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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보내는 나의 에세이

어떤 할머니와 어떤 할아버지

Hi Yeon 2018. 11. 25. 14:05

 

 

어떤 할머니와 어떤 할아버지

 

 

 

하루에 두 부류 손님들이 내 사무실에 들렸다. 정말로 상반된 사람들이었다.

 

 

 

오전이었다. 70대 할머니가 내 사무실에 들렸다. 자리를 권하니 다소곳이 앉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월세 20만원 정도의 아파트를 원했다. 월세 20만원의 원룸이라면 최저가격대의 살 곳이다. 물어보니 대전에서 여기 계룡으로 이사올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계룡이 물가가 싸고 저소득층 노인들이 많이 산다는 것을 소문으로 들었다고 하였다. 여기서 원룸 아파트로서는 11평이 제일 작은 것이고 임대 조건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가 최소 25만원이다.

 

 

 

도시 중심권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14평을 보여 주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으로 다소 그분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그보다는 직접 내부를 둘려보니 너무 답답하다고 하였다. 도심의 작은 아파트가 다 그렇지 않는가? 막상 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할머니는 형편이 좀 어려워 보였다. 그냥 나몰라 할 수 없었다. 그 분을 차로 모시고 좀 떨어진 11평 아파트를 보여 드렸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대화를 하니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11평 아파트는 오래 전에 건축된 대단지 아파트로 큰 발코니가 있었고 깨끗하게 내부 수리가 되었다. 임대 조건을 200만원 보증금에 월세 23만으로 조정하여 계약할 것을 종용하였다. 대전으로 돌아가서 전반적으로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노라고 하고 그 분은 돌아갔다.

 

 

 

내 생각이다. 아마도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어디로 이사하여야 할 것이지, 예산은 되는지, 그리고 정말로 이사를 감행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할 모양이었다. 우선 어떤 정에 지친 듯 하였다. 돈에 지친 사람은 그런 표정이 아니다. 보통 정에 지친 사람들은 이럴거라는 것이 내 감이다. 대전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위치를 알려 드리고 사무소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내 눈은 그 분의 뒷모습을 떠나지 못했다.

 

 

 

그날 오후였다. 70대 할아버지가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허리는 좀 굽었고 말은 쉰 목소리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카랑하였고 부드럽지 못했다. 무엇인가 경계하는 눈치였다.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면서 앉으시라고 의자를 권해도 그냥 서서 말을 하였다. 사실 누군가를 방문하거나 만났을 때 상대가 젊잖게 자리를 권하면 앉아서 여유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내면 된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사람이나 10원짜리 하나 아까워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 볼 일만 보고는 얼른 떠나는 경향이 많다. 그 노인도 그랬다.

 

 

 

그는 여수에 있는 땅을 11억에 팔려고 매수자와 계약을 하려고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법무사를 찾는다고 하였다. 이틀 후 그 노인은 자식을 데리고 계약을 하고 등기할 준비를 마쳤다. 그제 나와 대화를 하였던 그 분은 나와 눈마저 마추치려 하지 않았다.

 

 

 

두 분의 차이는 남녀 차이와 가진 것 차이 밖에 없다. 할머니는 혼자 쓸쓸히 가난하게 독립하여야 하는 사람이고, 할아버지는 큰 돈을 남기는 당당한 사람이다. 하나는 순종적이고 감성적인 반면, 다른 하나는 의심이 많고 지시형이다. 하나는 혼자 쓸쓸히 돌아다녔지만, 다른 하나는 자식을 데리고 왔고 당당하면서 거만하였다. 할머니는 아마도 가진 것은 별로 없어리라. 그러나 늙음과 사회, 그리고 자식 관계에 관하여 사리분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하루에 한꺼번에 두 부류의 노인을 만났다. 사람이 생각의 틀을 깬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들 모두 딱딱하고 어두운 틀 속에 갇혀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불과하다. 저기 저 큰 아파트 단지에 가보면 수 많은 노인네가 산다. 1억 미만 아파트에 월 100만원 미만의 돈으로 당당하게 산다. 혹은 월세 25만원에 월 60만원 돈으로 당당하게 산다. 그들끼리는 어려울 때는 진정으로 서로 돕는다. 자주 밥도 같이 나누어 먹는다. 다리에 힘이 있으면 걸어가서 점심은 노인복지관에서 2000원으로 이야기하면서 같이 먹기도 한다. 기초보장금이 20만원, 최소 국민연금 30만원, 기타 보조금 10만원 하면 최소 총 60만원이 된다. 아파트 관리비 10만원과 핸드폰과 기타 경비 10만원를 제하면 40만원이 남는다. (저소득층 의료보험은 보통 3만원 정도이나 대부분 자식에게 피보험자로 있어 보험료 부담은 없다)

 

 

 

월세 걱정하는 할머니도 그렇고 지금 당장 11억을 만드는 할아버지의 씀씀이도 아마도 그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 아파트에 노인네끼리 모여서 오손도손 사는 것이 가족 눈치 보면서 밥을 얻어 먹는 것 보다 백배 나으리라. 한 아파트에 노인네끼리 모여서 오손도손 사는 것이 가족에게 당당하게 고압적으로 밥을 얻어 먹는 것보다 백배 나으리라. 돈 쓰고 싶어도 쓸 줄 모르고 쓰고 싶어도 쓸 힘이 없다. 사는 날은 얼마 안 남았고 다리는 힘이 없다. 그리고 하루 3끼 먹는다는 것은 같은데 말이다. 똑 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이다. 작은 차이 하나는 보였다. 한 분은 자식 자가용을 타고 돌아갔고 다른 한 분은 혼자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