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대한'이라 하면 되지, 굳이 '헬조선'이 무엇이야? 오늘이 조선의 연장선이라는 말인가. 일제 강점기를 지나 6.25 전쟁을 겪었고 그리고 지금은 풍족한 자유 대한인데, 아직도 우리는 조선에 대한 망각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때는 그냥 조선이었나. 그때가 오히려 헬조선이었겠지.
나는 요즈음 헬조선이라고 회자되는 그 단어를 들으면 매우 불쾌하다. 사람은 해보다 안 되면 보통 세상을 탓하고 남을 탓한다. '이런 빌어 먹을 세상'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런 말은 살아가면서 가끔은 들어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헬조선이란 스스로 자괘하는 말이고 집단 전체로 하여금 스스로 비참함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참으로 듣기 싫고 말하기 거북한 언어이다. 50-60년대 베이비 붐어 시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특별히 공부를 잘하거나 형편이 좋은 사람들만 대학을 갔다. 몇몇 아니 되는 그런 사람은 대학을 가서 좋았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중학교도 못 마친 체 생산 현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래도 스스로 벌어서 밥 먹고 살아가니 좋았다. 본래 세상이 이런 것인 줄만 알고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을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 모든 사람들은 최소한 헬조선 같은 자괘감을 만드는 그런 끔찍한 말은 아니하였다. 가끔은 세상을 탓는 말은 하였지만 말이다.
나는 아주 시골 출신이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서 공부 좀 한다는 이유로 대학을 갔다. 반면 내 친구들 대부분은 중학교도 못 나오거나 혹은 고등학교를 겨우 마쳤다. 그들은 생업 현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들의 형편은 나빴으나 벌은 돈으로 밥과 술을 사 먹었고 가족을 도우기도 하였다. 밑바닥 일을 하면서도 불평도 할 줄 몰랐다. 투지도 대단했고 용기도 있었다. 공부하는 내가 무슨 돈이 있었나.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내 친구들에게 늘 술을 얻어먹었다. 그때마다 나는 자괘감이 들었다. 부모 돈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못 배워도 스스로 벌어서 술을 사 먹는 것이 더 떳떳하기 때문이었다.
이때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별 잔소리 없이 자식을 믿으며 그저 묵묵히 일만 하였다. 하물며 50년대 이전인 베이비 붐어 세대의 부모들은 어떤 시절을 보내었는가. 일제의 픽박으로 겨우 목숨만 유지하였고, 이래 저래 살아남은 자들은 굶주림에 허덕여야 했으며 더욱이 6.25 전쟁에서 죽어야 했다. 겨우겨우 목숨만 부지하며 살아온 부모들이 아니었는가. 그때야 말로 진짜 진짜로 지옥이었고 굳이 말한다면 '헬 헬조선'이었다. 지금보다 그때가 훨씬 더 많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그래도 용감하게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이제 살만하니 오늘 세대는 헬조선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첫째, 우리 기성세대는 너무 자식만을 위하며 살아왔었다. 부모는 열심히 돈을 벌 테니 너희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면서 자식들을 대학으로 떠밀어 넣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생업 현장으로 나갔는데 말이다. 부모의 욕심으로 공부하고 대학을 다녔으니 부모도 본인도 기대치마저 높게 되었다. 자식들은 스스로 현실을 박차고 나갈 마음과 용기를 키우지 못하고 그래서 점점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나약하게 되었다. 그러니 책상에 주저앉아 공무원이나 바라보고 그것도 아니 되면 헬조선이라고 세상을 비앙낭거리는 것이다.
둘째, 과거로 되돌아가서 이런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기성세대에게 일어났다면,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든 배를 타든 그냥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SNS가 발달하여 옆집 강아지 형평까지 쉽게 알 정도로 모든 정보가 노출되어 있다. '누구는, 재벌은 어떻게 살지?' 하는 것들이 매스컴과 손 안의 스마트폰을 꽉 장식한다. TV는 드라마로 상류층의 삶을 매일 묘사한다. 시골에서 공부한 나는 서울에 가서 살아 보고야 그때 세상이 그렇게도 불공평함을 알게 되었다. 나는 돈이 없어 걸어 다녔는데, 서울 사람들은 자가용을 탔고 큰 빌딩에서 일하였고 큰 집에서 살았다. 그들 생활은 내 눈에는 왕궁 같았다. 이러한 차이를 현장에서 현실을 느끼고 알았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런 정보는 홍수이고 바다와 같다. 너무 많이 알아서 생업을 하기 전부터 비교하게 된다. 생업에서 일을 해보지도 않고 '대학을 나왔는데 나는 왜?' 하면서 스스로 자괘감에 빠진다. 그렇다고 눈높이는 이미 높아져 쉽게 공장에서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지금은 부모로부터 작은 돈을 빌어 혹은 작은 알바를 하면서 공무원 공부는 할 수가 있다. 과거에는 그런 것도 할 수 없었는데 말이다. 과거에는 무척이나 어려웠다. 이것저것 저울질할 여력이 없었다. 우선 현장에 나가 보고 그리고 차근차근 더 좋은 직장으로 혹은 장사로 이어 나아갔다.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때가 더 컸다는 뜻이다.
