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02 설날 나의 하루와 단상
설날이다. 양력으로 2022년 2월 1일 화요일이다. 나에게는 그저 평범한 날 중 하나일뿐이다. 어제 저녁에는 외식했다.
고향을 떠나서 사는 친구들이 보통 설 전날에 고향을 방문한다. 우선 부모 형제에게 인사를 드리고 으레 만나는 것이 고향 친구이다.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는 내 친구가 있는데 그는 여기가 고향이다. 그 친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저녁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려 사무실에 모였다.
나이 먹은 친구들이 모이면 별 것을 하는가? 고스톱이다. 저녁 때가 되었다. 고리돈이 제법 모였다. 그들은 사무실 근처 소고기집으로 몰려갔다. 초면이라도 보고 인사하면 친구가 된다. 나도 동참했다. 오래만에 먹는 소고기구이는 별미였다. 잊었던 설날이 나에게 이렇게 다가왔다.
설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등산복을 입고 평소 다니던 산길을 올랐다. 천지가 백색이었다. 많지 않는 눈이지만 세상을 하얗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아파트 단지와 동네를 벗어나 산길초입에 들어서자 바닥의 눈은 자연 그대로였다. 음력 초하루날 홀로 백색의 눈을 제일 먼저 밟아 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눈이 쌓인 이른 아침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산길
눈 돌계단
혼자 자국을 내고 오르니
나는 문득 선지자가 된다.
정상에서 보는 세상은 평소 볼 수 없는 눈세상이다. 산은 그대로인데 나무가지와 나뭇잎에는 흰눈이 덮여 있다. 덕분에 나무와 숲의 명암이 선명해지고 겨울색 산모습이 부드러웠다.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쓰쳐갔다. 고국에서 산이란 당연하다. 캐나다의 눈이란 그와 같다. 나에게는 산과 눈이란 그런 존재이다. 정월 초하루, 산정상에서 홀로 산과 눈이 만드는 경치를 보는 감정은 특별했다.
고향 형님에게 설날에 못 내려 간다고 며칠 전 전화 했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차 몰고 혼잡한 고속도로를 헤메기 싫어서였다. 설 연후가 지나 1주후 고향에 내려갈 일이 있기에 그때 찾아 뵈면 되었다. 오늘 아침 9시경 형님께 인사차 전화를 드렸다. 차례를 막 끝내는 찰라였다. 전화로 인사를 드리니 형님이 좋아하셨다. 보내준 돈 10만원을 잘 받았다고 했다. 평소와 다른 전언이었다. 설날에 못 가니 인편으로 돈을 보냈던 것이다.
정상까지 왕복 2시간이다. 집에 도착하니 9시 30분 정도 되었다. 책상에 앉아 Leo Tolstoy 책, “Wise Thought for Every Day”을 펴고 February 1 페이지를 연다. 페이지 제목은 Faith이다
“True religion is the attitude a person has toward others.”
정오가 지나 사무실로 나갔다. 평소에는 방문객이 있기에 노랫가락을 틀어 놓고 일하지 않는다. 오늘은 사무실 문을 닫아 놓고 일하기 때문에 따지지 않았다. 유튜브로 노랫가락을 틀었다. 따뜻하고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것은 최선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꽤 좋다.
두어 시간 지나자 친구가 왔다. 가족과 할 시간에 사무실에는 웬일일까? 가까운 절에서 차례를 지내고 오는 길이라 하였다. 친구는 오래전부터 아내와 서먹한 관계이다. 평소 가족과 형제들을 불려 놓고 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그런데 1년 전부터가, 집안 행사는 전무했다. 밥은 커녕 가서 잠만 자는 것 같았다.
절에서는 차례를 공동으로 지낼 터인데 경비는 절약되겠지? 그래도 30만원이란다. 친구가 먹어보라고 절에서 가져온 백편 떡 한 조각을 주었다. 백편 떡을 조금씩 뜯어 먹으면 밥보다 더 맛있다. 나에게는.
오후 이른 시간에 집으로 향했다.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서다. 방조명을 어둡게 하고 찜 해둔 영화를 틀었다. 그리고 앰프의 볼륨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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