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15 오늘 경주 남산에 올랐습니다
오늘 경주 남산에 올랐습니다. 남산은 범위가 넓어 우선 동남산 부근만 한번 다녀 왔습니다. 다음에는 포석정이 있는 서남산을 다녀올까 합니다. 통일전 앞에 주차를 하고 정상(경주 남산국립공원의 주산, 금오봉, 468m)에 올랐습니다.
여기는 경주국립공원 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무가 빽빽했습니다. 인적도 없어 매우 한산하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좋았는지 모릅니다.
정상 부근에서 아래로 보니 산 중턱에 걸친 큰 바위가 보이고 그 아래 불국사 앞 평야가 보였습니다. 남산에는 땅 속에서 얼굴을 살짝 내 보인 크고 작은 바위가 많습니다. 그 옛날 사람들은 여기 돌면에 조각을 하였습니다. 부처 얼굴, 탑, 혹은 글도 새겼지요. 그것도 모자라 독립적인 불상을 조각하여 바위 위에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바위가 많아 망치와 정 그리고 마음만 있으면 되었기에 남산에는 이렇듯 자연암에 조각품이 많습니다. 1,300년을 지내면서 사람들이 그것을 그냥 놔 두지를 않았습니다. 부처 모가지를 잘라, 혹은 통채로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좌대만 남은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는 조각하고 누구는 가져갑니다. 사람은 무엇인가 몰입하면서 사는가 봅니다. 나도 지금 등반에 몰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바위는 상사바위라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애들을 좋아했는데 그중 동네 “피리”라는 소녀를 무척 귀여워 했답니다. 그 소녀도 할아버지의 말벗이 되어주고 여러 음식도 가져다 주었지요. 어느 날 소녀는 다른 마을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소녀를 못 잊어 목을 메고 죽고 말았는데, 그후 할아버지 혼이 산 위의 큰 바위가 되었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소녀는 나이 때문에 소원을 못 이룬 할아버지가 가여워 그 바위에서 뛰어내려 죽었고, 그 소녀의 혼이 큰 바위 옆에 또 하나의 바위로 솟아 났답니다.
이런 이야기가 구전으로 내려와 전설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 바위를 상사바위라 불렸답니다.
구전이라는 것은 살아내려 오면서 사람들의 갈망이 그것에 쓰며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보면, 할아버지도, 소녀도, 그런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도, 다 사람들은 살면서 어딘가에 몰입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돌탑을 쌓았는지, 물론 한 사람이 한 것은 아니겠지요. 글세요? 갈망,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도 사람은 잠깐이라도 무엇인가에 몰입하면서 산다는 것을 느낍니다.
산을 내려 오니 무량사라는 절이 보입니다. 절에서 보통 나오는 염불소리도 사람의 인기척도 여기에는 없습니다. 그리 화려하지 않는 절 모습치고는 주변은 너무나 잘 정리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조용한 주택같은 절입니다. 내가 극락왕생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잘 쌓은 돌담과 고적한 건물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만 얼굴 표정과 형태가 다 다른 작은 불상들을 보고는 깜작 놀랐습니다.
군상들… 수만가지의 삶을 말합니다. 억만가지의 감정을 말합니다. 스님은 여기에 몰입을 했겠지요.
이와 다르게 여기서는 한가함을 느낍니다. 잘 지은 한옥은 말없이 그냥 비바람에 탈색되고 있습니다. 연못에는 있어야 할 물이 말라 있습니다. 사람은 어디 가고 없고 마른 연못에 옛 영광의 큰 집만 덩그리 있습니다.
“한 때는 몰입했습니다만, 이제는 그냥 무심으로 안주합니다. 여유로움이라 할까요? 그냥 세월따라 사는 것이지요” 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혹 이런 마음이 아닐까요?.
“그냥 있다 간다”
차라리 이런 모습이 오늘따라 좋아 보였습니다
여기는 경주 “서출지”입니다.
언덕에 서서 서출지를 바라봅니다. 사는 것이 무엇일까? 그냥 있다 가는 것일까? 삶은 그렇겠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득 며칠 전 돌아가신 누님이 생각났습니다. 누님은 무엇에 몰입하였을까요? 누님이 남긴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 시에서 누님은 “나는 행복합니다”로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나는 그 소리가 아픔으로 들립니다. 아마도… 내가 몰입하고 있나 봅니다.
2014년 12월 4일
이 세상 하늘 아래
거룩한 부처님을 모시고
관세음 보살님을 외우고
위대한 세존 할머니를 받들고
한 많고 원 많은 조상님을 모시고
살아 온 내 인생
험하고도 험한 가시밭길을 헤쳐 살아 온 내 인생
구비구비 열두 구비로 넘어온 인생길
울며 불며 살아온 과거
어연간 80 고개를 넘고 말았네
그러나 엄마는 행복을 느낀다.
복많은 아버지
알뜰한 어머니
부산 선비딸 희야
효자 아들 웅이
착한 딸 은아
효녀 딸 숙이
고생 끝에 영화라
행복이 따로 있나
자식 잘 둔 것이 행복이지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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