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furt(독일) 공항에서 만년필 스케치 Andrew
코비드로 변화하는 여행문화 – 국내 어디라도 훌쩍 떠나볼까
캐나다 NB예술디자인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중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2014년 5월 15일부터 6월 19일까지, 총 36일 동안 동유럽 15개국을 둘려보는 배낭여행을 하였다. 동부 캐나다 Fredericton에서 버스(7시간)를 타고 Halifax로 이동, 그리고 그곳에서 비행기로 Frankfurt(독일)를 거쳐 Prague(Czech)에 도착, 여기서부터 나의 베낭여행이 시작되었다. Bratislava (Slovakia), Budapest (Hungary), Ljubljana (Slovenia), Zagreb (Croatia), Sarajevo (Bosnia), Belgrade (Serbia), Ulcinj (Montenegro), Tirano (Albania), Prishtina (Kosovo), Skopje (Macedonia), Sofia (Bulgaria), Bucharest (Romania), Chisiau (Moldova)를 거쳐 마지막으로 Athens (Greece)에 안착하는 여정이었다. 처음 해보는 장기간 해외여행이었고, 처음 해보는 배낭여행이었다.
2014년 5월 15일 - 6월 19일, 36일 동유럽 15개국 배낭여행 루트
이것을 경험으로 나는 줄곧 더 장기적인 세계 배낭여행을 꿈꾸었다. 동유럽 배낭여행 1
년 후인 2015년 가을, 캐나다에서 대학을 마치자마자, 캐나다 대륙을 휭단하면서 훌쩍 기약없는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던 프레데릭톤을 기점으로 하여 배낭을 메고 핼리팩스로 가서 캐나다 대륙을 휭단하여 벤쿠버에 도착하였다. 밴쿠버에서 며칠 머물면서 관광을 하였고 어느날 문득 고국방문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이대로 다른 대륙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갈 것인가 하는 선택에서 갈등을 하였던 것이다. 그때 일단은 고국에 도착하여 다시 생각해보자 하고 귀국하였던 것이 한국에 안주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 그후 고국에서 먹고살고자 한두 가지 사업을 하다 보니 꿈에 그리던 세계 배낭여행을 못하게 되었다. 밴쿠버에서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한국이 아닌 다른 대륙으로 갔었으면 하는 후회가 지금도 되풀이된다.
2019년 여름 무렵,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잠깐 쉬는 동안 몽고( Mongolia) 1주일 여행을 하였다. 배낭을 메고 Ulaanbaatar(몽고 수도)를 돌아다녀 보니 옛적의 동유럽 배낭여행의 감흥이 나지 않았다. 그전보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 영향이었을까, 간다 간다 하면서 미루다가 덜컹 2020년 초에 공인중개사사무소(세종1번가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하게 되었다. 몸과 마음이 사무실이라는 실타래에 묶였지만 그래도 세계여행의 꿈이 사라질 리가 없었다. 중개사무소 사업이 좀 안정이 되면 세계 배낭여행을 떠나야지 하고 고대하고 있는 중, 이제는 코비드(COVID-19)라는 놈이 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2020년 1월, 중국에서 발생한 코비드가 전세계를 덮쳤다. 코비드는 사람의 이동을 막고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막았다. 당연 개인 간의 접촉 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이동도 금지되었다. 당연 모든 종류의 접촉과 여행이 전면 금지되면서 세계 모든 공장이 All-Stop 되었고 이어서 세계 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실직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국민에게 재난지원금마저 지원할 정도로 경제는 심각했다. 나라마다 막대한 돈을 풀어서 경제를 받치고 있지만 생산과 소비가 되지 않으니 역부족인 듯하다. 다행이 풀린 돈 때문에 실물경제는 거품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첫 경험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소 코비드가 소강상태이지만 올해 초 시작한 코비드가 올 가을에 다시 유행할 것 같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은 코비드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퇴치하고 있지만 최근 코비드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어려워지니 당연 여행을 할 수가 없다. 특히 비행기를 이용하는 해외여행은 올스톱된 상태이다. 비행기 안에서의 코비드 전염을 염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지 여행국가에서의 전염도 두려운 것이다. 지금은 모두 가능한 집에만 머문다. 직장에서는 재택근무가 장려되고, 학생은 등교가 아닌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가고 싶고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가고 싶다. 생활의 여유는 그대로인데, 생사에 관한 일이면 몰라도, 사람의 습관을 갑자기 바꾸기란 어려운 것이다. 나 역시 오래동안 집과 사무실에만 왔다갔다 하니 매우 답답했다.
