 와서 식탁에 앉아 아침 겸 빵과 더불어 아내와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커피를 마신다.
아침커피는 보통 Medium(12oz/340ml)이나 Large Size(18oz/510ml)를 마시는 데, 마시다 보면 어떤 날은 다 마시고, 어떤 날은 남는 날도 있다. 일단 마시는 것을 마치고 나면 종이컵을 버리게 되는 데, 이때 멀쩡한 새 종이컵도 버려지게 된다. 왜냐하면, 커피를 Takeout 하면 마실 때까지 조금 식기 때문에 가게에서 커피를 다소 뜨겁게 만들어서 종이컵에 담는데, 그때 손님이 손으로 종이컵을 안전하게 잡을 수 있도록 종이컵을 겹쳐서(Double cups) 커피를 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Large Size 하나만 사오라고 하였다. 그래서 오늘은 커피생각이 없는 모양이구나 하고 하나만 사왔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마시려고 하는 데 아내가 덥석 커피 컵을 낙아 채어 갔다. 아내는 “돈도 아끼고, 나누어 먹으면 정도 생긴다고 하는 데, 하나를 가지고 둘이서 나누어 먹어요” 하면서 겹쳐진 종이컵을 분리하였다. 뚜껑이 없는 종이컵이 하나 더 생긴 셈이 되었다. 아내는 그 종이컵에 커피를 따라서 나에게 주었다.
나는 퉁명스럽게 “내 것은 뚜껑도 없어” 하였더니 마누라 왈
“남자 여자 다른 데, 마시는 컵도 다르면 어때! 그리고, 컵 하나는 열려 있고... 다른 하나는 뚜껑으로 닫혀 있고... 좋네 뭐!”
그리고 보니 큰 Large Cup에 반 정도 커피를 담아서 뚜껑 없이 마시니 코로 커피향기를 맡고 입으로 커피 맛을 음미할 수가 있었다. 또한 열린 커피 컵에서 커피향기가 마구 집 전체로 퍼져 나갔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래 좋지, 하나는 향기를 발산시키고... 다른 하나는 향기를 품고...”
아내가 뒷장단을 쳤다. “하나는 이야기하고... 다른 하나는 듣고...”
내가 다시 바통을 이었다. “하나는 웃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처다 보고...”
그래, 커피라는 향기는 홀로 그 향기가 멀리 가지를 않는다. 여러 커피가 모여서 서로 이야기와 사랑을 나누어야만 그 향기가 풍부해지고 멀리 날아간다고 했다. 그리고 보니, 유난히 오늘 커피가 남다르고 향기가 진한 것 같았다. ‘아마, 그것 때문일 거야’ 하고, 막 떠오르는 기억을 아내에게 들려주면서 나는 또 하루를 열었다.
내가 시골 다방에서 잠깐 일할 때, 30대 후반 마담이 있었지. 자칭 경력 20년이라고 했지만 시골다방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굴러먹다가 왔겠지. 그나마 마담의 미모가 좋다 보니, 많은 손님이 마담을 보려 다방에 왔었어. 이 마담은 손님이 차를 시키면, 자기 것 포함하여 다른 아가씨, 심지어 내 것까지도 시켜 주고는 3-5잔 값을 받곤 했어.
부두에서 힘든 일을 하는 어부에게는 잠깐이나마 다방에 앉아 다방아가씨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시간 보내는 것이 살아가는 커다란 즐거움 중에 하나였지. 그래서 별일 없이 매일 매일,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하였지. 아니 오히려 그것 때문에 그들에게 다방아가씨와 특별한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지.
어느 날, 한 손님이 어디서 소박을 당했는지 마담에게 한마디 쏘았어. “마담, 이것 너무 심한 것 아니야!” 하면서 큰소리를 치자, 마담은 그 손님과 다른 손님들을 함께 큰 테이블에 앉게 하고는 “오늘 커피는 내가 산다.”하면서 커피를 모든 사람들에게 돌렸어. 그리고 조용해지자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리고 입으로 커피향기를 이렇게 훅하고 뿜어내고는 한 말씀 하였지.
“커피라는 것은 어울려서 마셔야 그 맛이 풍부해지고, 여러 잔이 이웃해야 그 향기가 그윽해지며, 사랑하는 누군가가 함께 해야 그 향기가 멀리 퍼져 나갑니다에… … 그리고 커피끼리 속삭임이 있어야 그 향기가 공기 속으로 흩어져 나갈 수가 있고요… … 혼자 말없이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면, 커피 향기는 목구멍으로 넘어가서 없어지고, 입안에는 쓴맛만 남지에… … 그리고 속만 쓰리지에… …”
모든 사람이 “꿈보다 해몽이 더 좋네”하고 허허 웃었어. 나는 뒤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킥킥거리면서 매상 올리려고 별소리 다 하시네 하고 중얼거렸더니 마담이 다가와서 “아지아 총각, 사랑을 해 봤어?”하고는 내 머리에 꿀밤을 하나 주면서 눈을 새촘거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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