셋째로, 현 젊은 세대는 부모가 시키는 데로 공부만 하였으니 당연히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갖고 결혼할 때까지 부모가 도워준다. 이런 풍습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사회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이미 부모 득으로 현실에서 단맛을 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원서나 마구 써대고 하늘만 처다 본다. 그리고는 비교해 보니 내 꼬락서니가 엉망이다. 세상은 본래 그런 것인데 막상 공장에 나가 일할 용기는 없다. 누군가 헬조선이라 하니 당연 헬조선이라 함께 중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성인이 되는 시점부터 경제적으로 부모와 자식이 남이었다면 자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그래서 이는 지금 젊은 세대들의 탓도 있지만 부모 세대의 책임도 크다.
그때는 열심히 일을 하면 성과도 컸고 해 볼만한 일도 많았으며 그래서 희망이 있었다. 도시로 나가면 성공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기회와 희망이 없으니 헬조선이다. 그렇다면 그때는 특별한 재벌이 아니면 쉽게 외국에 나갈 수 없었다. 국내에서의 경쟁이었다. 지금은 글로벌 사회이다. 누구나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외국에는 꿈과 희망이 있으며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도 있다. 확대해 보면 과거보다 더 많은 기회와 희망이 있는 것이다. 세상은 당연 차별이 존재한다. 자기 생긴 대로 일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헬조선은 의타성이 많고 나약한 젊은 세대가 대학교에서 책상에 앉아 중얼거리는 말이다. 자리에 일어나서 자기 생긴 대로 열심히 일한다면 자기 나름대로 꿈과 희망이 있다. 도시가 좁다면 세계로 나가면 된다. 베이비 붐어 세대에서는 서울과 도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넓고 큰 세계가 있다.영어를 잘해서만은 세계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용기만 있으면 된다. 다른 점은 과거에는 그냥 자기 분수에 맞추어 용감하게 하였던 것이고, 지금 세대는 잔머리를 굴리며 나약하게 책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회자되는 헬조선은 오늘의 젊은이들이 세상을 현실적으로 보기보다 세상을 너무 나약하게 감성적으로 보는 경향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현실은 생존 경쟁이다. 부모 보호 아래서 부모 희망에 부응하면서 살아온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피할 수 없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반면, 젊은 세대는 너무 나약하고. 너무 잔머리를 굴리고, 너무 공짜를 많이 바란다. 그러나 이를 그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만은 없다. 기성세대는 자식 공부에만 집착하고 '잘만 살자' 라는 구호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책임도 크다.
그래서 헬조선이라고 울부짓는 젊은 세대만을 나무라기보다는 기성 세대의 스스로의 성찰도 필요하다. 아울러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와 기성 세대가 먼저 다가가는 대화도 필요하다. 젊은 세대는 현실을 비교하고 안주하고 바라 보기보다 스스로 현실에서 부탁 쳐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충족이 행복의 전부는 아님을 알고 배고픈 도전도 행복한 만족감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내일을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칭얼대고 어리광대는 것은 19살 이하의 미성년일 때 하는 짓이다. 자기 인생을 책임지고 용기 있게 박차고 나갈 때이다.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부모도 나라도 그렇고 심지어 사회나 정부는 더 그렇다.
과거에는 굶어 죽고, 추워 죽고, 혹은 아파서 죽었지만(그런 사건은 사실 많았지만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은 최소한 극소수이니(그런 사건은 조금 있었고 모두 알려진다. 그래서 단지 많아 보일 뿐이다), 진정 지금은 헬조선은 아니다.(마음을 비우면 방량자도 행복할 수 있는 시절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어느 기업가의 말이 생각난다. 영어를 못해서, 정보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라는 칭얼댐보다는 우선 용기부터 내라. 바보처럼 책상에 앉아서 어리광 부리는 듯, 비앙낭거리 듯 제발 '헬조선'이라 칭얼대지 마라. 책상을 버리고 일어나 현장으로 가고 세계로 나가라. 그러면 아마도 헬조선이 아닌 '헬로대한'이란 말이 나올 수가 있고, 더 나아가서 세계를 누비면서 어쩌면 '헬로세계'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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