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522 경주 토함산 일대 자동차 여행
경주 토함산 정상에 오르면 저 멀리 동해바다 수평선이 보인다. 물론 날씨가 맑아야 볼 수 있다. 그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약간 돌리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소 날개가 보인다. 동해안과 경주평야 사이에는 높은 산맥이 가로 지른다. 그 정상에 풍력발전소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부는 바람을 이용한 듯하다.
풍력발전소는 몇 년전 동유럽배낭 여행 때 몇 번 보았다. 유럽의 높은 산맥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소 날개를 볼 때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왜 그랬을까?
토함산으로 오르는 길 도중에 동해안으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 그곳을 넘으면 토함산 풍력발전소에 다다른다. 자동차를 몰고 그곳으로 갔다. 높은 곳이다. 딱트인 내 눈 앞에서 풍력발전소 팬이 돌았다.
빙글빙글
하나, 둘, 셋, 넷…
앞 산에서 먼 산 쪽으로 나란히 줄지어
풍차가 돌듯이 팬이 천천히 돈다. 마음이 가라 앉는다. 정지하여 우둑커니 섰다. 그리고 무심코 바라본다.
왜 그럴까?
글세, 역시 잘 몰랐다. 내 눈이 빙빙 도는 것 밖에
동유럽 여행 때, 그때 풍력발전소를 보면서 느낀 그 감정
지금 토함산 풍력발전소, 이 언덕에서 감정
무심코 가라앉은 마음은 아마도 이런 것이었나?
<잠시 왔다 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경주 토함산 풍력발전소에서 동해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조금 내려가면 토함산 자연휴양림이 보인다. 휴양림 안의 크고 작은 팬션건물들이 쉬고 싶은 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내리막 끝에는 땅바닥에 우뚝 솟은 한국수력원자력본사가 있다. 그 두 놈 중간에 두 탑만 덩그리 남아 있는 경주장항사지가 있다. 바람이 불어도 두 탑은 아무 말이 없다.
보문 단지 가는 길에 Blue One Golf Club 있었다. 클럽 콘도가 너무나 아름답게 언덕숲에 파뭏혀 있다. 그 옆으로 푸르른 골프 필드가 펼쳐진다.
내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현기증이 났다.
오지 말아야 할 세상에 온 듯
보지 말아야 할 세상에 선 듯
그래도 한 게임은 해야지
“눈으로 필드를 보고
그 이미지를 삼키고
그리고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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