나는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일찍 퇴근하여 집 근처 산으로 등산을 간다. 코비드가 유행하기 전에는 평일 오후 인근 산에 등산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있다면 오전에 산행을 즐기는 은퇴자가 가끔 보일 뿐이다. 코비드가 좀 자자지자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인근 산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 근처 산행은 가장 하기 쉬운 나들이인 것이다. 오늘 오후에는 등산을 하니 제법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평소 골프를 치거나,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아니면 나름 특별한 여가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이것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서다.
나는 산행을 하면서 코비드로 변화되는 여행문화를 상상해 보았다. 아마도 이렇듯 해외여행은 줄고 그 대신 국내여행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코비드가 전파되기 전까지는 여유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도 해외여행을 즐겼다. 국내여행이 별 재미가 없고 낙후된 이유도 있지만 그래도 ‘나 정도는 해외여행을 해야지’ 하는 자존감도 한몫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돈 쓰고 폼 내기란 쉽지 않다는 이유도 그중 하나이다. 주변 이목이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코비드가 이런 우리의 여행문화를 막고 있다.
국내여행은 많이 자유롭다, 자가 자동차를 이용하면 안전하고, 소독이 된 숙박시설의 유닛도 괜찮아 보인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규정만 잘 지키면 안전하며, 국내에서 여행하다가 설령 코비드에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신속한 의료서비스로 관리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이 매우 활성화될 것 같아 보인다. 특히 코비드가 다소 소강상태가 되면 한국의 골프장과 고급 여행지는 성수기를 맞을 것 같다. 그동안 참았던 욕구가 분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부류가 다 그런 것 같지 않다. 국가간 교류가 다소 풀리고 특정 국가의 특정지역이 여행제한에서 풀리면 상류층들의 고급 해외여행은 전과 같이 유행하리라 생각든다. 설령 안전설비와 안전조치로 비행기 운임과 여행 경비가 비싸지지만 그래도 그들은 해외여행을 택할 확률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정 소수들만 여행을 즐기게 되니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전체의 여행경비는 오히려 저렴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때는 여전히 일반 여행객들은 해외로 나가는 것을 꺼려할 것 같다. 목숨을 걸 수 있는 여행에, 혹은 코비드가 걸리면 상상을 초월하는 경비가 발생될 수 있는 여행에 감히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여행 도중에 코비드에 감염되면 ‘한강의 오리알’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해외 배낭여행을 가볼까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해본다. 이때 여행을 하고자 하는 용기를 낸다면 조용하고 한가하면서 아주 싸게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나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본다.
아써라… 국내에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볼 만하고 느낌 받을 만한 곳은 많다. 어찌보면 해외여행 타령하는 것은 시류에 편승하는 유행일 수 있다. 마치 지금 막 유행하는 유행가일 수 있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에서 나름 의미를 찾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그래, 불가능해 보이는 해외여행을 책상에 앉아 상상하기보다 당장 실천 가능한 국내여행을 해보자. 국내 어디라도 좋다. 당장 그냥 한번 훌쩍 떠나 보는 것이다. 가자, 내 애마여…
비행기 대신 이 멋진 것을 타고 달려나 볼까, 볼펜 스케치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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