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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그냥 떠나볼까

Banff에서 잿빛 영혼을 보다

Hi Yeon 2015. 10. 22. 10:48

 

 

 

                     Banff로 향하는 버스에서, 광야는 갑자기 솟아오르고 

 

                                

                     Banff Town 입구  

 

 

                        Banff 외곽 산중턱에서 

 

 

                    Shopping Centre에서, Banff  

 

 

록키산맥을 그냥 넘어가기가 서운했나 보다. 나는 Banff (Alberta주, 캐나다 국립공원내 resort town, 고도 1400m, 인구 약 8000명)에 머문다. 사실 나는 벤쿠버와 캘거리만 알지 그외  캐나다 서중부 작은 도시들는 잘 모른다. 누군가가 Banff가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했다. 알버터에서 Rockies로 넘어가는 길목이기에 그곳에 이틀 머문다. 록키산맥은 세계에서 유명한 곳으로 귀에 많이 익다. 산맥은 험하고 광대하다. 그래서 굉장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마침 시월 중순의 가을철이다. 가을 붉은색의 수채화가 내 눈을 마구 비비리라하는 막연한 기대같은 것이 있었다.

 

버스는 캘거리에서 뱅쿠버 방향으로 3시간을 오르막으로 달려 Banff에 도착했다. 중간지점에서 수평선 저 멀리 록키산맥 줄기가  푸른 가을하늘을 낮고 길게 가리고 있었다. 광야가 갑자기 솟아 올랐다. 조금씩 가까워지자 잿빛 성처럼 거대한 산들이 다가왔다. 날카로운 피라미드형 산들이 하늘을 찔렸고 군데 군데 침엽수가 삐죽삐죽 거렸다. 호수면에 반사된 자연은 내 눈을 홀렸다. 무채색의 예리한 산봉오리 예각은 섬듯했다. 저 꼭대기 봉우리는 만년설인가? 산봉오리는 도끼날처럼 예리하였고 아직도 흰색 물감이 흘려 내렸다. 잿빛 영혼이 보인다. 웅장하다. 그러나 실망했다. 내가 예상했던 가을의 붉은 영혼은 그곳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Banff의 다운타운과 업타운을 돌아 보았다. 리조트와 숙박시설, 관광객을 위한 상점과 음식점, 그리고 카페과 술집, 등등이 마을을 꽉 채웠다. 마을 외곽과 산중턱에 올라가 보았다. 많은 종류의 Lodge 들이 구석구석 산속에 있었다. 타운 중심에 있는 Whyte Museum에도 들렸다. 여기가 야외스포츠로 유명한 관광지라는 것을 많은 전시물을 보고는 그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산세와 그 광대함을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함이 틀림이 없어 보였다. 물 좋고 산 좋고, 또한 넓고 웅장하고 높으니,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제 역활을 할 것이다.

 

안내 설명에는 It is a destination for outdoor spoets and features extensive hiking, biking, scambling, and skiing라고 되어 있었다. 그 뿐만 아니다. events, weddings, entertainments, snowmoible, golf, rafting, cayaking, cross country and trail, paragliding and hang gliding, skydiving, mountaineering and climbing, hot spring, dining, and shopping 등등 계속된다. 밖으로 나와 Banff 외곽과 산중턱을 다시 둘려 보았다.이제 Rockis를 알고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태양빛 담은 찬바람에 가슴이 시원하고, 삐죽 솟은 침엽수로 군데 군데 찍어 바른 회색의 칼날같은 거대한 솟음에 마음이 나부끼고, 눈아래 투명한 호수 물줄기에 내 몸이 씻겨진다. 이것은 회색빛의 투명한 영혼이었다.

 

많은 Outdoor Sports 중에서 특히 내 마음을 유혹하는 것은 스키였다. 아마도 좀 더 젊었으면 겨울에 왔으리라, 그리고 스키를 한번 탔으리라. 과거, 고국에서 스키를 즐길 때 누군가 말했다. "요런 데서 스키를 타? 헬기 타고 올라가서 히말라라 같은 설산을 타고 내려 와야지."  맞다. 여기는 헬기를 타고 올라가서 산정상에서 자연눈을 스치며 내려오는 것이야. 까지 껏, 내가 젊었다면 한번 해 볼 만하지. 스키를 타볼 만큼 탔다. 보드도 타 보았다.

 

그래!  헬기에서 낙하하여 정상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 오면 참으로 멋 있을 거야. 물론 작은 팩키지로 된 여러가지 스키관광도 있다. 이왕 헬기에서 한번 낙하해 보아야지, 광대한 설원의 영혼을 맛 보아야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산맥의 영혼은 너무 웅장하고 신비하였다. 설령 내가 지금 젊었다 하여도 거대한 캐나다 겨울자연은 나 같은 피래미를 거부할 것만 같았다. 젊은 투기에, 글세? 태평양 건너서 헬기까지 타고 스노보드를 타고 록키의 혼을 즐긴다. 꿈만 같다. 

 

이틀을 Banff에 머물면서 관광만 하니 심심하였다. 많은 젊은이들이 팻기지 야외활동을 즐겼으나 따라하기에는 내 세월은 너무 많이 흘렸다. 그래서 다음날 나는 고급 랏지가 많은 리조트로 올랐다. 멀리 깍아세운 산들이 보였다. 넓은 고원 분지의 캠핑공원에 캠핑카가 점점이 있었다. 바베큐 냄새가 났다. 연인들이 산악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저 멀리 잿빛의 뾰죽산이 보였다. 파란하늘을 찌르는 영혼 덩어리였다. 그것이 나를 빨아 들였다.

 

나는 그곳 근사한 Lodge에 머문다. 첫날밤은 와인 한잔과 간단한 양식으로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새벽, 헬기를 불려 올라 탄다. 안내자 한명만 동반하고 모든 장비는 다 준비 완료, 여기서 제일 높은 설산 봉우리에서 낙하, 그리고 스노보드를 몰고 전속력으로 내려 온다. 절벽에서 수직으로 꼿아 내리기도 하고 점핑도 하고 하염없이 길고 날렵한 S자를 만들기도 한다. 눈언덕에 일부러 몸을 던져 보기도 한다. 그리고 나만의 눈자국을 만든다. 모든 것이 한 순간이었다. 설산 뿌리에서 뾰족한 삼각형의 거대한 눈봉우리를 바라보고 나는 기고만장하게 된다. 나는 설산 너를 애무하였노라. 너의 하얀 영혼을 안았노라, 우유빛 부드러운 너의 몸을 탐닉하였노라, 그리고 한입에 키스했노라고. 

 

이제 두껍고 거추장스러운 옷은 필요가 없다. 날렵하고 화사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산속 오솔길사이로 하이킹을 하면서 온천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대와 함께 내 몸을 녹인다. 따뜻한 온천물속에서의 위스키 한잔이 목구멍을 차갑게 스치고는 내 영혼을 마구 흔들어 댄다. 나른하다. 배가 고파진다. 마침 그대가 내 손을 이끈다. 그래, 가자. 이때는 희미한 붉은 조명아래 꿈틀거리는 하얀 크림의 파스타가 좋겠지. Andrew