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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31 고국의 산이 보고파진다

Hi Yeon 2013. 7. 31. 03:21

130731 고국의 산이 보고파진다

 

매일 매일 평지만 보고 평지에서만 살다 보니 고국의 산이 보고파진다. 애초에 평지에 태어나 평지만 보고 살았더라면 모를까? 살던 땅을 옮기니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보이는 것은 수평선뿐이다. 여기는 우리 땅과 확연히 달라 도시 근처에 고국의 산과 같은 올록볼록 하면서 아기자기한 산은 없다. 굳이 표현한다면 여기 모습은 넓은 평지와 낮은 구릉 그리고 넓고 천천히 흐르는 강과 어울려진 평면화이다. 산수화를 그릴 수 있는 원근과 높낮이, 이것에 어울리는 초목과 물, 그리고 그곳에 머무는 사람, 여기는 이러한 모습은 애초 아니다. 그래서 자주 고국의 산이 보고파지는 모양이다.

 

산에 오르고 싶다. 평지도 있고, 비탈도 있고, 바위도 있고, 그리고 높으면서 낮은 갖가지의 초목과 흐르는 물이 있는 산에 오르고 싶다. 그 산은 가는 곳마다 멈추는 곳마다 눈에 맺히는 풍광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다. 오를수록 더 흥분된다. 그래서 우리는 산을 올랐던 모양이다.

 

산 정상을 밟고 싶다. 정상에 올랐을 때 마치 모든 것을 얻었을 것처럼, 보았을 것처럼, 그리고 느꼈을 것처럼 흥분 되는 것은 고국의 산이 주는 그러한 매력 때문이리라. 그 정상에 일어서서 다시 앞을 처다 보았을 때 내 앞에 더 높은 고지가 있음을 알고 우리는 다시 경외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상을 밟았던 모양이다.

 

산을 오를 때 오르고 올라도 높은 산만 계속 보인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가끔 아래로 낮은 산, 흐르는 강물, 펼쳐진 평야, 그리고 내 발 밑의 계곡을 본다면 마음을 다잡아 다시 정상을 향할 수 있다. 힘이 들 때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결 마음도 가벼워지기도 할 것이다.

 

저 밑에서 막 오르는 사람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을 둘려보고 손도 잡아 주며 돕다 보면 어느 듯 힘든 마음은 사라진다. 설령 가다가 계곡으로 굴려 떨어진다 한들 저 아래 밑으로 펼쳐지는 평야를 보면 이 만큼이라도 오를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도 생긴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올라오기 시작한 그 바닥 밑으로 영원히 떨어질 것이고 보면 그리 자꾸만 오를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를 곳도 내려다 볼 곳도 없는 여기에서 살다 보니 오히려 여기가 좋아진다. 사실 여기는 애초 고국의 산천초목과 같은 그런 곳은 아니다. 올라가서 보고 느낄 것도 아래로 내려다 볼 것도 별로 없다. 보이는 것은 위로 하늘 아래로 넓은 평지와 유유히 흐르는 강물뿐이다. 그것은 하나의 평평한 인생이라고 할까? 어찌 보면 미묘하고 복잡하지 않아서 좋고 또한 밋밋하고 평평해서 좋기는 하다.

 

그러나 왠지 자주 오밀조밀하고 섬세한 고국의 산이 매우 보고파진다. 보면 오르고 싶겠지. 그러나 오르더라도 이제는 앞이 아닌 옆과 뒤를 보며 오르고 싶다. 그것도 가파른 산이 아닌 아기자기한 구릉 같은 산을 선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