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람 Yeon Dreams

Dream & Create 꿈꾸며 창조하다

꿈을 꾸며 창조하다

하루를 보내는 나의 에세이

대청호에서 붕어찜을 먹으며

Hi Yeon 2018. 4. 1. 20:56

 

 

 

오늘 일요일이다. 친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별일 없지? 점심 같이 먹어요.

그래요. 내가 갈까요?

아니, 내가 데리로 갈께요.

 

한 시간 후 그가 도착했다. 그의 옆자리에 타고는 그의 환한 미소에 나는 농담조로 시비를 걸었다.

아니, 사장님, 10년 넘은 럭스턴을 타고 다녀, 벤츠 정도는 타야지.

응, 잘가는데 멀, 나는 관리를 안하는 데, 잘 가기만 하면 되어서.

 

차는 세종시를 빠져 나갔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나에게 양자 선택을 하란다.

장어 혹은 붕어?

붕어가 좋지요.

 

나는 어제밤 배탈이 났다. 아침 반찬이 문제였나? 정오쯤 구토와 복통이 왔었다. 급히 의원을 찾았지만 모두 문을 닫았다. 어제는 토요일이었다. 문을 열지 않는 날이었다. 할 수 없이 까스명수 하나 구입하여 마시고는 끙끙대었다. 저녁은 굶고 옛적에 먹다 남은 배탈약 한 봉지를 찾아 먹었다. 다행이 다음 날은 괜찮았다. 장어을 좋아하지만 기름가 많아 겁이  덜꺽 났다. 담백한 붕어를 선택하였다.

 

드라이브도 하고, 봄 냄새도 맡고, 바람도 세고, 어때 시간 괜찮지요?

그럼,  오늘은 매우 한가해요.

 

차는 급히 방향을 바꾸어 대청호 방향으로 달렸다. 세종에서 대청호로 가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탔다. 그리고 대전 IC에서 나와 대청호 방향 도로를 달렸다. 꼬불꼬볼 몇 차례 하니 호수변 농장 붕어탕 집이 보였다. 점심 때이다. 많은 손심들이 자리를 잡고 열심히 먹고 있었다.

 

주인이 권하는 자리에 앉아 붕어찜과 소주 1병을 시켰다. 바로 소주 한 병과 간단한 안주거리가 나왔다. 빈속의 한잔술, 짜릿한 그 맛, 나에게 그것은 지금 상쾌한 현실이면서 또한 추억이었다. 둘이서 잔을 비웠다. 한잔 더 할 쯤에 붕어찜 한상이 차려졌다.

 

사장님, 역시나 붕어찜은 그때나 지금 역시 좋아, 구수하고, 얼큰하고, 담백하고.

그 다음은 인생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2년간 사업을 접고 절에서 지냈다. 그리고 다시 사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욕망과 번뇌를 좀 버리고 왔지. 사람은 항상 변화무상한 감정으로 힘들어 하지. 그런 감정 때문에 자신을 그르치지기도 하지. 남이 아니라 자기 감정 때문에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이지. 비워야지. 놓아야지. 그러나 대부분 시도조차 하지 않아. 하였다 하더라도 비우기가 쉽지 않아. 그것은 실패와 고통 속에서 조금씩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지. 머리로 안다 하더라도 편함함과 안식의 연속에서는 비우기는 커녕 자만과 욕망만 더 생기지.

 

그러나 고통 속에서 깨닫고 좀 깨닫아서, 나를 비우자 비우자 하고자 한다지만 조금씩 나를 채우고 있는 나를 모른다네. 그 뿐인가? 나이 60이면 이것 좀 알아야 하지. 몸은 늙어 가는데 마음은 여전하다는 것을. 그 차이의 빈 공간을 없애야 하는데 우리는 도리어 더 넓힌다네. 주름진 몸에 치장을 하는 것이지. 그래서 욕망과 현실의 차이가 더 벌어지는 노년이 되는 거야.

 

"나를 비우자, 비우자 하면서 조금씩 나를 채우고 있는 나를 모른다." 참으로 그럴 뜻 하네. 글세, 채움은 댓가가 따르지. 나는 그 댓가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조금만이라도 비울려고 하였지요. 모르지 그것도 채움의 순간일 수 있지.

 

소주 한병이 사라질 무렵, 점심 손님들은 다 떠나고  우리만 홀에 남았다. 주인 할아버지가 동석했다. 주인은 그를 잘 알았다. 그가 술을 권하자 덤썩 마시고는 술 한 병을 손수 더 가져 왔다.

 

사람 다 비슷하다. 한잔 술 권하고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 특히 80 나이의 주인에게는 더 그렇다. 점심 때가 지났고, 잘 아는 사람이 '어른신네' 하면서 술을 권하고 말을 들어주니, 주인 어른은 신이 나서 한참 세상 이야기, 자신 이야기, 어쩌나 정치 이야기까지 쏫아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부동산 매물 이야기가 나왔다.

 

이 건물과 음식점, 그리고 부속 땅을 함께 팔아 달라고 내가 자네에게 말했지. 팔아서 즐기면서 살고 파서 자네에게 팔아 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자식 때문에 꼭 팔아야 해. 당장 팔아 줘.

노년에 일을 할 수가 있는데, 팔지 마세요

아니야 팔아 줘,

 

그가 옆에서 일하는 할머니께 동의를 구했다.

 

할머니, 왜 팔아요? 소일로 일하니 좋잖아요.

무슨 소리야, 팔아.

그럼, 알아서요. 당장 매입자 구할께요.

 

소주 2병을 비우고 우리는 차를 몰고 대청호 도로를 달렸다. 봄날 초입이다. 노랑색 개나리가 먼저 보였다. 저기 저 앞 호숫가 언덕에 봄빛에 파뭏힌 음식점 건물이 보였다. 차로 변에는 많은 차랑이 주차되어 있었고, 손을 잡은 연인들이 강변에서, 언덕에서, 오솔길에서, 벤치에서 봄날을 즐긴다. 우리는 눈으로 봄날을 즐기면서 그와 관련된 사업 이야기를 했다.

 

대청호가 보이는 700평 땅의 음식점 건물 매도와 인접 대지 300평 사용권을 포함하여 7억이라. 젊은 부부가 아파트 팔아 약간 빚을 내어 장사하면 되겠네. 건물에 주택이 있으니, 처음에는 여기서 먹고 자고 일하고, 돔 좀 모이면 2층에 카페를 증축하고, 그 다음 2층에 작은 양식점을 낸다. 그리고 더 돈이 모이면 아이들 위락시설, 운동시설, 소규모 캠핑장과 팬션을 마련하면... 여기 대청호 주변은 추가로 음식점 허가가 안나니, 잘하면 대박인데. 대출끼면 현금 4억으로 호숫가 팬션 카페 음식점 사업이라... 국토의 중심, 그리고 행정수도 세종시까지... 제2 경부고속도로가 생기면 강남에서 40분...글세 증축 허가가 된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지만...

 

눈앞에 갑자기 대청호에 돌출된 언덕에 정자가 나타났다. 그 옆에 커피와 호떡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차를 도로 변에 세우고는...

 

"아주머니 정자에 앉아 있을께요. 커피 2잔과 호떡 2개요."

 

친구같은 그와 정자에 앉아 커피와 호떡을 먹으니 마음이 텅비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과거 대청호 주변에 설계건으로 가끔 왔었지. 그때와는 영 다른 느낌이었다. 느긋하고 편하고 가볍고... 아마도 나이 탓이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라는 마음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